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트홈’ 이도현, 하나씩 배우고 성장하며 앞으로 [인터뷰]
- 입력 2021. 01.19. 07:00:00
- [더셀럽 김지영 기자] 단막극 ‘스카우팅 리포트’부터 ‘호텔 델루나’ ‘18 어게인’으로 차근히 자신의 길을 밟아온 배우 이도현이 ‘스위트홈’으로 또 한 번의 변신을 성공했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도현의 무궁무진한 발전에 기대감이 모인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대턍의 후예’ 등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원작의 재미를 살린 역대급 크리처 무비의 탄생을 알렸다.
이도현은 극 중 그린홈 아파트의 실질적인 리더이자 생존을 위해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이은혁으로 분했다. 날카로운 눈매에 빠른 판단으로 그린홈 주민들의 생존을 전면으로 이끈다.
그의 전작 ‘호텔 델루나’와 ‘18 어게인’ 등에선 로맨틱한 면모를 보였다. 이도현은 이번 작품에서 그간 보여주지 않은 면모를 보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특히 큰 감정기복이 없는 이은혁을 표현하기 위해 눈빛 연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감정 표현을 적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티내는 것을 아예 없앴다. 표현해왔던 방식들을 아예 바꿔버렸다. 제 평상시 모습도 어두워진 모습으로 바뀌었다.”
활달하고 밝은 성격인 이도현은 ‘스위트홈’의 이은혁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이응복 감독의 디렉션처럼 감정 표현을 절제해 연기를 하려했지만, 여기엔 더 많은 고민이 담겨있었다. 감정의 절제와 표현을 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깃들었다.
“연기를 하고 있는 게 맞나, 가만히 있는 거 아닌가, 말없이 바라만보고 있는 거 아닐까, 그냥 책 읽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했다. 거기서 감독님이 잡아주셨다. 감독님이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하자’고 하셔서 붕괴된 멘탈이 다시 잡혔다.”
이응복 감독과 만들어간 이은혁은 냉철하고 카리스마 넘친다. ‘스위트홈’에서 차현수 역을 맡았던 송강을 비롯해 여러 배우가 이은혁을 탐냈을 정도다. 그만큼 이도현이 이은혁을 잘 살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많은 준비를 해서 가는 편이다. 잔가지를 펼친 상황에서 현장에 가져가는 스타일인데 이러한 방식은 ‘스위트홈’부터 계기가 됐다. 너무 많은 준비를 해가니 현장에서 나오는 좋은 소스들을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는 것이다. 과한 준비는 하지 않고 깔끔하고 담백하게 준비를 하고 생기는 애드리브나 잘 수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편이다. 그래서 저는 제 대본은 깨끗한데 연구하는 공책은 지저분한 편이다. 그런 식으로 연기를 준비한다.”
이도현은 이은혁의 냉철한 면모를 살리기 위해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어려운 환경에서 의대에 진학한 이은혁이 공부를 많이 했을 터이니 시력이 나쁠 것이라 판단해 안경을 착용하고 전작과 다른 이미지를 주기 위해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대로의 변화를 추구했다.
“안경은 웹툰을 기반으로 한 설정이긴 하다. 의대생으로 나오다보니 공부를 많이 했을 것이고 시력이 안 좋아지니 안경을 썼을 것 같다. 헤어스타일은 ‘호텔 델루나’와 단막극, ‘스위트홈’을 같은 시기에 촬영해 크게 변화를 주진 못했지만 긴 머리로 촬영에 임했다. 오히려 이런 스타일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은혁은 고지식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굳이 외적인 부분을 꾸미는데 시간을 소비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은혁이 답답하게 보이고 고지식해 보인 것 같다.”
