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 전종서,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거침없이 해내는 배우 [인터뷰]
- 입력 2020. 12.11. 16:17:24
- [더셀럽 전예슬 기자] 매력적인 ‘빌런’의 탄생이다. 단 한순간도 눈을 델 수 없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진 배우 전종서다.
당초 지난 3월 극장가 개봉을 앞뒀던 ‘콜’(감독 이충현)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잠정 연기됐다. 개봉을 앞두고 표류하던 ‘콜’은 결국, OTT서비스인 넷플릭스행을 택하면서 지난달 27일 전 세계 공개됐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인해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전종서는 ‘넷플릭스 공개로 인한 아쉬움은 없냐’는 질문에 답변을 이어갔다.
“많은 관객분들의 리뷰를 보면, ‘주말 집에서 맥주 한 캔 마시면서 봤다, 시간이 없어서 휴대폰 또는 노트북으로 봤다’라는 평을 봤어요. 영화관에서 개봉을 했다면 누릴 수 없었던 편안함과 장소와 시간 상관없이 ‘콜’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 것 같아 기뻐요.”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전종서는 극중 1999년을 사는 인물 영숙을 맡았다. 1999년을 살아가던 영숙은 2019년의 서연(박신혜)과 전화로 연결된 후 연쇄살인마로 변해가는 과정을 극적으로 그려냈다.
“연기를 하려면 이해가 되어야하고, 하는 행동도 타당성이 생겨야 하잖아요. 그래야 관객들도 납득이 되고. 그런데 저는 반대로 접근했어요. 오히려 서연을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죠. 내가 이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눈덩이처럼 커져서 폭발지경에 이르는 단계로 자연스럽게 설계한 거죠. 저는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편이에요. 하나부터 열까지 잘게 잘라서 대본을 쪼개 세밀하게 보는 것 같아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영화의 분위기, 캐릭터의 느낌을 직감적으로 받아들이고 구체화시키는 상황에서 느낌만 가지고 현장에서는 상황에 바로 입수하는 쪽이에요. 영숙이는 그렇게 하는 게 조금 더 많이 필요로 했던 역할이었어요. 확 빠져들고, 나오고, 극단적으로 변해버리는 시도가 많이 필요했죠. 많은 생각을 하고 촬영에 임하는 건 역효과가 날 것 같다는 판단을 했어요. 감독님도 같은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요. 디렉팅을 주시면 그 틀 안에 갇혀버려서 제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을 잃어버리고, 강박에 잡혀 촬영할 때 예민해져요. 감독님은 제 성향을 1회 차에 파악하시고 그날부터 저에게 맞는 디렉팅을 주셨죠. 그렇게 모든 회차가 진행됐어요. 싱크대를 내리치는 장면도 합의 안에서 능숙하게 진행된 것 같아요.”
영화의 초반, 전종서는 영숙을 연약한 소녀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그러나 악귀가 들렸다며 학대하는 신엄마(이엘)와 전화 한 통을 통해 서연과 우정을 쌓아가다 점점 광기를 드러내며 폭주하는 영숙 캐릭터를 표현, 보는 이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영숙이가 강한 캐릭터라고 1차원적으로 받아들이실 수 있어요. 그러나 저는 영숙의 강함보다는 약함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어요. 인간적인 부분에 대해서 신엄마와의 관계, 서연이와 관계, 서연이 아빠에 대한 집착에 있어 조금 더 많이 파고들었죠. 뭔가를 내리치는 파워풀하고, 역동적인 영숙의 모습도 있지만 반대로 살짝만 쳐도 깨져 부서질 것 같은, 얇은 유리 같은 영숙의 모습도 찾아보려고 노력했어요.”
날 것 그대로를 담아내야했기에 어려움이 뒤따를 법한데 영숙의 어떤 점이 그를 끌어당기게 만들었을까.
“일단 책이 너무 재밌었어요. 두 번째는 이충현 감독님의 데뷔작이기 때문에 선택했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나리오가 복잡하게 쓰여 있어서 읽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지만, 속도감 있게 읽힐 정도로 단조롭고, 스피디하고, 역동적이었어요. 이미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죠. 이충현 감독님이 영화에 포인트를 주려고 하는 장면들이 시나리오에 많이 부각돼 있었어요. 숨어져 있는 단서나 제가 저의 눈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다른 매력들, 비밀들이 퍼즐 맞추드 끼워졌죠. 끝까지 보고, 책에 반해 대본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또 이충현 감독님을 굉장히 존경해요. 감독님의 단편영화를 몇 년 전 처음 접하고, 파격성에 있어 반했던 기억이 있어요. 일반적이지 않은 발상, 하지만 거기서 오는 충격과 신선함을 안겨줄 수 있는 아이디어들에 매력을 느꼈죠. 장편으로 데뷔하신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시나리오가 ‘콜’이라는 걸 알았을 때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감독님과 미팅을 하고 싶다고 요청드릴 정도였어요. 감독님과 첫 미팅 때 ‘존경한다’라고 말씀 드릴 정도로 리스펙 했어요. 그런 두 가지 이유에서 선택하게 됐죠.”
