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민 “어렵지만 특별한 ‘조제’, 만드는 재미 있어” [인터뷰]
- 입력 2020. 12.17. 16:17:50
- [더셀럽 김지영 기자] 남녀간의 순수한 사랑을 그리는 영화 ‘조제’에 배우 한지민의 색채까지 더해져 이야기가 풍부해졌다. 국내에서 많이 사랑받은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리메이크한 ‘조제’를 통해 한지민은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꼈다.
최근 개봉한 ‘조제’는 처음 만난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이름 조제(한지민)와 영석(남주혁)이 함께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그린 영화. 한지민은 극 중 불편한 신체로 세상과의 소통을 끊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는 조제로 분한다.
조제는 읽고 싶었던 책을 사러 가던 도중 괴한을 만나 영석(남주혁)에게 도움을 받는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 “밥 먹고 가”라며 영석에게 마음을 열고, 표현에 서툴지만 영석을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원작의 팬이었다고도 밝힌 한지민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원작을 다시 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김종관 감독이 새로 만든 ‘조제’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었고, 자신이 표현하는 조제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가 김종관 감독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리메이크하면서 원작과의 차별점을 두는 것에 집중했다기보다는 다른 결의 새로운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했기에 한지민도 이 뜻을 따랐다.
“원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본지가 10년 전이었던 것 같다. 그때의 감성으로 솔직하게 전달하는 둘의 사랑이 좋았고 조제가 사랑스러워 보였다. 감독님이 겨울을 배경으로 한 원작을 리메이크하면서 차별점에 포커스를 두는 것보다는 감독님과 저, 남주혁 씨가 들어오면서 새로 생기는 질감에 집중하려는 부분이 컸다. 그래서 원작을 새로 찾아보지는 않았다. 원작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다르니 저희 작품에서도 여러 가지 여운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조제’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원작의 조제는 힘든 환경 속에서도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 눈길을 끈다. 김종관 감독이 새로 그리 ‘조제’는 보다 더 어둡고 쓸쓸하며 차갑고 외롭다. 한지민은 시나리오에 담기지 않은 조제의 서사를 쌓아가며 캐릭터를 구축했고, 매 작품마다 거치는 과정이었지만 ‘조제’는 어렵지만 특별한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조제는 어릴 때의 상처, 트라우마가 있는 게 특징이다. 트라우마로부터 오히려 자신만의 세계에 가둔 것처럼 느껴졌다. ‘조제’는 늘 한정된 공간에서 사람들과의 소통도 적고 대화도 적어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낯섦이 있을 것이고 ‘고맙다’는 말보단 ‘밥 먹고 가’라는 말이 조제에겐 편했을 것이다. 조제를 연기할 때는 어려웠지만 특별한 캐릭터였다. 이전에 제가 맡았던 캐릭터들은 명확한 색이 있었다. 조제가 겉으론 특별해 보일 수 있지만, 언어나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말들에 담긴 감정들을 이해하는 게 어려웠다. 배우로서는 설레고 재밌는 작업이지만 어려웠고 감독님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 그렇지만 새롭고 어려운 공간 안에서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영석에게 쌀쌀하고 싸늘하게 말하던 조제는 자신을 동정하지 말라며 이제 찾아오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던 중 영석은 우연히 조제와 함께 지내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안부차 조제의 집에 방문한다. 이전까지 영석의 말에 대답만 하던 조제는 그에게 여러 질문을 하다 또 다시 울컥 차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화를 낸다. 영석을 쫓아 보낸 조제는 다시 그를 붙잡으며 떠나지 말라고 한다.
“조제는 영석을 마주할 때 좋아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 감정이 낯설고 두려웠기 때문에 인정하기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영석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조제의 속마음은 그에게 괜찮아 보이고 싶었는데, 영석은 얼굴 이야기를 하니까 자존심이 상하고 찾아오지 말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영석이 떠난 뒤 감정에 확신이 든 것이고. 뛰쳐나오듯 철문을 열고 나와 영석을 울면서 붙잡는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는데, 터져 나오는 울음 안에서 영석의 사랑을 확신했을 거라는 생각으로 감정이 터진 상태에서 촬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만큼은 간절하게 내뱉고 싶었고 처음으로 솔직하지만 눈을 마주하지 못한 채 영석이의 온도를 직접적으로 느낄 용기는 없었던 것 같다.”
서툰 감정표현으로 어렵게 이어진 사랑. 영석과 조제는 여러 해의 연애를 이어가지만 결국 이들에게도 끝은 다가온다. 조제는 영석과 함께 간 아쿠아리움에서 “네가 없어도 외롭지 않다”고 이별을 고하고, 영석은 미안한 마음으로 눈물을 펑펑 터트린다. 엉엉 우는 영석과 달리 조제는 눈물을 꾹꾹 삼킨다.
