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의, ‘내가 죽던 날’로 받았던 위로 그리고 치유 [인터뷰]
- 입력 2020. 11.13. 15:58:01
- [더셀럽 전예슬 기자] 충무로를 이끌 샛별이 탄생했다. 관록의 배우들 사이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한 배우 노정의 이야기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에서 세진 역을 맡은 노정의를 만나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노정의는 김혜수, 이정은 ‘베테랑 배우’이자 ‘연기 대선배들’ 사이에서 사건의 중심에 있는 소녀 세진 역을 맡으면서 특별한 연대에 힘을 싣는다.
“처음에는 걱정되는 마음이었어요. ‘누를 끼치진 않았나’란 걱정이 됐죠. 선배님들이 너무 좋아서 보면서 눈물을 흘렸어요. 제 연기는 ‘한참 부족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운 것밖에 안 보이더라고요. ‘지금하면 저것보다 잘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 한다면, 한 가지 더 잘 표현하지 않았을까’하는. 이런 아쉬움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만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했어요. 너무 존경하는 선배님 두 분과 그 외에도 좋은 선배님들이 있어서 ‘나만 잘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이었죠.”
노정의는 예기치 못한 상호아들의 연속으로 힘들어하는 10대 소녀의 외롭고 고통스러운 심경과 예민한 감정 변화를 촘촘하게 그려냈다. 한층 성장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촬영 전에는 불완전한 모습으로 연기했다면 영화 촬영 후엔 제 자신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하나 터득했어요.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선배님들이 도와주셨죠. 제가 욕심이 많은 편이에요. 욕심이 많다보니 따라가지 못하면 무너지더라고요. 무너지는 걸 예전에는 견뎌내려고 해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무너지는 건 무너지는 대로 놔두고, 새로 시작하면 된다는 걸 알았어요. ‘새로 쌓으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제 자신을 다시 한 번 더 새롭게 성장시키는 방법과 마인드컨트롤을 배우게 됐어요.”
노정의는 2016년 개봉된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서 홍길동을 쫓아다니는 껌딱지 동이 역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바. 이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은 그는 ‘내가 죽던 날’의 세진 역으로 연기 깊이를 더했다. 특히 세진 역은 감정의 진폭이 큰 캐릭터라 그를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고충이 컸을 터.
“‘내가 죽던 날’은 오디션을 봤어요. 세진 역에 제가 될 줄 몰랐어요. 처음엔 ‘해보고 싶다’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3차 합격까지 가면서 점점 욕심이 많아지고, 긴장을 하게 됐죠. 세진은 한순간에 모든 걸 잃는 소녀잖아요. 어린 나이에 상실감을 겪었을 때 어떤 표정이 나오고, 마음상태일지에 중점을 뒀어요. 일차적으로 상실감이 왔을 때 견뎌내고자 하는 세진의 마음이 있어요. ‘어떻게든 살아야지’ 하고 있을 때 형준(이상엽)을 만나고, 새롭게 의지할 사람이 생겼는데 그 사람마저 떠나요. 세진이 아니어도 견딜 수 없는 상처였을 거예요. 마지막에 모두가 떠났을 때 혼자 견디지 못할 상실감과 상처를 안는 세진의 표정, 마음가짐, 무뎌진 세진의 얼굴을 가장 표현하고 싶었죠.”
2011년 드라마 ‘총각네 야채가게’로 데뷔한 노정의는 아역 시절부터 활동을 시작, 어느덧 데뷔 10년차가 됐다. 어릴 때부터 연예인과 연기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는 그는 부모님의 지원과 열렬한 응원 덕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한다.
“2008년부터 모델 일을 시작했어요. 광고로 먼저 시작했죠. 광고촬영 현장이 기억에 남아요. 그때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고, 당시 제 모습도 재밌어서 가족들이랑 웃으면서 보죠. 6, 7살 때부터 TV에 나오는 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8살 때 처음 시작하게 됐죠. 부모님은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라고 해주셨어요.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건 다 해보라고. 어린 나이에 단순한 오기심이라고 생각하고 경험삼아 해보라고 하셨어요. (웃음) 처음 오디션을 갔다 왔을 때 제가 ‘또 하고 싶다’라고 했다더라고요. 부모님께선 어린 나이에 헛된 꿈을 가질까봐 그 다음엔 가장 힘들다는 사극에 보냈는데 또 하고 싶다고 했죠. 그 이후로 계속 지원해주셨어요.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제가 하고자하고, 좋아하는 일이라고 하니까 먼저 찾아봐주시고 지원해주셨죠. 모니터링도 항상 해주시고, 피드백도 해주세요.”
올해 스무 살이 된 노정의. 앞으로 보여줄 얼굴은 물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멜로’를 언급하며 수줍게 웃었다.
“코미디도 하고 싶고, 스무 살이 됐으니까 멜로도 하고 싶어요. 스무 살부터는 스무 살만의 연애 방식이 있잖아요. 그런 연애를 담은 내용도 있고. 20대가 할 수 있는 것들, 코미디 멜로도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해보고 싶어요. 선배님들도 모든 걸 많이 경험해보라고 하셨죠. 20대 연애가 아니어도 다양함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배우들의 뜨거운 연기 열정과 빛나는 앙상블이 돋보이는 ‘내가 죽던 날’. 그 속에서 노정의는 선배 연기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건네고 있다.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내가 죽던 날’은 노정의에게 어떤 영화로 남을까.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작품이요. 제가 부족한 게 많았는데 찾아내지 못하고, 해결책이 없을 때 이 작품을 만나고, 선배님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 하나의 무언가가 됐기 때문이죠. 현재 모두가 정말 힘든 시기잖아요. 저희 영화가 마냥 어둡진 않아요. 마음 편안하게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와 생각을 내려놓고 온전히 저희 영화에 집중하면 그 순간만큼은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과 위로를 받으실 거예요. 조금 떨쳐내고 가셨으면 해요. 힘드신 것들을.”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