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 도전으로 시작한 ‘스위트홈’ 한계를 뛰어넘다 [인터뷰]
입력 2021. 01.08. 16:33:47
[더셀럽 김지영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서 연기 변신을 꿈꾼 배우 이진욱은 그의 바람처럼 전에 없던 이미지를 소화하며 신선함을 더했다. 이전보다 깊어진 눈빛과 분위기는 극 중 편상욱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은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욕망에 잠식된 인간들이 괴물로 변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낡은 아파트 그린홈을 배경으로, 주변 사람들이 괴물로 변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은 채 살아남으려는 주민들의 생존기를 그렸다.

이진욱은 극 중 전직 살인청부업자 편상욱으로 분했다.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음산하고 음침한 분위기, 잔혹해진 면모로 공포를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린홈 주민들을 위해 전면에 나서서 괴물과 싸우거나 이은혁(이도현)의 지시를 따르며 주민들의 안전을 지킨다.

그간 ‘보이스’ 시리즈를 비롯해 ‘리턴’ ‘굿바이 미스터 블랙’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등을 통해 장르물 연기를 선보인 이진욱은 이번 작품에서 이전과는 다른 강인한 색채를 가지고 ‘스위트홈’에 임했다. 다른 작품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강인함과 카리스마, 어두움을 전면으로 끄집어내어 새로운 이진욱을 탄생시켰다.

“이응복 감독님께서 ‘보이스’와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등을 보시고 가능성을 보셨다고 하셨다. 그런 이진욱을 살려서 작업하면 편상욱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다른 느낌으로 소화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셨다더라. 사실 누구나 여러 가지 모습을 갖고 있지 않나. 자신이 뛰어나게 가진 부분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것 뿐이다. 저한테는 보이지 않은 불덩어리가 있었고 이번에 적절하게 꺼내어 사용하지 않았나 싶다. 어릴 때는 그에 맞는 연기를 하고 감정이 쌓임에 따라서 바뀌는 연기를 했는데 이제는 조금 다른 연기를 했다. 가슴에 불덩어리를 꺼내 쓸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았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스위트홈’이지만 편상욱의 캐릭터는 약간의 각색을 거쳤다. 원작에서는 전직 형사에 밝은 성격이다. 이진욱은 원작 작품 속 캐릭터와 자신이 연기해야 할 편상욱이 약간의 차이가 있어 많이 참고하지는 않았으나 최대한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

“출연 제의가 들어오고 나서 웹툰 ‘스위트홈’을 봤는데, 제겐 처음 본 웹툰이었다. 대본과 상당 부분 다르다고 생각해 연기를 할 때는 원작 캐릭터를 참고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하면 이진욱이라는 배우한테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그릴 수 있을지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원작에서 캐릭터를 가져왔지만, 새로 창조하면서 극의 흐름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연기했다.”



이진욱은 편상욱의 서사를 쌓아가고 감정을 만들어가면서 좋아하던 소설 ‘야성의 부름’ 속 주인공을 떠올렸다. 이 소설은 살아남기 위해 혹독한 대자연 앞에 맨몸으로 맞서야 했던 늑대개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이진욱은 편상욱이 가진 과거의 아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강해진 면모 등이 소설 속 주인공 늑대개와 비슷하다고 떠올렸다.

“이전에도 아픔을 가진 캐릭터를 해봤지만, 그 이후의 행동은 편상욱과 전혀 달랐다. 모든 사람들이 편상욱이 겪었던 가족을 잃는 경험을 한다고 해서 편상욱이 살아온 인생과 같은 인생을 살지는 않는다. 편상욱은 그런 아픔을 겪고 방화범을 손으로 죽이며 인간성을 포기하고 삶에 대한 미련도 적다. 그래서 어떤 삶을 살았을지 고민을 많이 했고 그 감정들이 어떤 것인지 구체화 시키면서 마음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중 좋아하는 소설 ‘야성의 부름’ 속 주인공 개를 떠올렸고 편상욱과 비슷해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해 새로운 표현 방법도 배웠다.”

로맨스 작품에서 이진욱만의 깊은 눈빛도 ‘스위트홈’에서 ‘편상욱화’돼 세밀하게 표현됐다. 그간 다른 작품에 비해서 현저하게 적은 대사량이지만, 캐릭터와 이야기를 그리는 데에 있어서 아쉬움이 없고 그것 자체로도 충분하게 느껴진다.

