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재, '2006'에 담고 싶었던 그의 이야기 [인터뷰]
- 입력 2020. 11.16. 12:59:34
- [더셀럽 김희서 기자] “제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뚜렷하게 담았다. 지금처럼 혼란스럽고 복잡하고 답답한 순간에 잠시나마 예뻤던 시간을 회상하면서 쉴 수 있는 그런 기분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적재는 지난 12일 두 번째 미니앨범 ‘2006’을 발매했다. 앨범 발매에 앞서 적재는 안테나뮤직 사옥에서 더셀럽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2006’은 대중들에게 확실한 존재감을 알린 ‘별 보러 가자’가 수록된 EP앨범 ‘FINE’의 연장선인 앨범으로 가장 적재다운 음악을 담아냈다. 특히 3년 만에 발매되는 적재의 새 미니앨범인 만큼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첫 번째 미니앨범이 나온 지 벌써 3년 8개월이 지났더라. 그동안 OST나 싱글도 발표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여러 사람들과 협업도 해보고 음악적으로 제 색을 떠나서 작곡, 작사에도 참여했는데 두 번째 미니앨범 같은 경우, 최대한 제 손이 닿은 음악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제가 잘 할 수 있었고 저 다운 앨범이 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만든 앨범이다.”
적재의 새 앨범에는 타이틀곡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을 비롯해 ‘풍경’, ‘알아’, ‘너 없이도’, ‘흔적’까지 총 5곡이 수록됐다. 적재의 정규 앨범을 바라왔던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앨범 발표를 확정짓고 본격적인 음악 작업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했다고. 약 1여년의 시간동안 적재는 오롯이 음악에 담고 싶은 진심에 집중했다. 그는 앨범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앨범 작업은 곡 별로 따지면 가장 오래된 건 2~3년 된 곡도 있다. 앨범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곡 정리를 한 건 작년 말쯤이었다. 겨울부터 구상을 하고 본격적으로 12월부터 녹음을 시작했다. 타이틀곡은 원래는 다른 곡이었는데 타이틀곡이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반짝 빛났던, 나의 2006년’으로 갔다. 제가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도 명확하고 제가 많이 생각하던 게 많은 분들이 이 음악을 들으면서 ‘나의 가장 순수하고 예쁘고 빛나던 때는 언제였지?’를 떠올려봤으면 했다. 그래서 타이틀곡으로 잘 결정한 선택이었다.”
적재는 시대적 향수와 그리움을 소재로 공감을 선사했다. 앨범명과 타이틀곡을 봐도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하는지 도무지 감이 안 오는 앨범들이 있다. 그에 반해 적재의 앨범명인 ‘2006’과 타이틀곡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은 특정 연도와 ‘반짝 빛나던’이라는 문구만으로도 친숙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적재의 '2006'은 누구든 지나왔을 2006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연결고리가 되고 적재의 추억과도 이어졌다.
“2006년이 제가 06학번이라 대학 신입생 때였다. 중학교 때 처음 기타를 치고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가서 꿈에 그리던 대학생활을 했는데 예대다보니까 전국에서 잘한다는 사람들은 다 모여있는 곳이었다. 순수하게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공부했는데 돌이켜보니까 순수하고 예뻤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만들어봤다. 왜 만화나 영화 보면 사람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이 있지 않나. 저는 학교 다닐 때 그런 경험을 처음 해봤다. ‘사람 눈도 이렇게 반짝일 수 있구나’라는 순간이 기억에 많이 남아서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을 타이틀곡으로 만들게 됐다. 앨범명이 ‘2006’이고 타이틀곡도 ‘반짝 빛나던, 2006년’이니까 들어주시는 분들이 꼭 2006년이 아니더라도 반짝 빛나던 각자의 그때를 떠올리면서 제 노래를 듣고 지금처럼 혼란스럽고 복잡하고 답답한 순간에 잠시나마 예뻤던 시간을 회상하면서 쉴 수 있는 그런 기분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의 작업 동기에 대해 설명하던 적재의 눈빛 또한 빛이 났다. 마치 2006년 그때로 돌아간 듯이 적재는 행복했던 그 순간으로 추억에 젖었다. 학교에서 야외 수업 중 보았던 동기들의 반짝 빛나던 눈빛을 잊지 못한다는 적재에게 그 기억은 이따금씩 문득 떠오르는 그리운 시간이다.
“기억나는 순간은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안 된 시점에 날씨가 좋았다. 교수님이 날씨가 좋으니까 실내 말고 야외 나가서 수업하자고 했다. 모교에 텔레토비 동상이라고 하나 있는데 거기로 나가서 다들 앉았다. 그럼 교수님이 보컬 전공은 노래 해보라고 했는데 보통 그런 자리에서 빼는 사람들도 있을 법한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까 모두 나서서 자기 노래를 하고 기타 반주를 했다. 그게 제가 꿈꾸던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그때 노래하던 사람들, 연주하던 사람들의 반짝였던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적재에게 2006년은 그립고 애틋한 시간이지만 동시에 치열하게 살아온 상처의 기억도 남아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적재는 어느덧 14년차 음악인이 됐다. 스스로를 몰아세웠던 때에 벗어나 여유를 찾고 음악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을 안정적으로 다듬어갔다.
