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이충현 감독, ‘빌런’ 전종서를 탄생시키기 위해 [인터뷰]
입력 2020. 12.14. 14:51:23
[더셀럽 전예슬 기자] 한 치 앞을 모르게 만들고 싶었다는 바람이 그대로 실현됐다. 영화 ‘콜’로 신선한 충격을 안긴 ‘괴물 신예’ 이충현 감독이다.

지난 3월 극장 개봉을 앞두고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갔던 ‘콜’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개봉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결국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달 27일 공개됐다. 장르가 미스터리 스릴러인 만큼 스크린이라는 큰 화면을 통해 봤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뒤따랐을 터. 그러나 이충현 감독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며칠 실감을 하면서 느끼고 있다.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 영화는 지난 2012년 국내 개봉한 푸에르토리코‧영국 합작 영화 ‘더 콜러’를 원작으로 했다.

“원작에서 가지고 오려 했던 건 큰 틀이었어요. 과거에서 현재로 작용하는 게 기존 타임슬립물과 달랐고, 서로 합심해서 일을 해결해나가는 게 아닌 두 인물을 어느 시점에서 그려내고 싶었죠. 원작과 ‘콜’은 디테일, 캐릭터, 이야기 서사에 있어 다르다고 생각해요. 일단 가장 큰 차이는 원작의 경우, 과거의 캐릭터인 영숙(전종서)이 카메라에 노출되지 않아요. ‘콜’에서는 영숙 캐릭터를 탄생하면서 여성 투톱물처럼 주고받고, 액션과 리액션을 통해 원작이 가진 잠재력과 서스펜스를 극적으로 끌어내려고 노력했죠.”



‘콜’은 원작에 없는 엄마까지 네 여성의 이야기로 확장됐다. 과거와 현재의 인물이 연결돼 있다는 콘셉트만 같을 뿐, 인물과 이들을 연결 짓는 스토리 등은 재구성된 것. 캐릭터를 확장시키고 비율을 조정하는데 따르는 고충은 없었을까.

“원작의 경우, 과거의 인물을 보여주지 않아 장르와 이야기 확장에 있어 한계적이라고 느껴졌어요. 영화상에서도 빌런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게 한정적이었죠. 중요한 건 과거에서 벌어지고, 현재에서 리액션하고 과거에 있는 빌런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일 수 있음에도 막혀있다고 느껴져 안타까웠죠. 빌런의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것에 있어 공을 들였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 원작과 다르게 교차적으로 보여주면서 일이 벌어지고, 거기에 대한 리액션, 간극에서 벌어지고 충돌하는 서스펜스 스릴러를 신경 썼어요. 장르적은 부분에서 어떻게 느낄지 충실하려고 했어요. 비율도 어느 순간에는 다른 쪽에서 공격하고, 받고 등 다른 시공에 있지만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고민했고요.”

‘콜’은 한 공간에서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바뀌는 미장센과 공간이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서연(박신혜)이 과거를 바꿔 가족들과 행복을 되찾은 집은 따뜻하게 꾸민 반면, 숨겨져 있던 광기를 폭발시킨 영숙의 집은 기괴한 느낌을 준다. 상반된 분위기의 색감과 연출은 두 사람의 감정을 극대화시켰다.

“한 집이지만 공간과 톤, 분위기가 시시각각 변해요. 각 공간이 이야기의 감정, 인물의 감정에 맞추려고 중점을 뒀죠. 조명감독님과도 촬영 전 이야기를 나눴어요. 한 영화 안에서 혼란스럽지 않게 통일감 있고, 각 시퀀스별로 다르게 맞춰야했기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후반 작업에 있어 색 보정을 해서 결과적으로 어떻게 맞출 것이냐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작업에도 공을 들였죠. 실제로 영국에 가 ‘해리포터’ ‘어벤져스’ 등을 작업한 바네사 테일러 컬러리스트에게 DI를 부탁드렸어요. 색들에 고민하고, 이 시퀀스에서는 어떤 색을 쓸지, 전체적으로 콘셉트에 어떤 통일감을 가져갈지 고민하고 공을 들였죠.”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의 탄생이다. 서연과 영숙 뿐만 아니라 서연의 엄마와 신엄마 역을 맡았던 김성령, 이엘도 힘을 보탰다. 김성령은 30대와 50대를 오가는 섬세한 감정 연기를, 이엘은 무표정한 얼굴과 절제된 표현으로 등장하는 신마다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시작점이 여성 캐릭터라 남성 캐릭터로 바꿀 이유는 전혀 없었어요. 확장해서 엄마 캐릭터가 생겼지만 일부러 여성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한 건 아니죠. 각 인물들의 한 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안에 엄마와 모성애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저절로 여성 캐릭터로 확장된 거예요. 남성 캐릭터 역시 부수적으로 활용하려한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경찰, 아저씨, 아빠가 남성 캐릭터가 된 거죠. 서연과 영숙으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점차적으로 확장돼 탄생한 거예요. 의도적으로 장르적으로 이어가려 하진 않았죠.”

