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유다인, 세상에 소리치고 있을 정은에게 [인터뷰]
입력 2021. 01.28. 15:57:52
[더셀럽 김지영 기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싸움을 홀로 고독하게 하는 기분이란 외로움에 휩싸인 것과 같을 터다. 청춘을 쏟아부었던 회사는 나를 자르려 애를 쓰고 마지막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있는 심경을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속 유다인이 절실하게 표현해냈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권고사직을 거부하던 중 하청 업체로 파견을 가면 1년 후 원청으로 복귀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정은(유다인)이 1년의 시간을 버텨내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담았다.

유다인은 정은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하루아침에 지방으로 온 정은의 어느 한 곳 의지할 데 없는 외로운 마음과 불합리하게 파견이 됐다는 억울함, 아무도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 답답함을 정인이 되어 세상에 소리친다. 정은은 희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도 실낱같았을 가능성을 붙잡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낸다. 정은의 뚝심과 소신이 돋보인다.

유다인은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의 시나리오를 만났을 무렵 부당해고를 당했던 KTX 승무원들의 복직 과정을 다룬 뉴스와 다큐멘터리를 접하게 됐고,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에 이끌려 출연을 결정했다.

“평소 사회문제에는 일반 사람과 비슷한 정도로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작품을 통해서 조금 더 요즘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지 않나. 그래서 더 관심이 가고 집중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우연히 뉴스와 다큐멘터리를 접하고 출연을 결정했다. 절망감과 절박함, 말들을 통해서 출연해야겠다고 느꼈다. 시나리오가 이야기로 보이지 않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연기로 해보고 싶었다.”

영화에서는 정은의 전사가 자세히 그려지지 않고 대화와 극 중 상황으로 간략하게 설명된다. 회사의 부당함을 고발하려 함께 싸우던 동료는 먼저 세상을 떠났고, 정은은 상사들의 무시, 탕비실에서 근무하는 환경 등에서도 굴복하지 않았지만 지방 파견 업체로 발령이 나게 된 것이다. 정은이 권고사직과 파견을 당한 이유는 합당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여성이라서, 지방대 출신이라서다. 유다인은 짧게 표현되는 정은의 서사를 이해하고 감정을 유지하면서 극에 몰입했다.

“실제 부당해고 노동자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준비하면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해줬던 것을 들었고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느낀 감정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KTX 승무원들도 회사와 싸우면서 동료가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 정은도 마찬가지다. 정은의 대사인 ‘일을 줘야 일을 하죠’라는 말처럼 원청에서 손발이 묶인 것처럼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던 것을 생각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느낀 답답함으로 연기했고 감독님과 대화를 하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의지를 많이 했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청 업체에서 일을 찾아서 하려고 했지만 하청 업체 직원들은 아무도 정은의 말을 듣지 않고 그에게 일거리도 주지 않는다. 그러던 중 원청 회사 동료에게 들은 얘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인사평가가 최하점이라는 것. 낮은 점수를 계속해서 받는다면 회사에서 잘릴 수도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정은은 자신에게 일을 하지 않는다고 평가한 하청업체 소장에게 찾아가 부당함에 목소리를 높이며 “일을 줘야 일을 하죠”라고 소리친다.

“정은이의 성격은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거나 약한 소리,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일을 줘야 일을 하죠’라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안았을 거다. 장례식장 장면에서 원청 사람들한테 가서 요구하고 밀쳐지고 이런 신에서도 정은의 마음이 많이 와닿았던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도 정은은 ‘나를 놓으면 안 돼’ ‘포기하면 안 돼’라는 생각을 하면서 공포를 이겨냈을 것 같다.”

유다인은 정은과 같은 마음으로 극에 임했다. 자신과 달리 강한 소신을 가지고 있는 정은이 대단해 보였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마침내 이겨내는 모습에서 존경심이 나왔다. 그는 정은과 같은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용기를 건넸다.

“저는 애초에 하청업체에 가지 못했을 것 같다. 어떤 일을 하는지 정은은 알고 가는데 저는 가지도 못할 것 같다. 힘든 상황을 극복해내려는 정은의 의지를 과하게 표현하면 안 되니 최대한 절제하면서 표현하려고 했다. 트라우마를 이겨낸 정은은 계속 그렇게 자기 소신을 지키면서 성격대로, 원칙대로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정은과 같은 상황에 계신 분들에게 제목과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소신대로 살았으면, 아무리 너를 무시해도 네 존재가 조금이라도 떨어지거나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저에게도 그렇고.(웃음)”



과거 2005년 드라마 ‘건빵 선생과 별사탕’으로 데뷔한 유다인은 드라마 ‘출사표’ ‘닥터스’ 영화 ‘속물들’ ‘용의자’ ‘혜화, 동’ 등의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는 이번 작품이 자신에게 큰 의미로 남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남기겠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진지하고 뭘 하든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은 크게 의미를 두려고 하지 않는다. 의미를 부여하고 기대하고 몸에 힘을 주면 좋은 영향을 끼치진 않더라. 기대하면 실망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젠 어떤 의미가 아니라 이런 이야기를 하고, 내가 뭔가에 대해서 어떤 계기가 됐든 간에 감정을 느끼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자신이 실망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의미를 두지 않으며 조금씩 앞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유다인. 새해 목표로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당장의 일을 잘 하는 것,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게 그에게 우선이었다. 그는 그렇게 배우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생각이다.

“뭔가를 이루려고 하지 않고 길게 보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려면 힘 빼고 가야겠죠. 욕심부리지 않고 선생님들의 좋은 연기를 보면서 본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욕심부리지 않고 천천히, 남들 곁눈질하지 않고 제 호흡대로 가면 될 것 같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프레인TP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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