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칫날’,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씨네리뷰]
- 입력 2020. 12.02. 11:35:11
- [더셀럽 전예슬 기자] 소박해도 알차다. 웃음과 감동은 적절하고, 던지는 메시지 또한 뚜렷하다. 올겨울, 마지막을 장식할 웰메이드 영화의 탄생이다.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경만(하준)이다.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버지와 어린 여동생이 있어 경만은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한다.
어느 날, 경만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비용에 대한 문제가 앞서고 주변에 연락을 하지만 좀처럼 돈은 마련되지 않는다.
그러던 중 행사 일을 하는 선배로부터 잔칫날 행사 대타 제안을 받게 되고, 돈이 필요했던 경만은 동생 경미(소주연)에게 “집과 병원에 잠시 갔다 오겠다”란 말만 남긴 채 팔순 잔치가 있는 삼천포로 향한다.
상주인 경만 없이 홀로 장례식장을 지키게 된 경미와 슬픈 날, 웃어야하는 경만. 두 남매의 3일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잔칫날’(감독 김록경)이다.
텅 빈 장례식장을 홀로 지키는 상주의 모습, 고인에 대한 예의보다 간섭하기 바쁜 조문객들의 모습은 마치 현실에 있을 법하다. 팍팍한 인물의 삶의 무게와 고단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더 서글프고,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특히 ‘잔칫날’은 삶과 죽음, 그 사이에 ‘돈’을 언급하며 다양한 화두를 전한다. 같은 죽음이지만 가격대에 따라 달라지는 장례식장 분위기와 가장 슬픈 날, 장례비용 때문에 잔칫날 행사를 택한 경만의 모습은 현실의 씁쓸함을 담아낸다.
이러한 타임라인을 거쳐 영화는 떠나보낸 사람과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잔잔한 웃음을 전하다가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며 공감과 위로를 자아낸다.
극의 중심에 서 있는 하준의 연기도 인상 깊다. 울고 싶은데 울어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담담하게 표현하며 몰입을 더한다. 마지막에 폭발하듯 터지는 감정은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소주연 역시 안정적이다. 눈물의 의미를 화가 나서, 억울해서, 불만족스러워서 등 다양하게 표현하면서 깊어진 연기력을 선보인다.
‘잔칫날’은 배우로 얼굴을 먼저 알린 김록경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 관객상, 배우상, 배급지원상 총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오늘(2일) 개봉. 러닝타임은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트리플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