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늙은호박 묵은지국·족살김치찌개·돼지등뼈 해장국, 겨울 불맛
입력 2020. 12.10. 19:50:00
[더셀럽 전예슬 기자] ‘한국인의 밥상’ 불로 익힌 추억의 맛이 공개된다.

10일 오후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불타오르다-이것이 겨울 불 맛’ 부제로 그려진다.

숯 꺼내는 날이면 연기가 자욱해지는 백곡면. 숯을 꺼내는 날마다 꼭 새참으로 먹는 음식이 있다는데, 바로 양념 돼지고기구이다. 숯을 갓 꺼낸 숯가마에 전용 삽으로 고기를 넣었다 빼면 금세 완성된다. 이에 질세라 아들 규원 씨가 노련한 솜씨로 닭에 진흙을 발라 구울 준비를 한다. 기다리는 동안 숯불 위에서 구워 먹는 파의 단맛은 한번 맛보면 잊지 못한다는데.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장떡과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늙은호박 묵은지국까지 밥상 위에 차려진다. 타버린 이후에야 그 수명이 시작되는 숯처럼, 숯가마의 전통을 잇는 가족 앞에도 새로운 인생이 불꽃처럼 펼쳐진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이들의 애환을 담은 기억이자 생필품이었던 연탄은 이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연탄 공장 사람들은 연탄이 하얘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불 위에서 음식을 해 먹는다. 이곳의 음식은 빠르고 따뜻한 게 생명이다. 오늘의 점심 식단은 이른 새벽부터 고된 일을 하면 자주 떠오른다는 족살김치찌개이다. 밥 위에 한 국자씩 푹푹 퍼주면 그만한 맛이 없다. 게다가 짭조름한 간고등어를 연탄불에 구우면 연기와 함께 몽글몽글 가슴 한편 간직한 추억이 떠오른다고. 든든하게 배를 채운 연탄 공장 사람들이 전하는 따뜻한 온기를 만난다.

집은 다시 지어도 아궁이만은 허물어 버릴 수 없었다는 아내 계연 씨. 그에게 아궁이는 인생 그 자체이다. 오늘 계연 씨는 소중한 아궁이와 함께 여덟 식구와 친척들의 겨울을 따뜻하게 녹일 비장의 음식을 준비한다. 먼저 며느리 금주 씨가 돼지 등뼈를 데친다. 그때 그 시절, 잔치한다고 하면 돼지부터 잡던 기억과 국을 한솥 끓여 모든 사람에게 나눠주던 추억을 떠올리며 돼지등뼈 해장국을 만든다. 구수한 국물 맛을 본 후 다음 요리는 계연 씨의 특기다. 늙은 호박 속을 파내고 달콤한 꿀을 바른 뒤 닭을 넣고 백숙을 만든다. 사실 옛날엔 아궁이 군불만 한 게 없었다는데. 화로에 군불을 담아 양미리를 구워 먹으니 그 고소한 맛이 그리움을 스쳐 간다. 아궁이 두 개와 함께 사는 식구들만 있으면 더 바랄 것 없다는 계연 씨의 겨울은 따뜻하다.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50분에 방송된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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