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던 날’ 김혜수·이정은·노정의, 벼랑 끝에 몰린 이들에게 ‘온기’ 한 스푼 [종합]
입력 2020. 11.04. 17:28:08
[더셀럽 전예슬 기자] 연기 구멍 없는 세 사람이 만났다. 각자 삶의 벼랑 끝에 선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를 촘촘하게 그려낸다. 김혜수가 당기고, 이정은, 노정의가 탄탄하게 받쳐주는 영화 ‘내가 죽던 날’이다.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박지완 감독, 배우 김혜수, 이정은, 노정은 등이 참석했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각자 삶의 벼랑 끝에 선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를 세밀하고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다. 연출을 맡은 박지완 감독은 “일부러 여성 서사 중심으로 한 건 아니었다. 관심 가지는 이야기로 하다 보니 우연히 여성 중심 이야기였다”면서 “서로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 남의 인생을 들여다볼 때 발견할 수 있는 걸 찾으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캐릭터가 등장했다. 딱히 여성 서사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시나리오를 같이 본 분들이 말씀해주셔서 저도 알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수는 극중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현수 역을 맡았다. 드라마 ‘시그널’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는 다시 한 번 형사 역할에 도전한다. 김혜수는 “실제 제가 이 영화를 선택했을 때 시기적으로도 제 스스로 드러나지 않는, 드러낼 수 없는 좌절감이나 상처가 있어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촬영, 연기하면서, 함께 만나는 배우들을 통해 많은 위안을 얻었다. 촬영현장에서도 따뜻한 연대감을 느꼈다. 관객 여러분에게 이 영화가 어떻게 다가갈지 사실 잘 모르겠다. 저희가 정해놓은 주제, 메시지가 있지만 받아들이는 분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이라며 “다만 누군가가 됐던 간에 남들이 모르는 좌절, 상처 등의 순간은 본인이 깊게 겪으면서 살아가지 않나. 요즘처럼 힘이 드는 시기에 극장에 오기가 쉽지 않지만, 극장에 오는 분들에게 따뜻하고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촬영했다”라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이정은은 손을 내밀어준 무언의 목격자 순천댁으로 분했다.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순천댁은 극에 긴장감을 더하며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정은은 역할 준비 과정에 대해 “목소리가 없는 걸 혹시라도 관객들이 집중해서 볼 수 있을까 싶었다. 잘 듣고, 반응하려고 했던 게 제일 중요해 감독님과 오랫동안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다”라며 “후시 작업도 많이 해 힘들고 낯설게 나오는 소리를 만들려했다. 또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장면을 대체하기 위해 필체를 만드는 일 또한 연구를 많이 했다”라고 덧붙였다.

‘내가 죽던 날’은 세진이 사라진 이후의 상황을 그린 이야기로 현수가 세진의 사건을 담당한 전직 형사, 연락이 두절된 가족, 그가 머물렀던 마을의 주민들을 차례로 만나며 세진이 사라진 이유를 되짚어보는 탐문수사 형식을 띤다. 이러한 전개로 설정한 이유로 박지완 감독은 “모든 이야기가 미스터리지 않나. 형사라는 직업이 사람들을 들여다볼 기회가 많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현수는 경험이 많고, 베테랑 형사다. 자신이 겪은 일 때문에 범죄를 다루는 게 아닌, 자신의 고통을 통해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현수가 쫓아가는 이야기를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수는 자신이 믿었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피폐하고 초췌한 외적인 변화까지 감행하며 역할에 몰입했다. 김혜수는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시나리오를 읽기 전, 제목부터 이미 마음을 뺏긴 느낌이 있었다. 저에게는 운명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시나리오를 읽어가면서 이건 뭔지 모르지만 내가 꼭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도 그 시기에 위로 같은 게 간절했다. 현수를 준비하기 위해서 감독님, 제작진, 배우들과 모여 많은 이야기를 했고, 촬영하는 동안에도 수시로 의견을 교류하고 제안했다. 다른 것보다 이 이야기에서 현수를 포함해 대부분 인물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정할 수 있는 모든 것, 계산할 수 있는 모든 것, 보여지기에 작위적인 것들은 최대한 배제하자라는 게 가장 크게 있었다. 누구나 상처가 있지만 저 역시 아픈 구석이 있지 않나. 감독님과 같이 극을 풀어가면서 실제 제가 경험을 했던 감정, 상황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민정과 현수가 이야기하는 오피스텔 장면이다. 잠을 못 자는데 자게 되면 악몽을 꾼다고 하는데 그게 실제 제가 1년 정도 꿨던 꿈이다. 배역과 결과적으로 잘 맞았던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김혜수, 이정은뿐만 아니라 노정의의 연기도 눈길을 모은다. 섬의 절벽 끝에서 사라진 소녀 세진 역이 노정의는 “쉽지 않다면 쉽지 않은 역할이지만 그 당시 마음의 상처가 컸던 상태라 세진이로 승화해 표현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한 순간에 모든 걸 잃고 아픔과 상처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 모든 걸 잃은 어린 아이의 모습과 표정 등을 중점적으로 했다”라고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전했다.

관록이 묻어나는 대선배 김혜수, 이정은과 호흡 소감에 대해 그는 “처음에는 교장선생님 두 분이 계신 느낌이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덧붙여 “부담이 많이 됐지만 선배님들과 함께하는데 완성도가 높은 작품에 제가 누를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가장 컸다. 처음에는 부담이었다가 나중에는 이번 기회를 통해 저의 부족함을 채워가고 배워가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배님들의 뒤를 잘 따라가고 싶다. 부족하지 않은 후배가 돼 그 길을 걸어 나가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김혜수와 이정은, 노정의의 연기 앙상블이 빛나는 ‘내가 죽던 날’은 오는 12일 개봉 예정이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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