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솜, 유나 역을 망설였던 이유 [인터뷰]
입력 2020. 11.03. 16:22:24
[더셀럽 전예슬 기자] 물 만난 물고기다.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을 찾아보며 갈매기 눈썹에 블루블랙 염색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1990년대 스타일을 2020년대로 그대로 소환한 배우 이솜이다.

개봉 2주차가 넘었지만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장기흥행에 돌입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은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솜이 키부터 외모, 취향, 성격까지 모든 것이 다른 고아성, 박혜수와 만났다. 단 하나의 공통점은 각자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과 개성, 연기력이란 것. 이 점이 이솜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으로 끌어들였다.

“여성 또래 배우들과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전부터 항상 있었던 생각이었죠. 그런 시나리오가 있다고 해도 저한테 들어올까 생각했어요. 이 시나리오를 받고 열심히 잘 준비해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답니다.”



이솜은 극중 삼진전자 마케팅부 사원 정유나 역을 맡았다. 영어 이름은 미쉘. 강렬한 외모와 패셔너블한 스타일, 남 눈 신경 안 쓸 것 같은 당당함으로 걸크러시 그 자체인 인물이다. 그러나 이솜은 유나에게 단순히 당당한 모습만 부여한 게 아닌, ‘인정욕’을 불어 넣었다.

“사실 마냥 걸크러시 느낌은 제 스스로 흥미롭지 않아서 처음에는 유나라는 캐릭터를 해야 하나란 고민이 들기도 했어요. 감독님이 가장 큰 결정적이고, 긍정적이게 시나리오를 보여주셨죠. 또래 배우들과 한다는 점,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강한 캐릭터 이면에 정서적인 것을 많이 넣고 싶었어요. 촬영 전까지 고민을 하고 찾아보다가 유나는 인정받고 싶어서 이러는 거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인정욕을 넣어봤죠. 사람다워지고 친근해지더라고요. 친구들과 있을 때와 상사들과 있을 때 느낌은 자연스럽게 다른 톤이 나왔어요. 유나는 아는 척을 많이 하고 이야기도 많이 해요. 사실 유나는 인정을 받고 싶어서 책을 많이 봤다고 생각했어요. 탐정소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고 그래서 많은 정보를 흡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 비서실에서 있었을 때 ‘꽃뱀’이라 불리는데 그 전사(前史)를 고민해 봤어요. 나 혼자 당하는 건 괜찮은데 주변 인물들까지 피해를 받아 유나가 들고 일어난 거죠. 그래서 자영(고아성)이가 폐수 사건을 파헤치자고 했을 때 정확한 증거가 있어야한다고 이야기를 유나가 하고요.”

매사 다른 시선으로 보는 삐딱함과 돌직구 멘트로 현실의 냉정함을 일깨우는 유나. 이솜은 그런 유나와 자신은 정반대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유나와 저는 정반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영과 보람(박혜수), 유나 셋을 비교해보자면 유나와 가장 닮은 것 같아요. 하하. 저는 할 말을 많이 안하고, 아는 척도 안하거든요.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해요. 주변에선 제가 할 말하는 편이라고 하지만요. 그래서 유나와 가장 닮은 것 같아요. 캐릭터와 제가 만나 유나가 탄생한 거죠.”



이솜은 외적으로도 변신을 꾀했다. 이솜은 90년대 당시 유행이었던 갈매기 눈썹과 블루블랙 헤어, 매트한 피부 표현, 그리고 밍크 브라운 립스티 색깔을 립 라이너와 함께 적용했다. 의상도 자기주장이 확실한 유나를 표현하고자 금 액세서리, 롱부츠, 미니스커트와 파워 숄더의 정장 룩을 매칭했다. 이러한 것들은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면서 참고했다고.

“95년도 사진이었는데 의상팀에게 보여주고 그대로 유나에게 넣고 싶다고 말했어요. 모니터를 보는데 가상 속 캐릭터이긴 하지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죠. 의상을 구하기 위해서 의상팀과 영화 초반, 동묘시장을 갔어요. 귀한 아이템들이 많더라고요. 90년대 느낌이 나는 의상이 많았는데 지금 다시 레트로가 유행해서 그런지 굉장히 많았어요. 의상팀과 이런 아이템이 영화에 들어가면 좋겠다고 찾아보기도 하고, 구매도 했어요. 요즘 분들이 많이 입는 스타일과 크게 다르진 않더라고요. 액세서리 같은 것들은 볼드한 스타일이 많았어요. 선글라스 같은 것들도 재밌는 게 많아서 보는 즐거움이 있었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IMF 국제 금융의 한파가 몰아치기 직전, 개성과 개인주의가 막 꽃을 피우고, 멋과 자유를 구가했던 시대를 그려냈다. 의상팀은 물론, 미술팀, 분장팀 역시 철저한 자료조사와 발품을 통해 그 시대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 놨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았어요. 회사의 유니폼이나 아침체조를 한다는 것 등이요. 미술팀, 소품팀이 잘 표현해주셨죠. 세트장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시대적인 분위기도 흥미로웠어요. 한편으로 90년대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지금보다 멋스럽고, 과감했으니까요. 그러나 그 시대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살고 있고,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코로나19가 있지만 몇 십 년 뒤 보면 ‘잘 이겨냈다’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모델 출신인 이솜은 지난 2010년 영화 ‘맛있는 인생’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이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푸른소금’ ‘하이힐’ 등 작품을 통해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다 ‘마담 뺑덕’으로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제는 ‘모델 출신 배우’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그다.

“배우로 자리잡아가는 게 아직은 어렵다고 생각 들어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요. 스릴러와 액션 연기를 아직 안 해봤어요. 그러나 한 작품, 한 작품을 하면서 조금씩은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경험을 하는 거니까요. 어제의 저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들어요. 어떤 이미지에 박혀있고, 한정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안 해봤던 것에 호기심이 많죠. 도전하는 것에 겁이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요.”

한 시간 정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솜에게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향한 애정도가 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또래의 여성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을 원해다는 이솜의 생각은 이 영화를 만나면서 제대로 빛을 발했다.

“또래 배우들과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소중했어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죠.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해고, 잘해내고 싶었어요. 지난 1월에 촬영을 끝낸 후 코로나19 때문에 8개월을 쉬었어요. 영화 홍보를 하는데 행복한 요즘이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관객들이 많이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열심히, 최선을 다해보려고 해요. (웃음)”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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