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자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씨네리뷰]
- 입력 2021. 01.27. 07:00:00
- [더셀럽 전예슬 기자] 모든 캐릭터가 살아 숨 쉰다. 희숙, 미연, 미옥 그 자체다. ‘믿고 보는’이라는 말을 ‘세자매’(감독 이승원)로 입증한 김선영, 문소리, 장윤주다.
세 자매를 지칭하는 소심덩어리, 가식덩어리, 골칫덩어리. ‘괜찮은 척’하는 소심덩어리 첫째 희숙은 손님 없는 꽃집을 운영한다. 반항기 가득한 딸, 가끔 찾아와 돈만 받아가는 남편 때문에 속은 곪아있지만 늘 “미안하다” “괜찮다”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둘째 미연은 신도시 자가 아파트에 잘나가는 교수 남편, 말 잘 듣는 자녀들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가식과 위선이 가득한 ‘완벽한 척’의 가면을 쓰고 있다. 아버지처럼 독실한 신자의 길을 걷는 미연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셋째 미옥은 날마다 술과 함께하며 365일 취해 있는 슬럼프에 빠진 극작가다. 남편과 의붓아들, 언니들과 지인들에게도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해 당황시키기 일쑤다. 한 마디로 ‘골칫덩어리’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너무나 다른 세 자매가 아버지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유년시절 받았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상처들을 떠올리며 아픔을 공유한다.
“사과를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관계는, 특히 가족 간에 관계에서 진정한 사과는 많은 걸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세자매’의 주제를 밝힌 이승원 감독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족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짚는다. 날카롭고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하지만 그 시선만큼은 따뜻하게 다가온다.
배우들의 열연도 메시지에 힘을 보탠다. 김선영은 희숙과 혼연일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깊은 상처를 안고,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가는 희숙을 밀도 높은 연기로 선보인다. 딸에게 “엄마 암이래, 무섭다”라고 고백하는 장면에선 절로 눈물이 터져 나온다.
문소리는 ‘역시는 역시’란 말을 증명한다. 실제로 불교신자지만 역할을 위해 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보고, 독실한 크리스천인 김선영에게 기도문 첨삭을 받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챙긴 것. 문소리의 흡입력 있는 연기는 몰입을 더한다.
장윤주 또한 마치 제 옷을 입은 듯하다. ‘연기의 신(神)’인 두 언니들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민낯, 탈색 머리 등 파격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눈빛, 표정, 몸짓까지 미옥 역에 완벽하게 스며든 그다.
‘세자매’는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짙은 여운을 남긴다. 세 자매를 통해 115분의 러닝타임 동안 울고, 웃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위안 받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