‘도굴’, 익숙함은 독일까 약일까 [씨네리뷰]
입력 2020. 11.03. 15:39:11
[더셀럽 김지영 기자] 유쾌하고 통쾌하며 상쾌하기까지 한데, 가슴 속을 뻥 뚫어주는 맛은 없다. 이는 기시감 때문일까 결정적 한방이 없기 때문일까. 영화 ‘도굴’의 이야기다.

오는 4일 개봉하는 ‘도굴’은 케이퍼 무비의 전형이다. 도굴범죄에 뜻이 모인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 일을 수행하고 이를 자신의 이익 수단으로 노리고 있던 악의 인물에게 한 방을 날린다. 간략한 줄거리로만 봐도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날릴 수 없다.

익숙함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왔기에 전형으로 자리 잡는다. 영화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에서 조감독을 맡아온 박정배 감독은 장편 연출 데뷔작인 ‘도굴’이 첫 시도여서 그런지 위험한 도전은 하지 않고 대다수의 관객들이 사랑할만한 요소를 적당히 배합해 탄생시켰다.

이는 캐릭터 조합 설정에서도 느낄 수 있다. 뻔뻔하고 능글맞은 성격인 강동구(이제훈)를 중심으로 그의 옆에서 말맛으로 재미를 높이는 존스 박사(조우진), 많은 대사를 하지는 않지만 한방이 있는 탁월한 능력자 삽다리(임원희)는 한 팀을 이뤄 일을 처리한다. 문화재를 불법으로 모아 전체 극에서 악인으로 활약하는 진 회장(송영창), 그의 옆에서 도와주는 윤세희 실장(신혜선)까지 어느 하나 새로운 부분이 없다.



그럼에도 클리셰가 계속해서 사랑을 받는 것처럼, ‘도굴’도 케이퍼 무비의 맥락을 그대로 따라하며 관객의 웃음을 선사한다. 익숙해서 아는 맛, 그래서 더 손길이 가는 맛이라고 할 수 있겠다. 능글맞은 강동구는 미소를 짓게 만들고 존스 박사, 삽다리와 완전한 합을 이룬다. 상황에서 주는 웃음, ‘티키타카’의 대사로 재미를 더한다. 권선징악 엔딩은 통쾌함을 부르고 속편 제작을 암시하는 결말까지 예상을 벗어나는 법이 없으며 결정적 한 방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말미의 쿠키영상처럼 ‘만일 제작이 된다면’ 더 발전될 다음엔 괜찮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가장 최근작 ‘사냥의 시간’부터 ‘아이 캔 스피크’ ‘박열’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드라마 ‘시그널’ 등에서 의미 있는 캐릭터와 진중한 면을 중점적으로 연기했던 이제훈은 이번 작품으로 쾌활한 캐릭터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고 이는 가히 성공적이다. 연기력으론 아쉬울 데 없었던 그는 이번 강동구 캐릭터를 통해 밝고 명랑한 캐릭터도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영화 ‘보안관’, 드라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이후 잔망스러운 매력을 오랜만에 보여주는 조우진은 이제훈 옆에서 브로맨스를 이룬다. 임원희는 역시나 그의 몫을 충분히 해낸다. ‘결백’ 이후 '도굴'로 두 번째 필모그래피를 채운 신혜선은 냉철한 모습과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매끄럽게 극을 이어나간다.

익숙한 소재, 예상이 가능한 스토리, 그 속에서 빛나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된 ‘도굴’. 일 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는 코로나19로 우울함을 토로하는 이들에게 ‘도굴’은 유쾌함을 선사할 수 있을까. 클리셰로 똘똘 뭉친 ‘도굴’이 침체된 극장가 전체를 살릴 구원투수로 활약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1월 4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4분.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도굴' 포스터, 스틸컷]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