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 권수현 "오늘의 청춘들, 평범함에서 오는 특별함" [인터뷰]
입력 2020. 11.09. 11:06:43
[더셀럽 김희서 기자] 배우 권수현이 또 하나의 도전을 무사히 마쳤다. 현실에 맞닥뜨린 청춘의 얼굴과 동시에 힘겨운 청춘들에게 쾌활한 에너지로 위로를 전하며 ‘청춘기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진우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tvN 월화드라마 ‘청춘기록’(극본 하명희, 연출 안길호)은 현실의 벽에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 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의 성장 기록 드라마. 권수현은 극 중 사혜준(박보검), 원해효(변우석)와 20년 지기 친구이자 사진작가를 꿈꾸며 하루하루 촬영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사회초년생 김진우 역으로 분했다. 혜준과 해효의 성공을 누구보다 기뻐하고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쾌활한 성격으로 장난스럽지만 때로는 진심어린 응원과 위로로 진한 우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지난 달 27일 종영한 ‘청춘기록’은 ‘닥터스’, ‘사랑의 온도’ 등 특유의 감성 로맨스극으로 탄탄한 드라마 팬 층을 보유한 하명희 작가와 ‘비밀의 숲’,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WATCHER’ 등 섬세한 연출력으로 명실상부한 안길호 감독이 의기투합해 기대를 높였다. 안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진우를 만나게 된 권수현은 촬영이 모두 끝낸 뒤 누구보다 떨렸던 첫 방송 당일을 회상했다. 특히 사전 제작 작품이 처음이었던 권수현에게 ‘청춘기록’은 도전이었다. 촬영과 방영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드라마와 달리 모든 촬영을 마치고서야 시청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 특성상, 불안감도 있었지만 ‘청춘기록’은 화제성과 인기 모두 사로잡으며 16회 자체 최고 시청률 8.7%(유료가구기준/닐슨코리아 제공)로 막을 내렸다.

“안길호 감독님이 먼저 연락을 주셔서 미팅하게 됐다. 워낙 그 전부터 감독님의 팬이어서 감독님과의 만남만으로도 기대했던 일이었다. 언젠간 감독님이랑 작품을 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다음 미팅 때 진우 캐릭터를 이야기해주셔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사전 제작인 작품은 처음이라서 촬영이 다 끝나고 방송되기 전까지 기다리는 1~2주일이 되게 떨렸다. 첫 방송하는 날에는 아침부터 속도 안 좋고 긴장이 됐다. 다 끝내고 숙제 검사받는 느낌이라서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과는 또 달랐던 것 같다. 시청률이 잘 나오길 예상했다기보다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시청률이 성적으로 보여지긴 하지만 시청률보다 웰 메이드 작품으로 감독님이 잘 만들어주셔서 많이 봐주셨으면 했다.”

‘청춘기록’은 청춘들의 꿈, 사랑뿐만 아니라 끈끈한 우정을 지켜가는 모습도 함께 담았다. 극 중 혜준, 해효, 진우는 20년 지기 친구이자 가정형편은 각각 다르지만 모두 ‘한남동’에 사는 동네 친구다. 세 사람은 각자의 꿈을 위해 나아가는 청춘들인 만큼 각각 마주하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지치기도 하지만 모이면 서로의 고민, 넋두리를 털어놓으면서 여느 20대와 다름없이 깊은 우정을 쌓아갔다. 툭툭 내뱉는 말이지만 상처받지 않고 농담으로 맞받아치는 거나 사소한 장난치는 모습들이 ‘찐친’면모를 보였다. 세 사람의 ‘찐’ 케미스트리는 권수현을 비롯해 박보검, 변우석 세 배우의 진심이 통한 덕분이다.

