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규환', 실패는 있어도 실패자는 없다[씨네리뷰]
입력 2020. 11.11. 11:19:08
[더셀럽 박수정 기자] 누구나 저마다의 실패를 안고 산다. 실패를 무서워하고,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힐까 봐 두려워한다. 그런 그들에게 무심한 듯 툭 말을 건넨다. 실패해도 괜찮아, 망해도 괜찮아. 담백한 위로와 무해한 웃음으로 전 세대를 응원하는 영화 '애비규환'이다.

'애비규환'은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정수정)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이해영)와 집 나간 예비 아빠(신재휘)를 찾아 나서는 설상가상 첩첩산중 코믹 드라마이다.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알맹이도 신선하다. '가족'을 소재로 다룬 이전의 코믹극들과는 결이 다르다. 기존 가족극에서 흔히 봐왔던 예상 가능한 스토리를 따라가기보단 '의외성'을 부각해 새로운 그림들을 펼쳐낸다.



예사롭지 않은 인물들은 극을 흥미롭게 끌고 간다. 주인공 토일(정수정)은 재혼 가정에서 자란 20대 초반 여성이다. 세상이 규정해놓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것에 대해 결핍을 안고 있다. 고등학생 신분인 연하 남자 친구 호훈(신재휘)과 덜컥 속도위반으로 임신을 하게 된 토일은 부모님 앞에서 당당히 임신 5개월임을 밝힌다. 자신은 계획대로, 실패하지 않고 가정을 제대로 꾸릴 수 있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극과 극인 토일과 호훈의 부모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한문 선생님인 토일의 현 아빠(최덕문)는 토일에게 외계어 같은 사자성어로 훈계하고, 사회 윤리 선생님인 토일의 엄마(장혜진)는 막장 드라마 같은 상황 속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는다. 호훈의 부모(강말금, 남문철)도 독특하다. 'K-시월드'에서 흔히 봐왔던 캐릭터와는 다르다. 19금 농담을 던질 정도로 상상 이상의 오픈마인드로 토일과 호훈의 상황을 받아들인다.

그런 호훈의 부모를 만난 후 토일은 문득 자신을 버리고 간 친아빠(이해영)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추진력 강한 토일은 '최 씨', '기술가정 선생님'이라는 두 가지 단서만을 가지고 고향 대구로 떠난다. 친아빠에 대한 호기심으로 출발한 이 여정은 토일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된다.

이처럼 톡톡 튀는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워 '애비규환'은 혼전 임신, 재혼 가정, 세대 갈등까지 현실 밀착형 소재를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확실하다. '재혼가정=불행'이라는 프레임을 기분 좋게 타파하고, 세상의 편견과 남들이 정해놓은 '실패자'의 틀에서 벗어나 성장하게 되는 주인공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미덕은 남을 해치지 않는 편안한 웃음이다. 코믹극이라 해서 억지로 웃음을 쥐어짜내지 않는다. 재기발랄한 유머 코드들이 이 영화의 묘미다. 전 세대가 다 함께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포인트들을 적재적소에 잘 심어뒀다. 여기에 감동도 있다. 코믹극의 전체적인 톤을 잃지 않으면서도, 마음을 툭 건드리는 대사와 장면들이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정수정의 첫 스크린 데뷔도 성공적이다. 이 시대의 청춘, 이 시대의 여성의 얼굴을 한 정수정의 성장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코믹 연기도 포텐을 터트린다. 귀엽고 발랄한 코믹 연기로 사랑받았던 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2010),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과는 또 다른 현실 밀착형 코믹 연기로 진가를 보여준다.

배우로 잔뼈가 굵은 장혜진, 최덕문, 남문철, 강말금의 조합 역시 빛난다. 토일의 예비 남편 호훈으로 분한 신재휘도 자신의 몫을 해낸다. 신스틸러의 활용법도 주효했다. 특히 최하나 감독의 단편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이창수는 '애비규환'에서 짧은 분량에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지막까지 강렬한 웃음 한 방을 날린다.

'애비규환'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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