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굴’ 이제훈,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보고 싶은’ 배우가 되는 길 [인터뷰]
- 입력 2020. 11.17. 17:27:25
- [더셀럽 김지영 기자] 배우 이제훈의 새로운 얼굴을 영화 ‘도굴’에서 발견해냈다. 그간 ‘사냥의 시간’ ‘아이 캔 스피스’ ‘박열’ ‘시그널’ 등 다양한 작품에서 진중하고 선 굵은 캐릭터를 보여왔던 그가 밝고 쾌활한 모습으로 관객과 만났다. 그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최근 개봉한 ‘도굴’은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영화. 이제훈은 극 중 흙 맛만 봐도 보물을 찾아내는 천재 도굴꾼 강동구로 분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냥의 시간’에서는 디스토피아에서 흔들리는 청춘 준석,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는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민재, ‘박열’에서는 항일운동을 하던 조선 청년 박열, 드라마 ‘시그널’에서는 형사 박해영 등으로 분해 그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던 이제훈. 그간 그의 작품들에선 밝고 쾌활한 면모보다는 무게감 있고 진중함으로 이제훈만의 캐릭터 색채를 완성해왔다.
그런 그에게 ‘도굴’은 변주였다. 그간 출연했던 작품들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캐릭터는 없었고, 관객에게 ‘이런 면도 있어요’라고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기던 찰나에 만났던 영화가 ‘도굴’이었다.
“이제훈이라는 배우가 오락무비에 출연해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이 영화를 보다가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는 좀 더 영화적인 메시지나 의미, 영화의 장르로서의 쾌감을 드리려 했던 측면이 있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편안하게 보고 즐기면서 갈 수 있는 작품들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색이 다른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이미지 고착화라는 진중한 의미보다는 더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은 욕심에 가까웠다. 평소 영화를 즐겨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킬링 무비를 보며 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오락무비를 극장에서도 많이 보고 좋아한다. 그런데 막상 스스로 선택할 때는 저도 의문스러웠던 것 같다. 로맨스영화도 굉장히 좋아한다. 보면서 눈물 흘리고 행복해하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작품을 하고 싶은 의지도 있다. 특히 20대 초반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건축학개론’에서 했기 때문에 30대 사랑을 담은 작품도 욕심이 난다. 곧 앞의 숫자가 바뀌기 때문에 빨리 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웃음) 진한 멜로나 알콩달콩한 로맨틱 코미디든.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이제훈은 시나리오가 재밌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강동구를 중심으로 끌고 가는 이야기에서 많은 대사량과 정보전달을 맡고 있어 맛깔스럽게 표현하기 위한 고민과 심혈을 기울였다고 털어놨다.
“강동구는 계속해서 정보전달과 각각의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티키타카를 보여야 한다. 맛깔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했을 때 레퍼런스가 될만한 작품이 떠오르는 게 없었다. 이야기를 읽을수록 말맛이 살아있다고 해야 하나.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기분 좋게 즐기면서 풀어버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놀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보는 관객들이 강동구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를 흥미롭고 리드미컬하게 봤으면 했다. 억지로 할 필요도 없었고 기분 좋은 흐름이라는 인상을 받아서 현장에 가는 것도 신났다. ‘오늘은 어떻게 한 번 놀아볼까’하는 기대감으로 임했다.”
캐릭터의 성격에 실제로도 영향을 받는다는 이제훈은 ‘도굴’ 촬영장에서도 강동구처럼 조우진, 임원희 등과 호흡을 맞췄다고 털어놨다. 그는 조우진, 임원희 등의 선배들이 연기를 잘 받아줘서 신이 나게 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밝고 쾌활한 분위기의 촬영장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형성됐고, 이제훈이 낸 아이디어로 강동구의 습관이 만들어졌고 조우진이 맡은 존슨 박사를 좀 더 입체화시켜주기도 했다.
“시나리오에는 강동구가 껌을 씹는 게 없다. 제가 만든 설정이었다. 껌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인물들을 연결짓는 고리로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게 강동구 캐릭터를 보여주는 특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존슨 박사를 설명할 수 있는 아이템은 모자이지 않나. 고구려 고분벽화를 도굴하러 가는 장면에서 존슨 박사의 역할이 전문적으로 보여야 하는데 시작점에서 모자를 쓰면 좋겠다는 제안을 드렸다. 수중액션 장면에서도 아이덴티티가 없으면 아쉬우니 모자를 발견해서 씌워주자는 아이디어도 냈다. 되게 흥미로운 과정들이었다.”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이전과 다르게 현장을 더 즐겼다. ‘도굴’은 그에게 필모그래피의 변주 그 이상을 선물했다. 다른 장르, 캐릭터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용기를 선사했다.
“앞으로 제가 선택하는 부분에서 더 과감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개인적인 기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고, 아무런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킬링타임무비라고 하지 않나. 그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품으리면 앞으로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용기를 얻은 계기가 됐다.”
이제훈은 2007년 ‘밤은 그들만의 시간’으로 데뷔해 2010년 ‘파수꾼’부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훈은 스스로 돌아봤을 때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음에 만족하고 있었다.
“쉬지 않고 멈추고 주저한다기보다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성과나 평가들이 있지만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는 배우라는 점에서 조금이나마 다독여주고 싶고 개인적으로 뿌듯한 것도 있으면서 아쉬운 것도 있다. 공존하는 것 같다. 앞으로 작품을 하는 데 있어서 크게 영향을 미치는 생각은 사람들 간의 소통이다. 시나리오가 좋아서 작품을 선택할 테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같이 만드는 사람들이더라. 사실 좋은 시나리오도 안 좋아질 수 있는 경험을 한 것 같다. 각 파트에서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면서 만들어지는 작업이다 보니 소통이 되는 사람들과 만들어가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도굴’이 정말 좋았다.”
여기서 더 나아간 생각이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이었다.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은 만큼, 자신도 폐 끼치지 않고 잘 소화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이전엔 자신의 것만 봤다면, 이제는 더 넓은 시야를 가진 배우가 됐다.
“이전에는 저한테 집중하다 보니 시야가 좁았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주위 사람들을 잘 살펴본다. 사실 현장이 매번 좋을 수 없다. 환경에 따라서, 돌발 상황에 따라서 지칠 수도, 힘들 수도 있는데 이제는 제가 많이 나오는 작품들을 하다 보니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싶다. 현장이 지체됐을 때 힘을 북돋아 주는 것, 말 한마디 하고, 박수도 치면서. 뒤에서 물러나 있는 게 아닌 한 발 나서서 행동할 수 있는 모습으로 변한 것 같다. ‘도굴’에서 많이 그랬다. 저는 영화를 찍으면서 인생을 배우고 배움의 인생을 계속해서 지속하면서 연결짓는 것 같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배우, 계속해서 발전하는 배우가 이제훈이었다. 그는 관객에게 어떤 배우로 각인되고 싶을까. 이제훈은 “계속해서 배우로 살아가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궁금해하는 사람. 기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저 친구 나오면 보고 싶다’는 사람으로 지속 되길 바란다. 그런 타이틀이 저에게는 좋겠지만, 그것보단 사람들이 계속해서 저를 관심있어 하고 작품을 궁금해하고, 봐주는 배우로 남겨지길 바란다. 그게 죽을 때까지 가면 좋겠다. 계속해서 배우로 살고 싶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