“전체 리딩하기 전에도 먼저 만나서 리딩도 같이 하고 식사자리도 가졌다. 다들 워낙 친해져서 연락도 자주 하고 있고 (박)보검에게는 면회도 한 번 가겠다고 했다. 보검이나 (변)우석이보다 형이다 보니까 애들이 처음에는 존댓말 했는데 제가 그러지 말라고 했다. 어쨌든 카메라 앞에서 진짜처럼 보이려면 우리가 더 진짜가 돼야하지 않겠냐고 이야기도 해서 첫 번째가 말을 놓고 친해지기로 했다. 그렇다보니 어느새 극 중 캐릭터처럼 친해지게 됐다. 현장에서도 리허설 할 때나 안 할 때나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사적인 이야기도 하고 대사도 맞춰보면서 장난도 치고 재밌게 지냈다.”

권수현은 진우의 매력을 평범함에서 나오는 특별함이라고 짚었다. 공교롭게도 혜준, 해효, 진우 모두 연예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상황과 위치는 달랐다. 혜준과 해효는 카메라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존재감을 뽐내는 반면 진우는 카메라 밖 인턴 사진작가로서 잡다한 일도 다 도맡아야했다. 그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도 받고 억울한 일들도 겪지만 묵묵히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는 진우는 요즘 사회초년생들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다. 또 금수저인 해효와 자존감이 높고 엄마의 일을 존중하는 조금은 남다른 혜준과는 다르게 적당한 형편에 친구의 집에서 일하는 엄마의 일을 하지 말라고 투정하는 솔직함이 공감을 자아냈다.

“제 20대 때 생각이 났다. 누구든 자기가 살아온 것들이 가장 치열하고 힘들다고 느끼겠지만 저도 정말 누구보다 치열하고 힘들고 열심히 20대를 보냈는데 그런 모습들이 진우에게 잘 비춰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진우라는 캐릭터는 평범함에서 나오는 것 같다. 특별하지 않으니까. 혜준이나 해효같이 특별한 직업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니까. 집안 상황도 좋든 나쁘든 두 친구들에 비해 진우는 평범하다 보니까 주변에서 보면 찾을 수 있는 그런 친구 같았다. 그래서 공감되는 부분들도 있었고 그런 모습들을 주변에서 찾으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진우는 이 시대의 그냥 청춘의 모습을 대변하는 캐릭터이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청춘기록’에서는 청춘들이 다양한 상황과 관계에 놓이면서 느끼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 매 회 공감을 자아냈다. 이 가운데 단연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성공의 격차가 벌어졌을 때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열등감, 자격지심에 대한 감정이 눈길을 끌었다. 가장 친한 친구이지만 따라잡을 엄두가 안 날 정도로 성공한 혜준 혹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해효의 곁에서 평범하고 보통의 사회초년생으로 지내는 진우는 위축되지 않았다. 이들에게 열등감을 갖기보다는 서로의 꿈을 인정하고 응원했다. 그런 진우의 긍정적인 성격은 권수현과도 꽤 닮았다.

“사실 저를 움직이는 큰 요소 중에 하나가 열등감이고 자격지심인데 저는 오히려 좋게 해석하려고 한다. 사람이 살면서 그런 감정들을 느끼지 않고 살 수는 없으니까. 또 경쟁이 치열한 직업군에 속해있기도 하고. 대신 열등감이나 자격지심을 어릴 때부터 좋은 계기로 삼으려고 했다. 그게 극복하는 저만의 방법이기도 하고 그 열등감이나 자격지심으로 움직이는 제가 더 열심히 하게 돼서 열등감이나 자격지심을 갖게 하는 존재가 밉지 않다. 나름 좋고 어느 정도 갖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진우는 아마도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큰 아이니까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저랑 닮아있지 않나싶다.”

진우의 삶에 유일한 일탈은 원해나(조유정)와 비밀 연애였다. 시작부터 끝을 정해두고 시작한 교제였던 만큼 진우와 해나는 쿨한 연애를 즐겼다. 특히 친구의 여동생이자 오빠의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된 관계였던 만큼 조심스럽게 사랑을 시작한 진우와 해나의 로맨스는 연애세포를 자극하며 짜릿한 설렘을 선사했다.

