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칫날’ 소주연, 자연스러운 배우이자 사람이고 싶은 [인터뷰]
- 입력 2020. 12.08. 16:09:25
- [더셀럽 전예슬 기자] 2020년 열일 행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배우 소주연. 영화 ‘잔칫날’(감독 김록경)을 통해 감정연기의 폭을 넓힌 그다.
‘잔칫날’은 무명 MC 경만이 아버지의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슬픈 날 아이러니하게도 잔칫집을 찾아 웃어야 하는 3일 동안의 이야기를 그린 웰메이드 드라마다. 소주연은 극중 홀로 아버지의 장례식장을 지키는 경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오디션을 통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그는 이 작품이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가 무엇일까.
“감독님을 처음 뵀을 때 느낌이 좋았어요. 전체 대본을 받지 않고, 신만 받았는데 시나리오가 굉장히 탄탄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배우로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느낌을 가지게 한 캐릭터였어요. 그냥 하고 싶었어요. 너무. 오디션 대본 중 통화로 욕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실제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감독님, PD님, 오디션에 계셨던 분들이 다 놀라셨어요. 저도 놀랐고요. 순간 이입이 된 것 같아요.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묘했던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이유는 명확히 모르겠어요. 처음부터 경미를 잘 알지 못했고, 하면서 알아갔어요. 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요. 영화 들어가기 전, 감독님을 상당히 많이 뵀어요.”
경미는 대학 졸업 후 아픈 아버지와 오빠를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던 캐릭터. 어느 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잠깐 집에 다녀오겠다는 상주인 경만 없이 장례식장을 홀로 지키게 된다. 그러던 중 조문을 온 오빠의 친구들, 가족들을 만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도 겪게 된다.
“경미는 모든 게 아직 낯설고, 누구를 잃어본 게 처음일 것 같다는 전제 하에 다가갔어요. 경미가 어떠한 부분에서 오빠만 기다리고,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을 하긴 했지만 경미를 온전히 봐주시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오빠가 왜 안 오는지도 모르고, 하나뿐인 가족 아빠를 잃었고, 그 상황이 처음인 경미가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폭이 적을 거라 생각하면서 연기했죠.”
영화에서 소주연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각각 다른 눈물을 흘린다. 어떤 건 화가 나서, 혹은 억울해서, 또는 불만족스러워서 나는 눈물 등 그 의미를 다르게 한 것. 지금껏 본 적 없는 감정연기를 보여주면서 몰입을 더했다.
“그때그때 상항에 맡기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계산적인 연기를 어려워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여기서는 어떻게 다가가서 폭발시켜야겠다, 이 대사를 해야겠다는 게 없었죠. 현장에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그때 상황에 맡기려고, 몸으로 부딪히자고 했어요. 실제 장소가 장례식장이고 저 혼자 감정을 준비할 시간을 많이 주셨어요. 감정 잡기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우두커니 방 안에 있으며 계속 감정 조절을 했죠. 생각보다 몸과 마음이 지치진 않았어요.”
‘잔칫날’은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작품상, 배우상, 관객상, 배급지원상까지 4관왕을 석권했다. 탄탄한 작품의 완성도를 입증하며 웰메이드 드라마의 힘을 보여준 것.
“굉장히 기뻤어요. 당시 현장에 있지 못하고 길을 걷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바로 전화해 알려주셨죠. 길거리에서 소리를 질렀어요. 하하. 감독님에게도 바로 부천으로 가겠다고 했죠. 하준 오빠와 영화인분들과 함께 회식 자리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굉장히 행복했어요.”
‘잔칫날’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란 메시지를 던진다. 익숙하다 보면 소중함을 알면서도 망각하고, 떠나보내면 후회를 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전 인터뷰에서 가족을 생각했더니 눈물이 났어요. 가족은 얘기만 들어도 눈물 나게 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존재죠. 말로 표현이 가능하다면 다 해주고 싶어요. 표현이 잘 안 되지만요. 저는 어른이고 싶은 외동딸인 것 같아요. 그런데 부모님 눈에는 그저 아직 아기로 보이는? 평소에 어머니께서 저에게 자주 편지를 써주세요. ‘주연이는 피부가 예민하니까 뭘 챙겨먹고, 체질이 약하니까 조심하고, 엄마는 주연이 생각하면서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라는 걱정 어린 편지를 써주시죠. 저는 그런 것에 대해 태연한 척 하고요.”
2017년 광고 모델로 데뷔한 소주연은 웹드라마 ‘하찮아도 괜찮아’에서 김지안 역과 스크린 첫 데뷔작인 ‘속닥속닥’의 주연 여은하 역을 맡으며 충무로에서 주목해야 할 신예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드라마 ‘내 사랑 치유기’ ‘회사 가기 싫어’ ‘낭만닥터 김사부2’까지 브라운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누구보다 열일 행보를 걸은 그다.
“올해만큼만 내년도 계속 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각기 다른 채널,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간 점이 너무 만족스럽죠. 개봉하는 ‘잔칫날’도 결과가 좋으면 좋겠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도 이 영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된 너무 고마운 작품이라 마음속에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데뷔 3년차를 돌아보자면 되게 열심히 산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죠. 열심히 잘 했다고,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걸요. 하하. 스스로 검열이 심해요. 그런데 ‘잔칫날’을 통해 연기, 배우로서 성장할 폭이 커진 것 같아요. 아직 인생 초보라 사람으로서 더 성장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요.”
소주연은 ‘도시남녀의 사랑법’과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등 차기작으로 대중과 만날 예정이다.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그가 걸어 나갈 2021년이 기대되는 상황.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 “좌우명처럼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바란 그다.
“실제 자연을 좋아하기도 해요. 자연은 모두가 찾고 싶어 하고, 힐링하고 싶어 하고, 우리에게 이질감을 주지 않잖아요.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트리플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