“조금 더 밝아진 것 같다. 2006년을 살아가던 당시 저는 항상 연습해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렸고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형, 누나들 사이에서 내가 잘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밤새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들과 비교해서 저를 채찍질하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기타리스트로 자리도 잡고 싱어송라이터로서 방향성을 조급해하지 않고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부족한 면을 채워야 하고 경험하지 못한 장르들도 해봐야한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안 좋은 감정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 슬럼프가 찾아오거나 우울감에 시달리는 부분이 덜할 수 있고, 아닌 척할 수 있는 점이 달라진 것 같다.”
‘~다운’가 대명사 뒤에 붙을 경우, 보통 고유의 특성이나 자격이 있음을 뜻하는 접미사로 쓰인다. ‘2006’을 가장 적재다운 음악을 담은 앨범이라는 소개글을 봤을 때 문득 ‘적재다움이 뭔데?’라는 궁금증을 유발했다. 대중적으로 적재다운 곡이라 말한다면 ‘별 보러 가자’와 같은 낭만적인 가사와 감성적인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떠올려질 거다. 하지만 반전이게도 적재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전부터 빠져있던 장르가 있었다. 한 장르, 한 곡만으로 과연 적재다운 음악을 표현할 수 있을까. 적재 역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정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적재다운’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저도 아직 저다운 게 뭔지 잘 모른다. 제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대표적으로 ‘별 보러 가자’를 떠올리시겠지만 제가 처음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하고 나서 어떤 음악을 할지 고민했던 건 흑인음악 연주를 하고 싶었다. 원래는 알앤비 제즈 소울 힙합 연주를 주로 했는데 나도 내가 이런 노래를 할 줄 몰랐다. 곡을 쓰면서 노랫말을 쓰고 누군가에게 잘 전달하는 음악을 만들다 보니 차분해지고 악기를 빼게 되고 제가 갖고 있는 기교를 절제해서 넣고 그렇게 되더라. 많은 분들이 저를 떠올리실 때 감성적인 걸 떠올리지만 속에는 아직도 흑인 음악을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다. 늘 하고는 싶다. 적절한 음악에 갖다 붙일 음악이나 이야기가 생각이 나면 언젠가 해보고 싶다. 늘 함께 연주하는 동료들도 그대로고 아무래도 기타리스트니까 락에 대한 의미도 남아있다. 지금은 대체로 차분하고 감성적인 음악을 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제가 저를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정의내리면 그 안에 갇히는 게 두렵기도 해서 이 앨범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적재다움’이랑 ‘제 손이 많이 닿아있는 곡’이라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적재는 최근 안테나 소속 뮤지션들의 앨범 작업에 참여하는 등 다년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유희열이 수장으로 있는 안테나뮤직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린 앨범이기도 했지만 작업 과정 중에 안테나에 합류하면서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앨범을 내고자하는 갈증은 있었지만 또 그냥 낼 수는 없고 잘 내야하니까 잘 만들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좀 더 걸리기도 했다. 제가 원체 작업기간이 길기도 해서 빠르게 작업하는 건 잘 안되더라. 작업 중간에 마음에 드는 곡이 나왔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팬들은 앨범 단위의 음악을 원하시니까. 안테나에 갔을 때 음악은 미리 완성돼있어서 그 외에 음악을 다듬는 과정을 함께 했다. 음악 외적인 부분을 신경 안 써도 되고 더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게 가장 크게 바뀐 것 같다.”
본격적으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행보를 예고한 적재는 지난 5~6년 간 몸을 담궜던 아이유의 세션 팀을 떠났다. 한 팀의 기타리스트와 팬들이 기다리는 무대에 오르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의 고민을 해 온 적재에게는 오래전부터 계획한 일이었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여파로 아름다운 작별 인사도 무산된 채 떠나야했지만 우연한 기회로 적재와 아이유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훨씬 전부터 계획한 건데 라이브 세션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해왔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저의 무대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둘 다 가져갈 수 없다 판단하고 아이유 씨도 잘 이해해주서 기분 좋게 잘 마무리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팬 분들 입장에서는 제 노래, 적재의 공연을 보고 싶은데 다른 아티스트 공연의 세션으로 있는 모습이 과연 좋은 그림일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유 씨랑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작년에 큰 투어 계획을 하고 있어서 내년까지만 함께하고 마무리하기로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투어가 취소됐다. 아이유 씨의 역사상 가장 큰 투어를 하는 거고 규모가 대단해서 이것만 하고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모든 게 취소되고 없어져서 고민하던 찰나에 아이유 씨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게된 거다. 마침 그날이 또 아이유 씨의 데뷔 12주년인 의미있는 날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특별 무대를 꾸미는 게 흔한 일이 아니니까 이번 기회를 통해 그때 못했던 작별인사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
앞으로 싱어송라이터로서도 일궈나가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그러면서도 적재는 기타리스트로서의 본분도 잃고 싶지 않아했다. 그간 다수의 아티스트와의 협업, 또는 작업에 참여함으로써 실력을 인정받아왔던 적재는 그 역시도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고 밝혔다. 그래서 적재는 여전히 새로운 장르, 개척하지 않은 길에 대한 열망이 깊다.
