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향기X류현경 ‘아이’, 멀지 않은 가까운 곳에서 살아 숨 쉬는 이야기 [종합]
- 입력 2021. 02.03. 17:22:01
- [더셀럽 전예슬 기자] 홀로 버텨가는 세상, ‘홀로’ 남은 이들이 서로를 만났다. 소외와 무관심에 정면으로 나설 영화가 관객들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영화 ‘아이’(감독 김현탁)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돼 김현탁 감독, 배우 김향기, 류현경, 염혜란 등이 참석했다. 이날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스크린 송출로 진행됐다.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동학과 졸업반의 보호종료아동 아영 역에는 김향기가 맡았다.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 역엔 류현경이 나섰다. 이들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 김현탁 감독은 “제가 선택 당한,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연기도 좋으시고, 잘하시는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캐스팅 이유가 딱히 없다. 너무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획 의도에 대해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고 왜 이렇게 설정했을까 고민했다. 질문을 거듭하면서 어렸을 때 개인적인 이유들이 떠올랐다. ‘저런 사람들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저렇게 자란 친구들이 제대로 클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많이 보고 들었다. 그런 선입견과 편견에 대해 반문하고 싶었다. 저런 친구들이 어떻게 잘 자라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더 나아가 각자 책임 있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살아갈까하는 질문에 저 나름대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라고 밝혔다.
‘아이’는 아동학과 졸업반의 보호종료아동 아영(김향기)이 생후 6개월 아이를 홀로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의 아이 혁이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시작되는 따뜻한 위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류현경은 영화를 본 후 “현장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개인적인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눈물이 나더라. 제 영화를 보는데 눈물을 흘리는 게 부끄럽다. 마스크 속으로 눈물이 떨어지는 걸 뒀다”면서 “밀도 있는 시나리오였고, 캐릭터들이 너무 잘 쓰여 있어서 잘 표현해주셨다. 이 영화 찍으면서 혼자 잘 하는 타입이 아닌데 향기 씨, 염혜란 선배님, 감독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기분을 느낀 것 같다. 영화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그런 점이 굉장히 의미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향기는 “촬영한 기간이 오래 지나지 않았다.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제 모습 제외하고 영화로써 보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어떻게 봐주셨을 지도 궁금하고, 개봉했을 때 관객들이 어떻게 느낄까 궁금한 상태”라며 “‘따뜻하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감정을 나눌 만한 대사들을 추가하고, 과한 감정이 들어간 부분은 배제하기도 했다. 완성된 결과를 봤을 때 조금 더 따스함을 전해주려는 에너지가 커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이’는 아이 혁이를 둘러싼 인물들이 일찍 어른으로 커야만 했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말하자면 어른이 될 준비가 안 된 채로 어른이 되어버린 인물들의 이야기다. 부족한 어른들의 이야기로 비롯되는 답답하고 절망적인 순간보다는 두 명의 ‘아이’가 만나 어른이 될 수 있는 위로를 세상에 전한다.
김향기는 “먼 이야기 같지만 주변 가까운 곳에서 살아 있는, 숨 쉬는 이야기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그 메시지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쉬운 건 아니지 않나. 문제 인식을 하는 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같은 여성으로서, 여성 서사가 중심 이야기이기 때문에 대변해서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구나를 느꼈다”라고 영화를 통해 느낀 감정을 드러냈다.
영화는 세상에 혼자라고 생각하며 위태로운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인물들을 조명한다. 보호종료아동, 싱글맘으로 역할을 설정한 이유에 대해 김현탁 감독은 “최대한 자료 조사를 하고, 인터뷰를 했는데 그들(보호종료아동)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어둠에 빠져있는 채로 매체에 그려지는 것이더라. 그런 지점들을 피하려 했다”라며 “영채라는 캐릭터의 직업을 선택한 이유를 되뇌어 봤다. 어렸을 때 저희 어머니가 시내에서 옷가게를 하셨는데 단골손님이 그분들이었다. 그분들의 자녀와 어렸을 때부터 뛰어놀기도 했다. 말하기 창피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것들이 있지 않나 싶다”라고 했다.
김향기는 아영 역과 자신이 다른 듯, 닮아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저랑 닮아있는 친구라고 느꼈다. 외부적인 상황,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것은 다르지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아영의 행동과 선택에 있어 ‘왜?’라는 의문 없이 읽었더라. 그런 부분에서 모든 걸 제외한 한 주체의 인간이 저와 닮은 사람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기본적으로 아영이는 생활력 있는 강한 친구지만 본인이 노력을 해도 채울 수 없는 마음의 공허함이 있기 때문에 자기 방어가 깔려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특정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비춰졌으면 하는 마음에 연기했다.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고 표현하는데 있어 서툴고, 본인이 생각하는 안정된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친구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연기했다”라고 덧붙였다.
평범한 제목이지만 많은 뜻을 내포한다. “제가 많았다”라고 밝힌 김현탁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저 포함 다 아이처럼 느껴졌다. 더 좋은 제목을 찾으려 했다. 눈에 띄는 제목은 아니니까. 그런데 ‘아이’말고는 생각이 안 나더라. 혁이 또한 아이기도 하고, 모든 인물이 아이처럼 보였다. 여러 모로 의미가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초고를 쓸 땐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사회적 문제를 다루겠다가 아닌, 쓴 후 저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졌다. 왜 보호종료아동을 선택하고, 싱글맘을 선택했을까 했다. 설정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가장 잘 키우지 못할 것 같은 사람, 가장 잘 크지 못할 것 같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서 있는 친구로 설정했다”라며 “보호종료아동 중 대학진학률이 높진 않다. 20%도 채 안 된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잘 버티는 친구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싶어 발전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걸음 내딛을 용기를 줄 ‘아이’는 오는 10일 개봉된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