‘콜’에서 전종서의 연기는 가히 압도적이다. 자신의 끔찍한 미래를 알고 폭주하는 모습은 한국 영화 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 빌런 캐릭터를 선보였다. 소화기를 사용해 무자비한 연쇄살인을 시작하며 그동안 억눌려왔던 광기를 분출한 것.

“서연과 영숙은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나 기억에 있어 ‘불’이라는 메타포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서연이의 경우, 과거 화재로 인해 다리에 화상이 생겼죠. 영숙은 퇴마를 할 때 불이 다뤄져 자연스럽게 집에 소화기가 있었어요. 불을 끄는 일반적인 도구가 영숙이에게는 살인도구가 된 것이죠. 동전의 양면 같은 게 영숙의 자체라고 생각했어요. 영숙이 먹는 딸기, 소화기의 빨간색, 피, 영숙이가 쓴 가발, 폭주했을 때 입은 옷 등 레드계열로 통일성을 이루고자 했죠. 또 다른 방식으로 영숙이가 할 수 있는 살인은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예요. 거기서 산소통으로 살인을 하죠. 산소통이 소화기 모양과도 비슷했어요. 그런 것들이 무의식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갈 때 작용했어요.”

영숙은 서태지에 열광한 20대로 등장한다. 그의 음악과 패션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러한 설정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90년대와 X세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이기도 하고, 서태지 이름만으로 더 설명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서태지가 가진 기성세대를 향한 저항성, 파격성, 레트로, 음악의 가사 같은 게 영숙의 처지와 묘하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당시 시대적인 상황과도 잘 맞아서 고민도 없이 영숙이가 좋아하고 상징할 수 있는 인물로 서태지를 표현했어요. 서태지를 직접적으로 만나보진 않았지만 ‘콜’ 안에 서태지라는 인물과 음악을 절실하게 사용하고 싶었어요. 허락을 받고자 서태지에게 시나리오도 드렸죠. 처음부터 끝까지 봐주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다행히 흔쾌히 허락해주셨죠. 또 박신혜와 서태지의 아내 이은성 씨가 서로 연락해 이야기를 주고받은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다행히 나쁘지 않고, 긍정적으로 봐주셨죠. 그래서 영화에 아무 문제없이 원만하게 잘 녹여낼 수 있었습니다.”



이충현 감독은 지난 2015년 단편영화 ‘몸 값’으로 이름을 알렸다. ‘콜’은 그의 첫 장편 영화였기에 공개 전부터 영화계 안팎으로 큰 주목을 받은 바. 이는 부담감으로 다가올 법도 하다.

“‘몸 값’ 이후 상업영화를 할 때 쯤 다 처음이고 낯설어 어떨떨함이 더 컸어요. 부담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잘 알지 못한 상황이었죠. 이후 주변에서 많은 기대를 해주시니까 부담감이 자연스럽게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러나 부담감을 가지면서 하기보다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부담감은 잊어버린 지 오래예요. 어떻게 하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할지 신경 쓰고 있죠.”

단 두 편의 영화로 평단으로부터 ‘괴물 신인 감독’이란 타이틀을 얻은 이충현 감독. 뛰어난 연출력과 더불어 배우 못지않은 잘생긴 외모 덕에 ‘미남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소감을 묻자 쑥스러운 듯 말문을 이어갔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랫동안 나이가 들어서도 작품을 할 수 있는 감독이 되고 꾸준하고 싶은 게 개인으로서 첫 번째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극한의 서스펜스를 선사한 ‘콜’은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스릴러로 국내에서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충무로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킨 이충현 감독의 앞으로 차기작 행보에 벌써부터 궁금증과 기대감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스릴러 장르를 하게 됐지만 한 가지 장르만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그런 바람도 있고요. 다음 작품의 경우도 여러 가지로 준비하고 있어요. ‘콜’과는 다른 느낌의 장르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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