“무대에서는 저의 무대만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션 음반이라든가 외부 아티스트 곡 참여를 하는 등 기타리스트로서 꾸준히 활동하는 게 저한테 있어서 제 음악을 만드는 또 다른 원동력이다. 다른 장르의 음악을 얻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무언가 시도하려고 한다. 너무 제 음악만 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해서 다른 장르를 다뤄보고 싶은 갈증이 있다. 그런 두 가지를 조화롭게 병행해 나갈 때 음악을 하면서 행복한 것 같다. 가능하면 두 가지를 잘 유지해나가려고 한다.”
싱어송라이터와 기타리스트로서의 다각도의 시선으로 음악을 접한 만큼 적재의 고민도 나날이 달라진다. 같은 곡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며 적재는 언제나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주기위해 노력했다. 동시에 기타 연주에 있어서는 어떻게 음악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자신만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음악에 자연스럽게 녹여낼지에 대한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무대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기분에 따라간다. 어쿠스틱 반주인데 어느 날은 일렉 반주로 하면 어떨까하기도 하고 편곡을 다르게 바꿔서 공연을 하기도 한다. 제 음악의 주인공은 저니까. 이런 저런 시도를 많이 해보는 편이다. 욕심을 줄여나가는 건 세션을 하면서도 이미 많이 겪은 상태라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기타 세션을 할 때 너무 화려하거나 튀면 음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기타는 음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너무 튀면 도리어 노래를 헤치는 경우도 많아서 그런 고민을 많이 한다. 제 음악을 할 때 기교를 줄여나가기 보다 제 음악에서는 어느 정도의 기교를 부려야할까. 어떻게 나만의 방식으로 꾸며야 될까에 대해 고민을 하는 편이다.”
‘별 보러 가자’가 CF송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랑을 받은 덕분에 오히려 부담되진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적재는 망설임 없이 “그렇진 않았다”고 답했다. ‘별 보러 가자’로 받게 된 관심이 운이었다고 말한 그지만 특유의 애틋한 가사와 여운이 맴도는 멜로디는 ‘왜 진즉에 이 노래를 알지 못했지?’, ‘적재를 왜 이제야 알았지?’라는 뒤늦은 아쉬움을 남기며 적재의 입덕문을 활짝 연 기회가 됐다. ‘별 보러 가자’를 등에 업고 싱어송라이터로서 보여줄 적재의 행보에 기대감이 모아진다.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고 성적도 좋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별 보러가자’가 사실 박보검 씨가 리메이크하기 전에는 묻혀가는 앨범인데 덕분에 많은 분들이 알게 되고 갑자기 곡이 유명해져서 정말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 생각한다. 그 앨범 이후에 짧은 시간 안에 두 번째 미니앨범이나 새로운 정규앨범을 발표했다면 부담될 수도 있었는데 시간이 많이 흘렀고 이제는 ‘별 보러가자’는 저의 한 일부분처럼 느껴져서 이 앨범도 발표하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잘 되면 좋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미 다 넣었다. 더 이상 이 곡에 대해 더 꾸미고 싶은 게 없는 만큼 솔직한 앨범이라 들어주시는 분들도 저와 같은 반응을 해주실 거라 생각한다.”
오랜 만에 발매하는 정규 앨범이자, 안테나뮤직 소속 아티스트로서의 음악이자 가장 적재다움을 잘 표현해준 음악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2006’. 여기에 적재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그가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완성도를 높인 앨범인 만큼 음악적인 성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하지만 그는 계산적인 목표를 갖기보다는 목표로부터 자유로움을 택했다.
“제가 뚜렷한 목표가 없다. 없어서 사실 첫 앨범을 시작할 때도 ‘별 보러 가자’를 쓸 생각도 전혀 못 했고 ‘비긴어게인’ 출연이라든가 앨범을 발표해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들도 상상 못했던 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목표가 없어서 더 자유롭게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원동력이다. 오히려 무언가를 이루려는 생각보다는 이렇게 저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시간이 흐르고 다시 한 번 돌아볼 쯤 되었을 때 ‘내가 뭔가를 이루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어떤 걸 이루고 싶다는 마음은 아직 없다.”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안테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