“고래가 다가올 때부터 조제는 눈물이 고여있다. 아마 조제는 수족관을 가기 전부터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연인과 헤어지겠다는 결심은 한 번에 오지 않지 않나. 마음을 먹고 말하는 것이니 담담하게 말하려고 하는데 제가 너무 눈물이 나더라. 저는 이별에 담담하지 못한 편이다.(웃음) 조제에 한지민이 겹쳐서 눈물이 계속 나 여러 컷을 찍은 기억이 난다. 영석에게 ‘네가 없어도 옆에 있다고 생각하겠다’는 다짐을 울면서 하고 싶지 않았고 영석과의 사랑을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조제는 떠나가는 영석의 마음을 무겁지 않게 보내고 싶었을 것 같다.”
조제의 어려움은 감정 표현의 부족함뿐만이 아니었다. 신체적으로 부족한 조제를 자연스럽고 리얼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따랐다. 김종관 감독과 여러 상의를 거쳤고, 부족함이 느껴지는 듯 했으나 조제의 세계인 집에선 더 풍부하게 표현됐다.
“원하는 동선에 따른 움직임을 감독님이 정해주시진 않았다.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인물이니 레퍼런스를 연구하고 몸에 익숙하게 보일 수 있도록 연습하고 결과물을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휠체어나 차에 올라타는 장면들은 영상을 통해 공부하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이랑 상의하면서 조제의 집에 들어가면 느낌들이 바뀌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제는 늘 넘치지 않아야 하는 게 있어서 표현할 때도 부족하거나 모자라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감독님은 늘 확신을 가지고 말씀해주시고 공간이나 소리로 조제의 색을 채워주셨다.”
한지민이 신체적 한계를 가진 인물을 연기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웹무비 ‘두 개의 빛: 릴루미노’를 통해 시각장애인을 연기했고, 이번에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을 연기했다.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 “결핍이나 장애가 있는 캐릭터를 찾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두 개의 빛’은 많은 시각장애인 분들이 얘기해주신 것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었다. 시각장애인 중 80%가 후천적인 장애라고 한다. 그런 분들이 조금이나마 세상을 볼 수 있는 앱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고, 선물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조제’는 장애에 초점을 맞춰 선택했다기보다는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조제와 영석의 가공되지 않은 사랑에 끌렸다. 원작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감독님의 색으로 담아낸다면 어떤 결이 나올지의 기대감이 커서 선택하게 됐다. 사실 작품을 선택할 때 단순한 지점으로 선택하는 것 같다.”
1982년생으로 40살을 앞둔 한지민은 조금 더 성숙해지고 있다. 오지 않는 미래에 대해서 불안해하지도 않고, 다가올 날들에 걱정보다는 기대감으로 맞이하고 있다. 그는 “변화가 예전만큼 두렵지 않아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예전에는 생각이 많고 지나간 일도 생각을 많이 하고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성격이었다. 20대 땐 빨리 30대가 되고 싶었고 풍부한 감정, 많은 경험을 겪고 싶었다. 30대가 되고 보니 하나에 연연하던 제가 유연해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세대를 나누기 보다는 늘 삶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지금의 내가 변화해있고, 지금의 내가 예전에 생각했을 때보다 낯설다고 느껴질 만큼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맞이하고 싶은 제 인생은 나에게 많은 변화가 찾아오더라도 예전만큼은 두렵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확신으로 맞이할 제 미래가 궁금하고 잘해보자는 마음이 크다.”
40살을 앞둔 2020년에 많은 일을 겪었다. 아직도 아픔이 마음속에 서려 있지만, 올해 겪었던 일로 말미암아 앞으로 조금씩 더 성장하고 단단해질 한지민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늘 어릴 때부터 할머니의 사망을 걱정했다. 조제도 할머니를 잃고 나서 로드뷰를 보면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지 않나. 이번 여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다. 앞으로 이별에 대한 것들도 무섭고 두려워서 요즘에도 울컥 눈물을 흘리는데, 올 한해가 저에게는 코로나가 주는 의미를 진하게 느끼고 있다. 감정적으로 힘들지만 별일 아닌 것처럼 대해주고 챙겨주는 주변 사람들 덕분에 성장하고 있다. 늘 두려워하는 게 이별이지만, ‘조제’ 덕분에, 2020년 덕분에 아프지만 굳은살이 생기지 않았나 한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BH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