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매’ 김선영, 주어진 연기를 해낸다는 것 [인터뷰]
입력 2021. 01.29. 16:08:11
[더셀럽 전예슬 기자] 이번에도 ‘역시나’다. 가장 잘하는 연기로 관객 앞에 선 배우 김선영이다.

지난 27일 개봉된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파격적인 연출이 돋보였던 영화 ‘소통과 거짓말’과 ‘해피뻐스데이’로 각각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 및 홍콩 국제영화제 FIPRESCI 상을 수상하며 국내외 유수 영화제를 사로잡은 이승원 감독의 신작이다. 그의 아내이자 배우 김선영은 ‘세자매’에서 첫째 언니 희숙 역을 맡아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은 바. 또한 둘째 미연 역이자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문소리가 김선영를 희숙 역에 추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투자가 잘 안돼서 엎어질 뻔 한 적이 많았어요. 저는 어떤 역할이든 시켜주면 감사하게 하고 싶었죠. 제가 (출연을) 안 해도 된다고 얘기했던 건 제가 투자가 되는 배우는 아니니까, 투자가 될 수 있고,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제가 안 하는 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한 거였어요. 이승완 감독도 문소리 배우가 승낙하고, 열려있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하셨죠. 소리 언니가 ‘선영이가 좋다’라고 해줘서 너무 기뻤어요. 이 영화가 어떤 사이즈로 꾸려질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제가 가진 위치에서는 굉장히 큰 역할이고, 기회인데 제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했는데 소리 언니가 ‘선영이가 잘할 것 같다’라고 했다는 얘길 들었을 때 고맙고, 기뻤어요.”

손님 없는 꽃집을 운영하는 희숙은 대들며 반항하는 딸과 가끔 찾아와 돈만 받아가는 남편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상처로 속이 곪았음에도 “미안하다” “괜찮다”라는 말을 항상 내뱉는 인물이다.

“희숙이라는 인물은 갈등이 있을 때나 곤란한 지경이 됐을 때 늘 내 탓으로 돌리고,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나는 괜찮다고 해요. 우리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지만 이 인물은 극대화된 인물이죠. 늘 그 태도를 일관하고 있어요. 그래서 흔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저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거든요. 다 그렇진 않지만, 모두에게 그런 순간은 있으니까 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앞서 문소리는 ‘세자매’의 언론배급시사회서 이승원 감독과 김선영이 격렬하게 토론해 걱정을 했다고 밝힌 바. 그는 “촬영을 하다가 이혼을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라고 덧붙여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선영은 “척하면 척할 정도로 잘 통하는 동업자이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이승원 감독과는 극단을 같이 10년간 운영하며 동업하고 있어요. 척하면 척할 정도로 잘 통하는 동업자죠. 문소리 배우와 장준환 감독님은 이야기할 때 서로 존댓말로 하더라고요. 그러나 저희는 반말로 해서 격렬하게 싸우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 시나리오 과정을 거칠 때는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테이크를 할 땐 깔끔하게 했죠.”

김선영의 연기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한 마디로 ‘경이롭다’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그녀의 사생홀’ ‘동백꽃 필 무렵’ ‘사랑의 불시착’ 등 다양한 작품에서 만나는 그는 늘 새롭다. 맡은 캐릭터도 다르지만, 그 역할을 표현하는 방식도 독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는 모든 인물을 연기할 때 ‘룩(Look)’이 제일 중요해요. 얼굴상태, 손톱, 액세서리, 바지, 신발, 질감까지. 그런 게 잡혀야 인물이 시작되더라고요. 그게 조합이 돼 머릿속에 떠오르면 분장팀과 이야기해요. 그런 것들이 잡히지 않으면 인물이 누군지 모르겠더라고요. 그 다음엔 연기자마다 방식이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엔 대사를 읊어보거나 맞추는 걸 즐기진 않아요. ‘액션’해서 뱉어보고, 그 순간에 살아본 다음 본능적으로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는 배우죠. 매 장면 계산은 잘 없어요.”

김선영은 맡은 역할과 혼연일체 된다는 말을 입증시킨다. 김선영이 아닌, 그 캐릭터만이 매 작품 속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인물에 집중했다가 다시 김선영으로 빠져나오기까지 뒤따르는 고충은 없을까.

“그 인물이 된다는 건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어요. 모든 배우가 인물로서 몰입하려고 하기에 저만이 특별한 건 아니죠. 시나리오 상으로 이미 들어가기 전, 해석이 되어야 하고 그 후 슛으로 들어가는 게 대부분이다란 뜻이에요. 활자 안에서 이해되고, 공감되고, 분석이 되어야 액팅을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빠져나오는데 힘들진 않아요. ‘컷’하면 끝이니까. 그런데 오랫동안 같이 연기했던 사람들과 헤어지면 눈물이 나더라고요. 인간적으로 헷갈려서 그럴 때가 있어요. 최근엔 지창욱 배우와 같이 했던 ‘편의점 샛별이’ 종영 후 눈물이 났어요. 마치 진짜 아들을 보내는 것 같았죠. 지금도 간간히 연락을 하고 있어요. 보고 싶더라고요. 아들도 아닌데. (웃음) ‘응답하라’를 같이 했던 고경표도 그렇고 유독 딸, 아들이 많은 역할을 하다 보니 드라마에서 특히 더 그래요. 딸, 아들로 나온 배우들이 ‘엄마’ 하면서 연락이 오기도 하죠.”



‘세자매’는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희숙, 미연, 미옥(장윤주)은 각기 다른 형태의 가정을 꾸려 이야기 실타래를 풀어간다. 특히 실제 세 배우 모두 딸 아이를 둔 엄마로서 공감대가 컸을 터. ‘실제 어떤 엄마냐’라고 물었을 때 김선영은 “저는 멋있는 엄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말문을 이어갔다.

“실제로 저는 멋있는 엄마에요. 최고라고 생각하죠. 하하. 제 딸에게 ‘엄마는 어떤 엄마야? 장난 아니게 멋있지’라고 해요. 엄마의 행복이 가장 최고의 교육이라는 신념으로 살기에 항상 행복하려고 해요. 나의 행복을 전염시키는 게 교육 방침이죠.”

‘세자매’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족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날선 시선을 섬세히 그려내고 있다. 특히 ‘부모는 자식에게 진정한 사과를 할 줄 알아야한다’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렇죠. 진정한 사과가 어려운 게 아닌데. 사과하는 게 뭐가 어렵고, 인정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요. 저희 세대의 부모님들은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어요. 자식 앞에서는 ‘완전체’여야지만 된다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죠. 부모도 실수하고, 모를 수 있는데 말이에요. 그런 게 아쉬워요. 그래서 이런 메시지에 동감하고요. 부모도 자식을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1995년 연극 ‘연극이 끝난 후에’로 데뷔한 김선영은 어느덧 26년차 배우다. 연극뿐만 아니라 브라운관,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대중들과 만나고 있는 김선영. 그는 배우로서, 인간 김선영으로서 꿈 꾸는 것은 무엇일까.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아요. 제가 해야 하는 연기를 해내기를 꿈꾸고 있죠. 그게 저에게 가장 큰 설렘이자, 숙제이자, 스트레스예요. 제 꿈은 하루하루 주어진 연기를 해내는 것이에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연기를 하는 게 꿈이죠.”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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