‘콜’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극의 서스펜스를 탄탄하게 쌓아 올리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현재와 과거에서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연과 영숙. 서연은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영숙은 자신의 미래를 알고 폭주하며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준다. 불꽃 튀는 두 사람의 시너지가 112분의 러닝타임을 쥐락펴락한다.
“박신혜 배우는 제가 가지지 못한 걸 가진 분이에요. 내공, 경험에서 나오는 것 등. 서연과 영숙은 절대관계이기 때문에 한 쪽에 에너지가 들어가면 균형이 깨져버린 시나리오의 구성이었어요. 시나리오가 철저하고, 완벽하게 계산돼 나온 만큼 저희 연기도 계산된 상태로 처음부터 끝까지 갔어야했어요. 영숙이 좌절하면 서연이 달려주고, 서연이 바닥을 치면 영숙이 폭발하는 등 핑퐁처럼 해줘야 했죠. 제가 서연을 연기했다면 정신적으로 타격이 컸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박신혜 배우는 끝까지 중심을 놓지 않고 평행이론처럼 끝까지 가져가 주셨죠. 서로 균형이 잘 맞아졌던 것 같아요.”
영숙은 서태지를 좋아하는 팬이다. 그의 음악과 패션에 열광하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서태지의 모든 것을 공부했다고 한다.
“서태지는 저의 세대 가수가 아니라 생소했어요. 전설 같은 가수라는 건 알고 있었죠. 유튜브에 있는 동영상을 많이 찾아봤어요. 항상 노래를 들었고요. 잔잔하고, 서정적인 노래보다는 역동적이고, 비트가 세고, 빠른 쪽의 노래를 들었어요. 그중 하나가 ‘울트라맨이야’였죠. 실제 영화 속에도 추가됐고요. 서태지 외에는 라이징 가수인 빌리 아일리시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어요. 약간은 기괴하지만 장난꾸러기 같고, 악동 같은 매력을 참고했죠. ‘콜’을 찍으면서 노래에 많이 기댔던 것 같아요.”
천진난만하다가도 순간 날카롭게 변하는 표정, 소름 돋는 웃음소리가 인상적이다. 특히 귀에 꽂히는 날카로운 발성의 욕설 연기는 섬뜩함을 자아낸다.
“실제로 대본에 써있기도 했지만 영화에 들어간 욕들은 거의 다 애드리브였어요. 추가된 것들은 제일 자연스러운 톤을 맞춰갔죠. 테이크를 가면서 연습이 됐어요. 입에 붙고, 들었을 때도 자연스러울 수 있는, 영숙의 과격함과 맞아 떨어졌던 것들을 선택했죠. 웃음소리도 계획에 있었던 건 아니에요. 어느 순간부터 영숙이라는 캐릭터가 선명하게 잡혀갔어요. 굉장히 장난꾸러기 같고, 천진난만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아이인데 날카롭고, 극과극의 모습을 동시에 가진 느낌이었어요. 장난기가 발동하고 악동스러움을 표현할 땐 아이처럼 낄낄 웃어보는 게 재밌겠다고 생각해 웃어보기도 했어요.”
전종서는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버닝’(감독 이창동)에서 여주인공 해미 역을 맡아 모호하고 신비한 매력을 담아 연기, 단숨에 주목받았다. 데뷔작이 칸국제영화제에 진출하는 영예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만큼 높은 기대치에 따른 부담감이 있었을 터.
“저는 계속 창의적이고 싶어요. 뭔가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싶죠. 그게 연기여야 하고, 다양한 캐릭터와 영화를 만나보고 싶어요. 거기서 주어지는 캐릭터에 저다움을 많이 넣어 새롭고, 신선하고, 파격적이고, 때로는 잔잔하고, 은은하고, 부드러운 다채로운 모습을 그 영화 톤에 맞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게 재미가 되던, 스릴, 감동, 코미디가 되던 상관없어요. 기존에 존재하지 않고,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에 있어 거침없이 해보고 싶은 도전의식이 있죠.”
그러면서 이창동 감독의 조언을 전했다.
“이창동 감독님이 ‘버닝’이 모든 현장의 기준이 될 거라고 하셨어요. 감독님은 연기를 하고 매 테이크를 확인하고 연기하라고 하셨어요. 그것을 ‘콜’ 때도 적용시켰죠. 연기하고, 모니터하고, 다음 테이크를 가고. 그래서 자기 객관화가 됐어요. 제 눈에 거슬리거나 과하거나 약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고쳐서 다음 테이크로 갔어요.”
영숙 그 자체로 변신한 전종서.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연이은 호평을 받고 있는 그의 앞으로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되고 궁금해지는 때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건 이충현 감독님이 정말 많이 끌어내주셨어요. 또 스태프 모두가 도움을 주셨죠. 환경 조성에 있어 많은 분들의 노고가 컸기에 제 스스로 안에 있던 것들을 끌어낼 수 있었어요. 제가 연기를 했다기 보다, 다 같이 만들어냈고, 모두가 얽혀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차기작은 아직 얘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검토 중인 건 있어요. 결정되는 데까지 있어 신중하게 볼 예정이에요. 어떤 선택을 하던지 보시는 분들이 재밌고, 신선하고, 이런 게 있었나 하는 걸로 다가가고 싶어요. 영역을 많이 넓히고 싶습니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