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주연작 ‘럭키 몬스터’, 김도윤만 그릴 수 있는 도맹수 [인터뷰]
- 입력 2020. 12.04. 15:32:00
- [더셀럽 김지영 기자] 영화 ‘럭키몬스터’에서 주인공 도맹수는 지질함과 광기를 넘나든다. 코믹부터 스릴러까지 오가는 ‘럭키 몬스터’의 도맹수를 배우 김도윤이 아니면 누가 해낼 수 있었을까.
지난 3일 개봉한 ‘럭키 몬스터’는 빚더미 쭈구리 인생을 살고 있는 도맹수(김도윤)가 의문의 환청 럭키 몬스터(박성준)의 시그널로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위장이혼 뒤 사라진 아내 성리아(장진희)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벼락부자 폭주극.
극 중 도맹수는 녹즙기 판매원으로 저조한 실적으로 상사에게 시달리고, 사채업자에게까지 협박을 당한다. 대책 없이 녹즙기를 판매하기 위해 여러 가게를 전전하지만 매번 문전박대를 당하는 그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몰려오기도 하지만, 항상 주눅 들어 있는 모습과 어두침침한 우울한 분위기가 도맹수와 퍽 어울려 어딘가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그러다 로또 1등에 당첨되고, 돈이라는 힘을 갖게 된 후부터 도맹수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총기를 잃은 눈은 점점 살기를 띠고 어디에서도 기를 펴지 못했던 그는 세상 두려울 게 없는 진정한 맹수가 된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이상한 영화라고 느꼈고 사실 이걸 쓴 사람이 궁금했다. 감독님을 실제로 만나 얘기를 몇 마디 나눠보니까 이건 내가 하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이상한 영화가 나오겠구나. 이상함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가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극에서 성격의 간극이 큰 도맹수를 표현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다. 그러나 이번 작품으로 처음 주연을 맡은 김도윤은 도맹수의 눈빛과 걸음걸이, 분위기 등 작은 디테일까지 살리며 도맹수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환청이 들려 혼란스러워하는 심적인 갈등까지도 그려냈다. 그는 주연이라는 부담감은 있지만, 캐릭터 접근 방식은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적인 것을 준비를 덜했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니 그걸 조사한다던지, 걸음걸이에 신경을 썼다. 외형적으로는 도맹수의 변화가 없지 않나. 소심한 맹수였을 때의 자세라든지, 걸음걸이라든지 이런 것들과 후반부에 맹수가 달라졌을 때 몸의 형태에 신경을 썼다. 굽어있던 몸이 펴진다고 생각했다. 유인원의 발달과정처럼. 환청에 시달리는 설정은 실제로 그런 경험이 없으니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봤었다. 저희 어머니가 만성 두통을 가지고 계시는데 두통이 왔을 때 모습이나 그때의 호흡이나 그런 것을 따왔다.”
돈의 압박을 받는 도맹수는 하루아침에 수많은 돈이 생겼을 때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이전엔 보이지 않았던 잔혹함이 극에 달하면서 영화의 전개는 거침없이 질주한다. 일반인의 생각 범주를 벗어나는 도맹수의 잔혹함에 김도윤도 ‘굳이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영화의 주제를 이해하면서 도맹수를 탄생시켰다.
“돈의 압박을 받는 도맹수를 이해하기 어렵다거나하는 건 없었다. 다만 관객이 인물에 얼마나 공감하고 이입되느냐는 점에서는 감독님과 의도적으로 몰입하지 말도록 하자는 이야기를 했었다. 도맹수의 심리상태를 이해는 하지만 공감은 할 수 없었다. 관객도 100% 공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고 다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지 않나. 사실 영화에서 죽을만한 죄를 지은 사람은 없다. 상황들에 의해서 괴물이 탄생하는 현상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누구나 여러 가지 모습을 갖고 있지 않나. 저도 인터뷰를 하는 지금은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어디 가서는 활개를 치는 모습도 있을 거고, 아들이랑 있을 때는 또 다르고. 누구나 다르다고 생각한다.”
소심하던 도맹수는 내면의 목소리 럭키 몬스터의 말을 따르면서 성격이 조금씩 바뀌게 된다. 처음에는 목소리를 부인하기 위해 용각산을 먹고 소리를 잊어보려다 럭키몬스터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서 환시까지 겪는다.
“럭키 몬스터는 도맹수가 되고 싶었던 이상형이다. 그래서 성향 차이가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저는 도맹수와 럭키 몬스터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판단하고 접근했다. 그래서 박성준 배우와 연기 합을 따로 맞추진 않았다. 박성준 배우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각자 생각했던 것들을 현장에서 풀어놓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되나 보자’라는 느낌이었달까.(웃음) PD님과 감독님이 시간의 압박을 느끼셨을 것이다.”
극 말미를 향할수록 도맹수의 광기는 폭발하고 극단적인 결말을 맞는다. 마치 느와르 장르로 바뀐 듯한 ‘럭키몬스터’는 화면 전체가 피의 잔치를 벌인 듯 살인이 이어지고 잔혹함과 잔인함으로 가득 찬다.
“컨테이너에 들어가면서 아내와 노만수를 묶어두는 장면부터는 모든 스태프들이 집중해서 촬영한 구간이었다. 거기서 시원하게 쌍욕을 날린다. 원래 대본에서는 다른 대사였는데 관객에게 불쾌한 쾌감이던 시원한 쾌감이던 어떠한 쾌감이 전달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그래서 제 버전과 감독님이 생각하신 버전도 찍어뒀다. 사실 도맹수로 봤을 때는 욕도 제대로 못하고 ‘개놈아’ 라고 하는데 시원한 쌍욕을 날린다는 것에 관객들도 답답함을 해소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엔딩에서 모두를 죽이는 것도 가는 김에 더 가자고 해서 죽였다. 사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불편했을 수도 있다.”
결국 ‘럭키몬스터’는 돈을 가지게 됐을 때 물질적으로 풍족해지는 이야기를 그리지 않고, 내면의 힘이 작용하게 됐을 때를 이야기한다. 힘이 없던 도맹수는 로또 당첨으로 하여금 힘을 갖고, 거침없이 질주한다.
“영화가 잔인하다면 잔인하고 잔혹할 수 있는데 실제로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그런 건 비일비재하니까. 그런 환상의 단면을 떼 와서 극대화시키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권선징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감독님이 의도를 심어놓은 게 있겠지만, 그렇다고 관객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다. 이게 대단한 삶의 철학을 전달하는 영화가 아니지 않나. 보고 느끼시는 대로 느끼시면 된다. 누군가는 불편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쾌감이 올 수도 있다. 그게 감독님이 의도하는 바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KAF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