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영화 결산①] 코로나19로 침체 된 영화관, 불 밝힌 신인 감독들
- 입력 2020. 12.21. 12:06:56
- [더셀럽 김지영 기자] 올 한해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극장가에 직격탄을 날렸다. 항상 사람이 들끓던 멀티플렉스에는 발길이 끊겼고, 개봉 예정이었던 수많은 영화도 수차례 개봉을 연기하거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영화를 개봉해 적은 관객을 만나야만 했다. 그럼에도 2020년의 수확이 있다면, 미래가 기대되는 신인 감독들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매년 수많은 감독이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고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이후의 작품을 기대케 한다. 그러나 2020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 암울한 상황이 이어졌다. 극장 관객 수는 집계를 시작한 이래로 한 번도 보지 못한 수를 기록했고, 잠정 휴관하는 멀티플렉스, 배급사의 인원 감축 소식이 연이어 들렸다.
암울했던 2020년 영화계지만, 수많은 신인 감독들이 관객과 만났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계 전체가 흔들렸지만, 국내외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되거나 수상을 하는 등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 쏟아졌다. 또한 적은 관객이지만 뛰어난 연출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앗아가는 작품도 있었다.
◆ 장르물의 발견, 기대되는 차기작
지난 일 년 동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침입자’ ‘결백’ 등 여섯 편의 장르 영화가 극장 문을 두드렸다. 특히 김용훈 감독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돈 가방을 중심으로 탐을 내는 짐승들과 인간의 욕망을 두드러지게 표현해내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소설 ‘아몬드’ ‘4월의 눈’ ‘몬스터: 한낮의 그림자’ 등을 집필하고 이번 ‘침입자’로 장편 영화에 데뷔한 손원평 감독은 예상치 못한 전개로 스릴러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이와 함께 사이비 종교라는 위험한 소재를 과감히 선택하며 당시 신천지 사태와 맞물리는 신선함을 주기도 했다.
올 한해 개봉작 중 유일한 공포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은 해외 공포에서는 익숙하지만, 국내에서는 드문 옷장과 벽장을 공포 소재로 사용, 국내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한국형 미스터리 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다. 유아인, 유재명 주연의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는 색다른 범죄극으로 참신함을 선보였다. 이밖에 ‘결백’(감독 박상현),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 등이 개봉해 다음 작품을 기약했다.
◆ 코믹한 상업영화, 다음엔 폭소를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개봉한 ‘히트맨’(감독 최원섭)은 전직 국정원 암살요원이 그리지 말아야 할 1급 기밀을 술김에 웹툰으로 그리면서 대박이 나자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새롭고 유쾌한 소재로 설날 극장가를 강타한 ‘히트맨’은 손익분기점 240만 명을 돌파했다. 최원섭 감독의 입봉작임에도 웹툰과 영상의 어우러지는 연출, 권상우와 정준호, 이이경 등의 열연이 빛을 발했다.
지난 11월 개봉한 ‘도굴’(감독 박정배)은 천재 도굴꾼이 팀을 이루면서 짜릿한 한판을 벌이는 이야기. 다소 예상 가능한 스토리지만 국내에서는 한 번도 다뤄지지 않은 도굴꾼을 소재로 했다는 점, 사실적인 문화재 연출, 유쾌한 말맛으로 재미를 안겼다. 그간 범죄오락영화보다 느슨한 재미는 있었지만, 입봉작이라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아쉬움이며 속편을 예고하며 끝난 ‘도굴’의 다음 이야기에 궁금함이 더해진다.
◆ 코로나19의 변주가 된 OTT
영화 ‘콜’(감독 이충현)은 당초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봉이 밀리고 밀려 결국 OTT서비스 넷플릭스 행을 택했다. 단편영화 ‘몸값’으로 이름을 알린 이충현 감독의 장편 영화 입봉작으로 기대감이 모인 만큼, 영화관에서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넷플릭스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스릴감과 전종서, 박신혜의 열연으로 인기를 얻었다.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는 극장 개봉으로 190만 명의 관객을 모은 뒤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국내에서는 좋은 평만 있진 않은 ‘#살아있다’지만,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통해 넷플릭스 비영어 콘텐츠 중 타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 4위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 독립영화만의 뛰어난 작품성
지난 8월 개봉한 ‘남매의 여름밤’(감독 윤단비)은 여름 방학 동안 일어난 남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뤘다. 소소하지만 큰 울림을 선사해 아트버스터라는 극찬을 이끌어 낸 것은 물론,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아 트로피를 싹 쓸었다. 노인 성폭력을 다룬 ‘69세’(감독 임선애)는 개봉 당시 별점 테러를 당하는 아픔이 있었지만, 유수의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되고 임선애 감독은 ‘2020 여성영화인상’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지난 11월 개봉한 ‘애비규환’(감독 최하나)은 젊은 나이에 임신한 여성이 15년 전 연락 끊긴 자신의 친아빠와 집 나간 아이 아빠를 찾아 나서는 내용을 담았다. 젊은 임산부의 자아를 찾는 이야기로 이혼은 불행, 실패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더불어 영화 ‘야구소녀’는 고교 야구팀 유일한 여자 선수가 성별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상업영화에서는 다루기 힘든 소재를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선 ‘69세’를 비롯한 ‘애비규환’ ‘야구소녀’ 모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국내 여성 영화 발전에 이바지했다.
◆ 2020년, 신인 감독의 참신한 작품 만났던 해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올 한해를 돌아보며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들을 내놓은 신인 감독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팬데믹 사태가 없었다면 신인 감독들은 보통 저예산 영화, 독립영화 위주로 첫 작품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서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코로나19가 휩쓴 올해 영화계에 “독립영화들은 상업영화에 비해 손해를 입는 부분이 적어 개봉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때보다 떨어진 작품들이 아니라, 좋은 평가들을 받는 작품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남매의 여름밤’ ‘소리도 없이’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꼽았다. 윤성은 평론가는 “이런 작품들은 여성 감독들의 영화고, 여성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리도 없이’는 여자 주인공은 아니지만 어린 여자애가 중요한 캐릭터”라며 “몇 년 전부터의 경향이긴 하지만, 여성 감독들이 두드러졌고 올해도 이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상업영화,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하지 못해서 주목받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각 영화 포스터, 더셀럽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