“실제로 나이차가 나가지고 서로 맞춰가는 대화를 많이 했었다. 유정이한테도 부담가지고 잘하려하지 말고 뭐든 하면 내가 잘 받아주겠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예쁘게 나오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 유정이랑 따로 만나서 리딩도 하고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흔치 않은 상황이니까 어떻게 하면 그 흔치 않은 상황에서 공감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감독님이랑도 이야기를 하면서 만들어나갔던 것 같다.”

두 사람이 무사히 결혼까지 성공하기를 기원했던 시청자들의 바람과 달리 진우 해나 커플은 결국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이별을 택했다. 진우는 현실을 뛰어넘기보다 ‘연애는 판타지, 결혼은 현실’이라는 신념을 지켰다. 허물 수 없는 현실의 벽이라도 사랑의 힘으로 해피엔딩을 쟁취하길 기대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만하다. 반면 권수현은 진우와 해나의 결별에 찬성했다. 그러면서 20대만이 나눌 수 있는 현실적인 사랑에 의미를 찾았다.

“아쉬움은 없다. 16부 대본을 받아보고 저는 작가님이 정확하게 의도한 부분인진 모르겠지만 사실 20대 연애라는 게 아닌 경우도 있지만 젊은 친구들의 연애라는 게 가장 뜨겁지만 그 뜨거운 게 끝까지 가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니까 작품에 현실 고증도 되게 많았던 것 같다. 드라마처럼 영화처럼 20대 첫사랑이랑 오랫동안 운명처럼 백년해로하는 건 정말 드라마나 영화 같은 일인데 해나와 진우의 연애는 진짜 현실적인 이야기란 생각을 해서 헤어지는 장면이 마음 아프고 슬픈 감정을 갖고 촬영했지만 이야기에 있어서는 더 공감이 갔다. 또 20대 연애가 뜨거운 만큼 깨지기도 쉽고 그만큼 더 기억에 남는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시청자 분들 입장에선 두 사람이 행복했으면 했다고 아쉬워하실 수도 있지만 결국 해나와 진우가 헤어지는 게 진짜 이야기이지 않을까.”

권수현이 보여준 청춘의 얼굴은 활기찼다. 26세의 걸맞는 들뜬 모습과 이제 막 시작한 패기넘치는 진우를 완벽 소화한 권수현은 ‘청춘기록’을 통해 연기에 있어 더욱 단단한 내실을 다지게 됐다. 용기가 필요했고 깊은 고민을 담아 완성된 ‘청춘기록’은 권수현에게 청춘물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었다.

“배우 생활에 있어 스펙트럼이 그래도 조금은 커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진우랑 실제 저의 모습은 거리가 있는 편인데 실제 성격이랑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도전이었다. 극 중 설정 나이도 그렇고 많은 걸 고민했던 역할이고 작품이었다. 연기에 있어 스펙트럼을 넓혀 조금 더 많은 걸 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됐다. 제가 항상 청춘물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해왔어서 ‘하나 해냈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다. 동료 배우들한테도 그렇고. 선배들도 그렇고 안길호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많은 걸 배우는 시간이었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게 많고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은 권수현은 그의 청춘이 어떻게 기록되길 바랄까. 그는 목표만을 섣불리 내세우기보다 진정성있게 대중들에게 스며드는 배우로 나아가길 희망했다.

“‘청춘기록’은 저에게 정말 많이 기억되는 작품이지 않을까. 포스터 메인 카피인 ‘함께하고 기억해줘’처럼. 지금도 기록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청춘이란 게 나이에 국한된 건 아니지 않나. 계속해서 저는 연기를 하기 위해서 부끄럽지 않은 배우로, 연기 잘하는 배우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면서 기록되고 싶고 그게 청춘일 것 같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직업을 갖고 있으니 예쁘게 보여지고 기록됐으면 좋겠다. 지금 목표는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자’다. 개인적으로는 ‘청춘기록’이 잘 끝나서 좋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면서 올 한해를 마무리할 것 같다. 또 다른 캐릭터로 내년을 시작하면 좋겠다. 대외적으로는 2020년이 없어진 것 같은데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여행도 다니고 상황이 좋아졌으면 한다.”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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