“대사가 적어 외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극도로 제한되는 느낌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생각했을 때 대사가 적어 연기하기 쉬웠다는 생각도 들지만 캐릭터에 쓰인 감정을 표현 안 할 수 없으니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힘들지만 배우로서 기분 좋은 작업이었다. 절제된 감정 표현과 고통에 무감각한, 동요 없고 무자비하게 뒤로 물러서지 않는 편상욱의 상태를 행동으로 표현하려 했다. 내면을 신경을 쓰다 보니 눈빛으로도 표현이 된 것 같다.”



편상욱의 잔혹함은 최윤제(고건한)를 살해할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살해할 시기를 노리던 아동 연쇄살인마 최윤제가 도망을 가자 망치로 흔들림 없이 내리칠 때는 무서움에 몸서리가 처질 정도다. 편상욱은 아무런 표정의 동요도 없이, 기다렸다는 듯 복수를 한다. 편상욱은 최윤제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괴물의 영역인 그린홈 밖에서 최윤제를 버리고 차진옥(김희정)의 딸과 군인 이수옹(안동구)의 시체를 인간의 영역인 그린홈에 데리고 들어온다. 그러곤 자신도 그린홈 밖에서 생을 마감하려 하지만 정재헌(김남희)의 용기와 도움으로 다시 그린홈 안에 들어오게 된다.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진정한 악인을 통쾌하게 처단할 수 있는 장면이기에 진심이 담긴 화면을 만들고 싶었다. 고건한 배우와 미리 합을 맞추고 안전하게 촬영했다. 고건한 배우의 희생으로 괜찮은 컷이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 편상욱은 최윤제를 밖으로 끌고 나오고 자신도 밖에서 죽으려 그린홈 셔터를 내린다. 괴물 같은 인생을 살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할 때 정재헌이 손을 잡아주고 끌어 당겨준다. 그 신을 찍을 때 캐릭터 자체로서, 상대 배우와 눈을 마주 보며 손을 잡고 교감을 해 뭉클함을 느꼈다. 편상욱으로서는 인간에게 처음 희망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대본을 보고 상상했던 것과 달리 행위 자체가 숭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느낌과 순간 때문에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정재헌에게 희망을 갖게 된 편상욱은 그린홈 사람들을 위해 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러던 중 부상을 입게되고 자신을 치료해주는 박유리(고윤정)에게 받는 치료가 생전 처음이라 싸늘하게 대하지만 마음을 조금씩 연다. 편상욱이 그간 누구를 죽이는 인물이었다면 박유리는 안길섭(김갑수)를 보살피고 괴물과 대적하다 싸우는 주민들을 치료해주는 연관성을 지닌 인물이다.

“유리는 편상욱과는 이타적인 삶을 산다. 멜로와는 다를 수 있는데 치유와 희망의 느낌이었다. 어머니 같은 느낌일 수도 있고 이성일 수도 있고, 안정감과 치유의 느낌. 직접적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그런 것에서 묘한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편상욱은 아마 그런 감정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고 마음 깊은 곳에 눌러놨던 감정이 일어나면서 다시 느껴졌을 수도 있고. 아마 편상욱에게 유리는 치유와 희망에 가까웠을 것 같다.”



이전과 다른 캐릭터를 준비하고 대중에게 선보이기까지 많은 걱정과 고민이 있었을 터다. 비슷함을 넘어서고 또 극복하는 과정에서 매너리즘에 빠지지만, 이진욱은 전에 없던 캐릭터를 소화하고 해내면서 한계를 뛰어넘었다.

“연기 변신을 해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보통 매너리즘에 빠진다고 하는데 그것보다 더 힘든 건 상황은 괜찮은데 저에게 주어진 작품이 비슷한 것만 들어올 때 힘들어지는 것 같다. 두렵게 느껴지고 매번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그렇고, 캐스팅도 잘 안 되는 그런 힘든 순간이 있다. 자기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 다들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뛰어넘는다. 저도 지금 뛰어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아마 ‘스위트홈’이 좋은 출발점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선 감사하다.”

어느덧 연기 경력 15년 차가 된 이진욱은 여전히 대중의 기대와 관심을 목말라했고, 진심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 매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줄 이진욱의 변신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대가 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그 다음에는 신뢰를 쌓아야 할 것 같고. 진심으로 작품에 임하고 연기하는 배우, 자기가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해내는 배우라는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다. 가능성을 확인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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