극에서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이유는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닌 내면으로 발현된다. 스스로의 욕망이 괴물화를 자극하고, 자신이 원하던 욕망이 괴물의 형태로 표현되는 셈이다. 그린홈 주민 중 차현수와 그의 옆집 배우 지망생, 슈퍼 주인 등이 괴물로 변하지만 이은혁은 마지막까지 괴물로 변하지 않는다.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욕망도 컸지만 그 안에 은유(고민시)가 제일 큰 부분이다. 은혁이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 괴물이 있다는 말을 확실하게 믿지 않는다. 그러니 괴물이 됐어도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 같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면 이은혁 조차도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을 했을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만일 괴물이 된다면 수호천사가 됐을 것 같다. 은유를 지키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고 해석하고 연기해서 은연중에 은유를 지켜주는 괴물이 됐을 것 같다. 슬라임 괴물이 아이를 지켜준 것처럼. 명백한 증거는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추측할 수 있을 듯하다.”
입양가정인 이은혁은 동생 이은유를 몹시 아낀다. 이은유의 엇나간 행동과 날선 말투에도 그를 챙기고 하나뿐인 오빠의 모습을 보인다. 이에 시청자들은 이은혁과 이은유가 남매라는 설정을 알고 있음에도 러브라인이 형성된다며 ‘사약케미’라는 애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이은유와 러브라인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친동생처럼 바라보고 연기했고 실제로도 동생 같기도 하다.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도 생각을 한다. 촬영할 때 ‘이상하게 멜로 느낌이 나네’라는 말이 나왔다.(웃음) 그 얘기를 듣고 나서부터는 그런 감정을 빼고 연기에 집중하려 했는데 그렇게 받아들이시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실 남매간의 러브라인이 이뤄지면 안 되지 않나. 저는 정말 동생처럼 바라봤다. 고민시 씨와 다음 작품인 ‘오월의 청춘’에서 연인으로 만나게 됐다. 그 작품에서는 붙는 신이 더 많으니 케미를 잘 터트려보자는 얘기를 했다.”
극의 말미 이은혁은 자신의 변화를 깨닫고 그린홈 주민들을 위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다. 이도현은 이를 가장 공들인 장면으로 꼽았고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귀띔했다.
“괴물화 명단에 제 이름을 쓰고, 가족사진을 보고, CCTV를 보면서 끝이 난다. 은혁의 입장에서는 모두가 탈출하는데 혼자 독박을 써야겠다는 판단에 화염병을 던진다. 처음엔 어떤 감정일지 고민을 많이 하고 궁금증이 컸다. 이 궁금증은 촬영하면서 조금씩 실타래가 풀렸다. 마지막에 혼자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들을 덜 해하고 죄책감을 덜 수 있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 제가 걱정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마지막 신을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이은혁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며 막을 내린 ‘스위트홈’에서 시즌2가 나온다면 이은혁의 생존 여부는 어떻게 될까. 이도현은 이은혁이 다시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만약 나온다면 괴물화가 된 것이고, 그럼 상처가 아물지 않나. 개인적인 욕심으론 안경을 벗고 싶다. 조금 더 반전이 돼 있으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은혁은 정이 없고 표현을 못하는데, 시즌2에선 사람이 180도 달라져 나온다면 조금 더 궁금증이 생기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질 것 같다.”
이은혁의 욕망이 동생 이은유를 지키고 살리는 것이었다면 이도현의 욕망은 무엇일까. ‘18 어게인’ 종영 인터뷰 당시 만났을 때도 연기에 진중함과 발전을 꿈꾸던 이도현의 진심은 더욱 확고해져있었고 그런 만큼 ‘스위트홈’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배우로서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은 욕망, 사람 이도현으로서는 가족에 대한 욕망이 크다. 두 가지 다 저에게 힘이 된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함께한 배우, 감독님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서 많이 배웠다. 그런 자신감과 새로운 방식의 연기법을 터득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선 한없이 감사하다.”
JTBC에서 방영된 ‘18 어게인’이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고,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으로 연타 홈런을 날린 이도현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앞으로 훨훨 날아갈 이도현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2021년 목표로는 영어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원래도 해외 진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조금씩 취미로 공부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제대로 마음잡고 공부를 하고 싶다. 해외에서 영화 촬영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스크린을 통해서 시사회도 하고 관객과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