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멜로 감성만 얹으면 로맨스가 되나요? [씨네리뷰]
입력 2020. 12.08. 15:18:07
[더셀럽 김지영 기자]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한국 감성으로 재탄생했다. 2000년대 초반 만들어진 원작은 주인공들의 감정선 변화가 사실적으로 담겼기에 공감을 자아내고 영화 팬들에게 인생작으로 꼽혔었다. 그러나 한국판 ‘조제’는 정작 중요한 남녀 주인공의 감정선은 애매모호하게 사라진 채 껍데기만 남았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조제’는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감독 이누 잇신)과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2000년대 초반의 감성과 사랑을 처음 시작한 여자 주인공 조제(이케와키 치즈루),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는 남자 주인공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의 감정선을 아름답게 담은 원작을 국내에서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에 개봉 전부터 기대감이 쏠렸다.

사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사랑을 많이 받은 작품이긴 하지만, 호불호는 현저하게 갈린다. 2000년대 당시 일본의 저질스러운 감성, 원나잇과 바람으로 사랑을 제대로 몰랐다는 츠네오의 설정 등은 당시에는 웃어넘길 수 있는 소재였겠으나, 최근에 들어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평점을 극과 극으로 나뉘게 만들었다. 이런 원작을 16년이 지난 지금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점이 바로 이러한 시의성이다.

그러나 한국판 ‘조제’는 이의 위험성을 간과한 모양이다. 원작에서도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남자 주인공의 바람기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기혼 교수와의 도 넘은 관계, 여자 후배를 향한 플러팅(성적 유혹을 위한 언행) 등이 그려진다. 저질스러운 일본 감성을 덜었을 뿐이지 2004년 츠네오를 설명할 수 있었던 설정은 2020년 영석(남주혁)에겐 설명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원작에서 신체적으로 결함이 있지만 자신의 방에서 많은 책을 읽고 밝은 에너지가 가득했던 조제라면, 한국의 조제(한지민)는 오히려 침울하고 어둡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면모가 보였다면 한 줄기의 햇살 같겠지만, 조제의 말은 망상에 가깝고 당최 이해할 수 없다.

원작을 보지 않고 ‘조제’를 본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 영석에게 밥을 권한 조제는 “독이라도 탔을까봐?”라고 웃음기 뺀 말을 던지는 것을 시작으로 영석과 하룻밤을 보낸 뒤엔 떠나지 말라는 의미로 “다 말할 거야. 몸도 성치 않은 나를 범했다고”라는 등의 말은 조제가 어떤 인물로 보이길 바라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또한 대뜸 호랑이 환시를 본 뒤 조제가 하는 말은 한국 ‘조제’만 본다면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야기를 끌고 가야하는 주인공의 설정이 타당하게 받쳐주지 못하고 주체 없이 흔들거리다보니, 감정선도 애매모호하다. 대사가 적고 표정과 분위기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조제와 영석의 감정이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지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고 갑자기 전개된다. 정리가 되지 않는 관계는 마지막까지 여운 아닌 의아함만 남길 뿐이다. 또한 2020년을 살아가는 청춘의 힘듦을 담아내기 위해 지방대 차별, 취업 고민 등을 담아내지만 겉핥기식에 불과하고 도리어 영화와 따로 노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적은 대사,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OST, 늦가을부터 봄까지의 계절적 아름다움을 담은 연출은 멜로 특유의 감성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지만, 지루함을 떨치기는 힘들다. 영화엔 스토리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하며 멜로 영화에 필수적인 연출들을 더한다고 무조건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공감과 애틋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화로는 보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침울하고 어두우며 원작과는 많이 다른 조제를 만들기 위해 한지민은 무척이나 애를 쓴 모양새다. 노력함이 엿보인다. 평범하고 어딘가 어벙한 표정을 짓는 남주혁의 영석은 tvN ‘스타트업’ 남도산과 무척이나 비슷하다. 남도산을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이들에게는 반가울 수 있겠다.

원작 소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일본 영화, 일본 애니메이션, 한국 영화 총 세 차례로 리메이크됐다. 매 작품마다 다 다른 결말을 지니고 있다. 원작 자체를 좋아하는 이들은 한국형 ‘조제’로 또 다른 결말을 보는 것도 재미일 수 있겠다. 멜로의 감성으로 똘똘 뭉치려한 ‘조제’는 얼어붙은 12월 극장가를 조금이나마 녹일 수 있을까. 오는 10일 개봉. 15세 관람가.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조제'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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