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진 "우리들→기생충→애비규환, 달라진 건 없어요"[인터뷰]
입력 2020. 11.17. 14:21:57
[더셀럽 박수정 기자] 지난해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장혜진이 '애비규환'으로 돌아왔다. 또 다른 엄마의 얼굴로 관객과 만난다.

12일 개봉한 '애비규환'(감독 최하나)은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정수정)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예비 아빠를 찾아 나서는 설상가상 첩첩산중 코믹 드라마다. 이 영화는 장혜진과도 인연이 깊은 아토ATO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그가 '애비규환'을 망설임 없이 선택한 이유는 아토ATO를 향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어요. 술술술 읽히더라고요. 글을 보면서도 제가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 지 그림이 보이기도 했고요. 연기하는 제 모습이 그려지니까 더 좋게 느껴졌어요. 무엇보다 영화 '우리들' 제작사가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에 선택한 부분도 크죠. '우리들'을 통해 저를 알렸잖아요. 저에겐 친정 식구들이죠. 저한테 작품을 줄 때는 저를 믿고 주는 거니까. 당연히 해야죠(웃음). 그리고 최덕문 선배님, (정)수정이가 함께 한다고 하니까 기대가 컸어요"



'애비규환'에서 장혜진은 기존 작품에서 연기했던 엄마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토일의 엄마 선명 역을 맡았다. 딸 토일(정수정) 못지않게 당당하고 화끈하면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는 선명은 상냥한 부드러움 속에 뚝심을 지닌 얼굴로 흔들리는 토일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기존 작품에서 보던 엄마의 느낌은 아니더라고요. 어떤 상황이라도 선명은 냉정하고 차분해요. 선명은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 재혼이라는 선택을 한 인물이에요. 이혼과 재혼 때문에 죄인이 된 것처럼 지내죠. 그래서 딸 토일이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요. 그런 마음 때문에 더 냉철하게 행동하는 것 같아요. 실제 저라면 화를 낼 상황 같은데, 선명은 절대 화를 내지 않더라고요(웃음). 선명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할까 행동할까를 계속 고민하면서 연기했어요"

실제로 딸이 '애비규환' 주인공 토일처럼 혼전임신을 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냐는 질문에는 "진짜 섭섭했을 거다. 일찍 말해줬으면 좋겠다. 알았으면 물론 화를 냈겠지만(웃음). 그래도 제 딸이 사랑한다면 OK다. 딸의 인생은 제 것이 아니니까. 다만 힘든 상황만 안생겼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애비규환'은 '이혼 가정=불행'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깨부수는 작품이다. 토일의 엄마인 선명은 전 남편 최환규(이해영)과 이혼한 후 현 남편 김태효(최덕문)와 재혼한다. "이혼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불행해서 이혼하는 것"이라는 선명의 대사는 '애비규환'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통한다.

"선명의 대사처럼 행복을 선택하겠다는 건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어요. 이혼, 재혼하는 게 해를 끼치는 일도 아니잖아요. '애비규환'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청춘들에게 '실패해도 괜찮아, 다시 일어서면 돼'라고 응원하는 영화에요. 모든 선택이 올바르고 다 정답으로 가는 건 아니니깐요. 그 선택이 맞다 틀리다가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선택이든 다 자기의 몫이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일이에요. 토일이 옆에 항상 선명이 있었던 것처럼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으니깐요"

90년대생인 최하나 감독과의 작업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장혜진은 "감독님이 현장을 되게 즐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엄청 패피(패션 피플)셨다(웃음). 현장에서 정말 재밌고 즐거웠다. 그리고 신선했다. 젊은 에너지가 느껴졌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장혜진의 배우 인생은 '기생충'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1기 출신인 장혜진은 1998년 영화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으로 데뷔했다. 이후 약 10년간의 공백기 후 2007년 '밀양'으로 작품활동을 재개했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장혜진이라는 이름 석자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올해 초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것에 대해 장혜진은 "꿈 같은 상황"이라면서도 "제가 받은 상이란 생각은 사실 전혀 안 든다. 같이 받은거니까. 다 함께 축제를 잘 즐기고 왔다"고 전했다. 이어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 "되게 덤덤하다. 주변에서 덤덤하게 반응을 하니까 저도 마음을 더 잘 잡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생충' 이후 장혜진은 그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열일'중인 장혜진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출사표', '산후조리원'에 이어 현재는 '여신강림' 촬영에 한창이다.

"'기생충' 이후 달라진 게 있다면 세상이 나에게 친절해진 느낌이라는 거?(웃음). 저는 사실 별로 달라진 게 없거든요. 전 똑같아요. 마음가짐도요. 긴 공백기 있었으니까 저는 이제 시작하는 느낌이거든요. 그런데 벌써 중견 배우가 됐더라고요(웃음). 달라진 게 있다면 연기에 대한 고민은 더 많아졌다는 거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어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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