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저 빛…김혜수·이정은, ‘내가 죽던 날’로 전하는 온기 [씨네리뷰]
- 입력 2020. 11.11. 07:00:00
- [더셀럽 전예슬 기자] 켜켜이 감정을 쌓아가다 클라이맥스에 터진다. 배우 김혜수, 이정은의 연기 앙상블은 두 말 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왜 이렇게 된 걸까”라는 김혜수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 세진(노정의)을 추적하는 형사 현수(김혜수)를 따라간다.
세진은 유복한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살아가던 소녀였다. 그는 갑작스럽게 사망한 아버지가 범죄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요 증인으로 채택된 세진은 섬마을에 고립돼 보호를 받지만 홀로 상처를 안고 하루하루를 견뎌내던 그는 유서 한 장만을 남기고 사라진다.
오랜 공백 끝 복직을 앞둔 현수에게 세진의 자살 사건이 주어진다. 그의 시체를 찾지 못했지만, 절벽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긴 CCTV와 유서가 발견돼 이미 사건은 잠정 결론이 지어진 상황.
사건 종결서만 작성하면 됐지만 현수는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어딘지 모르게 자신과 닮은 세진에게 점점 몰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순천댁(이정은)을 만나게 되고, 순천댁은 현수에게 세진의 마지막 행적을 알려준다.
영화는 김혜수를 중심으로 이야기 실타래가 풀어져간다. 김혜수는 극의 중심에서 단단한 기둥 역할을 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힘 있게 끌고 간다. 그러나 그 과정이 다소 늘어지게 느껴질 수 있겠다. 이정은을 비롯해 김선영, 이상엽, 문정희 등과 만나는 장면에서 감정선이 지나치게 연장되기 때문. 반복되는 설명과 장면을 삭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6분의 러닝타임을 꽉 채우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현수를 맡은 김혜수는 묘하게 연결된 감정의 사슬, 공통의 상황을 자신과 동일시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내면의 변화를 섬세히 그려낸다.
이정은의 연기 또한 압도적이다. 목소리를 잃은 역할이라 제대로 된 대사,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지만 눈빛, 입술, 표정, 행동 하나하나, 심지어 필체까지 순천댁과 혼연일체 된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도 안 구해줘, 네가 구해야지. 인생 네 생각보다 훨씬 길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그동안 쌓아왔던 감정이 결국 폭발해버리고 만다.
제목만 보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인가’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죽던 날’은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하게 그리운 이들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휴먼 힐링 드라마’다.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인물의 내면을 통해 사람을 들여다보는 것. 그렇기에 후반으로 갈수록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이어진 연대는 빛을 발한다.
‘내가 죽던 날’은 오는 12일 개봉 예정이다. 러닝타임은 116분. 12세 이상 관람가.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