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몬스터’ 장진희 “못된 성리아? 내면은 그렇지 않아…나와 닮은 모습 있더라” [인터뷰]
입력 2020. 12.11. 17:31:58
[더셀럽 김지영 기자] 영화 ‘럭키 몬스터’에 출연한 배우들이 한 목소리로 “우리 영화는 이상하다”고 했다. 이상한 영화에, 속을 잘 알 수 없는 캐릭터 성리아로 분한 장진희는 이전의 이미지는 모두 벗고 새 시작을 꿈꾼다. 모델도, ‘극한직업’도 아닌, 온전히 장진희 본인이 되기로 했다.

최근 개봉한 ‘럭키 몬스터’(감독 봉준영)는 빚더미 쭈구리 인생을 살고 있는 도맹수(김도윤)가 의문의 환청 럭키 몬스터(박성준)의 시그널로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위장이혼 뒤 사라진 아내 성리아(장진희)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벼락부자 폭주극.

도맹수의 아내인 성리아는 매일 자기 전 액션 영화를 보고, 빚에 쫓겨 허덕이는 도맹수를 다독여주지만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묘한 인물이다. 위장 이혼을 하기로 하며 잠깐의 이별을 할 때 입가에 미소가 띠고, 도맹수의 연락을 모조리 끊는다. 성리아의 속을 모르는 도맹수는 정처없이 아내를 찾아 나서고, 관객도 도맹수의 달라지는 본성과 함께 성리아에게 한 발짝 다가선다.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 적은 대사로 묘한 인물인 성리아를 연기한 장진희는 꽤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무난하게 캐릭터를 소화했다. 속을 알 수 없는 표정, 본심이 드러난 뒤 달라지는 얼굴에서 장진희의 새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상 장진희는 처음부터 성리아가 아니었다. 당초 유다연이라는 캐릭터로 오디션을 봤으나, 봉준영 감독은 그에게 성리아 역으로 오디션을 다시 보자고 제안했다. 시나리오를 읽은 뒤 오디션에 참석한 장진희는 ‘성리아는 어떤 인물인 것 같냐’는 봉준영 감독의 물음에 대사를 인용해 답했다.

“사실 성리아가 어마어마한 못된 캐릭터이지 않나. 그래서 대사 그대로 욕을 하면서 말을 했더니 감독님이 너무 좋아하시더라. 그래서 캐스팅이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처음에는 첫 주연작이다 보니 타이틀에 너무 신나서 뭣도 모르고 있다가 분석을 시작하니 좋아할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부담스러웠고 어려웠다.”



배우로 데뷔 후 첫 주연이라는 부담과 어려운 캐릭터 설정은 장진희에게 걸림돌이 됐다. 벽을 만났다고 해서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다. 장진희는 대본을 보면서 성리아를 조금씩 분석하고 캐릭터를 이해해나갔다.

“겉으로만 보면 도맹수를 이용하는 것으로만 보인다. 사실 이용만 한 것은 아니다. 이용하려고 도맹수에게 나타난 것도 아니고 리아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았다. 겉으로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나쁜 애’라고 욕을 할 수는 있겠지만, 내면을 보면 그렇지 않다. 누군가 제 겉모습을 보고 판단했을 때 잘못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런 부분에서 동질감과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극 중에서도 도맹수는 성리아와 보육원에서 함께 자라다 연인으로 발전, 부부가 됐다고 간략하게나마 설명이 된다. 장진희는 성리아와 도맹수의 관계를 ‘지긋지긋한 관계’라고 정의했다.

“성리아는 맹수에게 지긋지긋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대사에도 있지 않나.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맹수는 리아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리아도 맹수를 온전히 내칠 수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가족이지 않나. 사실 보육원에서 같이 만나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남매 혹은 남녀 간의 사랑이 뒷받침됐던 관계기에 그런 부분에서 좋게 표현하면 끈끈한 관계,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성리아의 심리를 표현하는 듯한 액션영화 관람은 영화에서 자세하게 풀이되지 않고, 도맹수의 지레짐작으로 남는다. 사실 도맹수 관점의 영화다 보니 성리아의 속마음이 쉬이 표현되지 않을 터다. 이에 장진희도 도맹수의 생각대로 성리아를 연기했다.

“맹수의 생각을 쫓아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성리아가 다른 이유로 분명한, 명확한 이유를 찾는다면 그 역시도 사실 답이 아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부분들은 계속 추상적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성리아가 더 어렵게 느껴진 것 같다. 성리아가 디테일한 캐릭터여서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 것은 좋았지만, 정서적인 스트레스는 있었다.”

‘럭키 몬스터’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관객과 만날 시간을 가졌다. 당시에도 장진희는 성리아를 마음에 품고 있었고, 여전히 ‘럭키 몬스터’를 애틋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는 ‘럭키 몬스터’를 “본능에 충실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사실 촬영이 끝나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부국제에서 보니 못 놓고 있다는 걸 알겠더라.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꽤 힘들었다. 힘든데 이유를 모르겠더라. 어디서 힘듦이 오는지 몰랐는데 부산을 가면서 알게 됐다. 리아에게 질척이고 있었고 의지를 했던 것 같다. ‘너도 힘들지, 나도 힘들어’라는 식으로. 갖고 싶은 걸 갖고 싶다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난 괜찮아, 너 해’라는 게 없지 않나. 상대를 배려하는 성향이 하나도 없다. 그런 부분에서 본능에 충실을 요구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모델 활동을 한 정진희는 자연스럽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모델을 하면서 뮤직비디오, 스틸 촬영에도 참여했고 경력이 쌓이면서 관계자도 알게 됐다. 배우가 하는 연기와 모델이 하는 연기의 방향성은 다르기에 조금씩 콘셉트에 맞춰 연습하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게 된 게 2017년 영화 ‘포크레인’의 단역이었다. 그리고 이후 2018년 ‘극한직업’의 선희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모델 일을 굵직하게 했고,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더라. 마냥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배우로 전향하게 됐다. 모델로서는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소했다. 연기는 아직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래서 매 순간 배우는 것들이 많고 너무 재밌다. 생각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그래도 재밌다. 다른 누군가가 된다는 것, 표현하고자 했던 캐릭터가 잘 보였을 때 느끼는 성취감도 크다.”

‘극한직업’으로 신스틸러 배우였던 장진희는 그 말의 의미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신의 근성대로 집중하고 시간을 할애해 조금씩 더 나아갈 예정이다.

“‘극한직업’때 신스틸러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그런 배우가 되겠다고 했었다. 사실 그땐 범 무서운지 모르고 했던 말인 것 같다.(웃음) 신 하나로 시선을 가져간다는 게 되게 멋있지 않나. 당연히 배우로서 되고 싶은데 그게 쉬운 게 아니다. 그땐 그냥 그렇게 불러주는 것에 젖었다. 지금도 물론 신스틸러가 되고 싶다. 하지만 그때랑 지금이랑은 신스틸러가 주는 무게가 다르다. 그때는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래서 더 잘 가고 싶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KAF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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