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가 차인표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의 도전 [인터뷰]
입력 2021. 01.21. 15:58:34
[더셀럽 전예슬 기자] ‘국민 젠틀맨’ ‘터프가이’ ‘청춘스타’ 수식어를 내려놨다. 아낌없이 몸을 던졌다. ‘확실한 망가짐’을 보여준 배우 차인표의 이야기다.

기자는 지난 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의 주연 차인표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차인표’는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다. 90년대 ‘차인표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극중에서는 이미지에 갇힌 채 고민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자신이 쌓아온 커리어를 희화화하는 작품인 만큼 출연을 결정하는데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대본을 봤을 때 기획도 신박하고, 제목도 제 이름으로 되어 있어서 실험적이었어요. 참여하고 싶기도 했지만 워낙 저예산 기획에 만든다고 치더라도 제대로 배급이나 할 수 있을까란 걱정도 있었죠. 처음엔 고사를 했는데 4년 동안 경력의 정체기가 오더라고요. 강력한 한 방이 있어야겠다 싶었죠. 정체기를 겪다보니 갈증도 생겼고요.”

‘차인표’는 당초 극장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코로나19의 장기화 여파로 인해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새해 첫 날 전 세계 동시 공개된 이 영화는 신선한 설정과 기획으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웃음을 선사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정상적인 상황이고, 코로나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주목 받을만한 사이즈의 영화는 아니었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어려운 상황에서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게 됐죠. 영화가 공개되지 않는 시기에 관심을 받아 기쁜 마음은 있어요. 그러나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 개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기도 해요.”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손가락 하나로 대한민국을 주름잡았던 차인표. ‘원조 로맨틱 가이’로 불렸던 그가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영화인 만큼 아낌없이 몸을 던지는 파격 변신을 꾀한 것이다.

“김동규 감독이란 제3자가 바라본 저라고 생각해요. 저라는 실체는 여기 있지만, 차인표를 김동규 감독의 눈으로 해석한 거죠. 이것이 대중이 나를 바라보는 주된 시선일 수도 있어요. 대중이 저에게 그런 이미지를 기대한다면 부흥해야하는 게 저의 책임이죠. 대본에 나온 대로 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토를 달지 않으려고 결심했죠. 하하. 김동규 감독은 자신만의 허구와 현실이 혼재하는 장르를 시도한 거예요. 김 감독이 이런 세계관을 만들어놨는데 제가 잔소리를 시작하면 영화가 안 만들어질 것 같았죠. 그런데 딱 하나는 얘기한 건 있어요. 정치가 하고 싶어 기웃거리는 장면이 있는데 저와 너무 달라서 영화가 공개됐을 때 스토리는 생각 않고, 대중들이 저를 그런 이미지로 볼까봐 걱정돼 수정을 요청했죠.”

차인표는 배역과 자신의 싱크로가 50%라고 밝힌 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면 중 가장 공감이 가는 장면은 무엇이었까.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 모습을 함께 바라 본 아내 신애라와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저랑 닮은 점은 50% 정도예요. 완벽하게 다른 점은 제가 폐쇄공포증이 있거든요. 답답해서 오래 갇혀있진 않았을 거예요. 공감 간 장면은 매니저랑 싸우는 장면 중 ‘네가 월급 받는 것도 내 이미지 때문이야’라고 읍소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대사가 웃프면서도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공감하지 않을까요? ‘차인표’ 공개 날 가족과 함께 봤는데 제 아내는 코미디를 기대했나 봐요. 코믹한 장면이 나오지만 그보다 남편이 고군분투하면서 불쌍하게 나오니까 측은한 느낌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아들은 대학생인데 친구들도 좋아한다는 피드백을 줬어요. 딸들은 현재 사춘기라 봐준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하하. ‘아빠 수고했어’ 한 마디 해줬어요.”



현실과 허구,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차인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신박한 기획이 돋보인다. 여기에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변주하며 실제와 가상을 오가며 열연한 차인표. 그에게 ‘차인표’는 일생일대의 도전이었을 터.

“제가 혼자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게 대중들이나 저의 팬들이 이미지를 부여해줬어요. ‘젠틀맨’ ‘바른생활 사나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 이미지가 덧입혀졌어요. 제가 그렇지 않더라도 저를 바라보시는 분들께서 그렇게 바라본다면 그렇게 살기 위해, 그 이미지에 부합해야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무의식적으로 형성됐죠. 굴레가 돼 갇혀있었던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요. 작품을 판단할 때도 스스로 만든 굴레 안에서 생각한 게 아닌가 싶고요 그러다보니 그 사이에 저는 변화가 되지 않았고, 변화가 되지 않는 절 기다리다 팬들은 떠나가고, 저는 그 굴레 안에 갇혀 있고. 무너져 있는 건물에서 스스로 나올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 것처럼. 갇혀 있는 내내 니체가 망치를 들고 나타나 틀을 깨줬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스스로 나와야 했죠. 저는 거기서 나오고 싶어 선택했기 때문에 영화의 호불호, 성적과 관련 없이 공개가 됐다는 점에선 만족해요.”

1993년 MBC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으로 데뷔한 차인표는 어느덧 데뷔 28년차다. 영화에선 ‘다시 한 번 전성기를 꿈꾸는 차인표’라고 하지만, 그의 전성기는 지금부터다. 영화의 호불호와 성적을 떠나 그의 용기 있는 도전이 눈부시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저는 진정성만은 꼭 지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정성이라는 게 제가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게 일치가 될 때 나오는 작은 파동과 울림이죠. 그 파동을 기다리는 사람들, 파동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만나면 서로 공감이 일어나요. 그래서 결국은 신뢰가 진정성을 바탕으로 생기는 게 아닌가. 연기를 잘하고 좋은 작품을 하는 것 외에 더 필요한 게 있다면, 대중을 상대하는 연예인으로서 필요한 게 있다면 그게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무리 바쁘고 유명해도 일 년에 몇 달 정도는 연극 무대에 서려고 해요. 발성, 기초연기부터 할 듯싶어요. 드라마나 영화가 전투에 있어 최전선이라면 준비가 잘 된 사람이 잘 싸우잖아요. 배우로서 필요한 기초를 쌓고 훈련을 할 예정입니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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