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규리 "'카이로스'=도전, 소중하고 값진 작업"[인터뷰]
- 입력 2020. 12.31. 16:55:51
- [더셀럽 박수정 기자] "'카이로스'는 선택이 아니라 도전이었어요."
남규리는 지난 22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카이로스'(극본 이수현, 연출 박승우)에서 김서진(신성록)의 아내이자 바이올리니스트 강현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더셀럽과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남규리는 "끝이라고 생각하니 아쉽고 섭섭하다. 또 하나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보고 싶을 때 꺼내 보려고 한다"고 '카이로스'를 추억했다.
'카이로스'는 배우 남규리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였다. MBC '내 뒤에 테리우스', '붉은 달 푸른 해', '이몽'까지 쉼 없이 연기 행보를 이어 온 남규리는 오랜 고민 끝에 '카이로스'와 만났다고 밝혔다.
"'이몽'을 끝내고 연기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이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깊이에 대해서였죠. 오롯이 나를 또 한 번 재정비하는 공백기가 있었어요. 그때 삶에 대한 또 다른 나만의 가치관들이 형성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싶다'고 생각할 무렵 '카이로스'란 작품을 만났습니다."
강현채는 반전 캐릭터였다. 김서진의 내조에 힘쓰는 아내인 줄 알았던 강현채는 알고 보니 서도균(안보현)과는 불륜 관계를 맺고 있었고,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소시오패스였다.
소시오패스 역을 맡아 소름돋는 악녀 연기를 보여 준 남규리는 "처음하는 아이를 잃은 엄마, 바이올리니스트, 소시오패스까지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마음이 컸다. '내가 배우로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한 인물에게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강현채라는 캐릭터에 매료됐다"며 "드라마에서 처음 등장하는 여성 소시오패스 캐릭터라 신선했다. 여성이 주체적인 캐릭터였다. 그리고 악역에 대한 묘한 갈망이 있었다"고 밝혔다.
어려운 캐릭터였다. 유독 캐릭터의 변화가 급변했던터라 중심을 잡기 힘들었을 터. 남규리는 "캐릭터 감정변화부터 폭이 참 다양했다. 일관성이 있는 듯 없는 듯 반전에 반전이 있었다.저 제 스스로 현채라는 캐릭터를 합리화시키고 설득하는 게 우선이었다. 현채는 사랑 없이 자란 인물이다. 그래서 사랑도 모르고, 나쁜 게 나쁜 건 줄도 모른다. 현채가 되기 위해 현채의 서사를 만들었다. 저렇게까지 살게 된 이유, 불쌍한 여자, 삶을 대하는 방법도 무엇이 맞고, 진심인 건인지도 모르는 여자다. 목적이 뚜렷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너무나 일상적이라 생각을 하며 가끔은 일상생활을 한다라고 생각하고 접했다. 저의 다양한 면을 꺼내서 하고 싶은 연기의 70%만 하자 라고 생각했다. 저 자신을 누구 보다 믿었어야 했어요. 자존감이 높아야 두려움없이 강현채로 살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드러내놓고 악을 저지르며, 자극하고 짓밟는 악역이 아닌 너무나 정상적일 것 같은 여자가 저지르는 지극히 일상적인 연기 강현채는 늘 아무렇지 않았다. 그게 곧 강현채였고,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엔 정말 나쁜 악역으로 다가온 것 같다"고 했다.
남규리는 힘든 작업이었던 만큼 뿌듯함도 컸다고 했다. 그는 "현채의 광기에 어느 날은 쾌감을 느끼고, 어느 날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 날은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현채 역에 너무 빠져있어서 남규리로 돌아오는 게 힘들었다. 결국 응급실을 세 번이나 다녀왔고, 몸무게가 너무 많이 빠져서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 그래도 제겐 너무 소중하고, 값진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결말은 어떻게 봤을까. "현채는 분명 해피엔딩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드라마에선 보통 해피엔딩이나 권선징악인데 묘한 여운을 남겼다. 묘함으로 시작했고, 묘함으로 여운을 남겨서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가 된 것 같다."
신성록, 안보현, 이세영 등 동료 배우들에 대해서도 전했다. 먼저 부부로 호흡했던 신성록에 대해 남규리는 "신성록 선배님과 첫 촬영 때 기억이난다.아이를 잃은 슬픔에 빠져있는 감정에 몰입하고 있을 때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주시고 배려해 주시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20년 차 선배님의 후배들을 배려해 주시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서로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상태라 맞추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쇼윈도 부부라는 관계에 있어서 너무 친해지지 않으려 노력했고, 자연스럽게 호흡이 맞춰진 것 같다. 역시 베테랑답게 매신 능숙하게 해내셔서 촬영이 편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절절한 러브라인을 그렸던 안보현과의 작업에 대해 "안보현 씨는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열정적인 모습이 매력적인 분이었다. 늘 열심히 준비해온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 감사했다. 안보현씨와는 매 촬영이 재미있었다. 분명한 관계 설정이 된 사람이라 자주 촬영하다 보니 편하기도 하고, 노력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 열정적인 측면에서 잘 맞았던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세영과는 함께 하는 신이 많이 없어 아쉬웠다고. 남규리는 "이세영씨와 한 신뿐이어서 아쉬웠지만, 서로를 응원하고 있는 마음이었다. 세영씨는 너무 좋은 동료, 사람이었다. 너무 친해지고 싶은 배우다. 작품이 끝나고도 또 보고 싶은 동생이자 저에겐 선배님이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박승우 감독과도 특별한 케미를 뽐냈다.남규리는 "감독님과 현채의 감정선에 이야기를 나눌 땐 굉장히 접점이 비슷했고, 디렉션과 액션이 합이 참 잘 맞았던 감독님이었다. 함께 하게되서 너무나 행복했고, 인간적으로도 많이 친해져서 또 작품을 꼭 함께 하는 그날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남규리는 그간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를 줄곧 맡아왔다. '카이로스'를 마친 후 남규리는 "이젠 좀 밝은 캐릭터,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는 독특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 저만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독창성을 표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소망했다.
남규리는 올 한해 드라마와 예능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했다. 노력의 결실도 맺었다. 지난 30일 남규리는 '2020 MBC 연기대상' 우수연기상(월화 미니시리즈·단막 드라마 부문)을 수상했다. 10년 전 신인상을 수상한 이후 10년 만에 수상이었다. 2020년을 기분 좋게 마무리한 남규리. 그의 2021년의 행보가 벌써 기다려진다.
"2020년은 '카이로스'로 정말 기회의 신이 와준 것 같다.'슈가맨'을 통해 추억을 소환하고, '카이로스'를 통해 내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었다. '온앤오프'를 통해 대중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었던 저에겐 또 다른 시작이었던 것 같다. 2021년은 한 발 더 나아가 저만의 긍정에너지와 저만의 분위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신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묵묵히 노력하며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남규리 측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