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경 “‘런 온’, 고착화된 관념에 작별을 고하는 완벽한 작품” [인터뷰]
입력 2021. 02.10. 17:57:05
[더셀럽 김지영 기자] 배우 신세경이 ‘런 온’으로 또 한 걸음 나아갔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한 신세경은 작품 속 오미주가 시청자에게 영원히 기억되길 바랐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런 온’은 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사랑을 향해 '런 온'하는 로맨스를 그린다. 신세경은 극 중 영화번역가 오미주로 분해 솔직담백한 매력을 보이며 상대 역인 기선겸(임시완)에게 직진한다.

극 중 오미주는 부모가 없이 홀로 성장한 사회인으로 부족한면 없는 캐릭터다. 자존감마저 높아 “내가 천재인가봐”라는 말을 할 정도로 통번역에 능숙하고, 속에 있는 말은 참지 않고 다 하는 매력을 지녔다. 오미주로 분한 신세경 또한 ‘센 척하는 푸들 같다’고 할 정도로 그의 매력은 화수분 같다.

약 6개월간 ‘런 온’에 촬영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신세경은 “작품을 함께 만드는 모든 이들이 ‘런 온’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정말 즐거운 6개월이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배우와 스태프, 제작진 모두가 ‘런 온’을 아낀 만큼, 드라마를 향한 애정이 작품에 녹아들었고, 시청자 역시 이를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시청률은 3%대로 종영했으나 두터운 팬층을 얻어 블루레이 출시를 확정 지었다.

신세경은 대본 속 오미주에 큰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정했다. 박시현 작가 강점인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와 입체적인 오미주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섬세한 부분에서 표현이 살아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런 온’에는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가 늘 가득했다. 항상 뻔하지 않은 방향으로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말을 하더라. 주인공의 불우한 성장 배경은 우리가 많이 보아온 드라마 속 설정이지만 미주가 살아가는 방식은 달랐다. 미주는 솔직하고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니까 연기를 하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촬영했다. 그리고 미주가 살아온 환경에 대해 매이(이봉련)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때에도 내가 고생하며 힘들게 자랐다는 걸 알아달라는 의도는 0.1g도 담지 않았다. 미주는 동정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늘 그렇게 의연하던 미주가 12부에서 기정도(박영규) 의원에게 끔찍한 이야기들을 듣고 선겸에게 포기하겠단 말을 전할 때,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아왔던 결핍의 감정들이 쏟아져 나와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오미주를 겉으로 보기엔 참지 않는 성격, 속에 아픔은 없을 것 같은 인물이지만 정작 속에는 여리고 아픔이 존재한다. 신세경은 오미주의 이런 점을 놓치지 않았고, 고민을 많이 하며 살리고 싶은 부분엔 포인트를 뒀다.

“미주는 혼자 버티고 구르며 살아온 시간이 꽤나 길었기 때문에 언뜻 보아선 맷집이 좋은 사람인 것 같지만 그 속엔 무르고 여린 면이 존재한다. 그런 괴리와 틈이 보일 때 미주가 참 하찮으면서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가끔 언니 같은 조언을 해주고, 강자 앞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짱돌 같은 캐릭터. 그런 캐릭터가 누군가를 향한 애정을 키워 나가면서 그 애정 때문에 자꾸만 하찮은 지점을 드러내는 게 참 재미있다. 이러한 흐름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연기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미주를 하찮게 만드는 지점은 불우한 성장 배경도. 날카로운 세상 잣대도 아닌 기선겸을 향해 무럭무럭 자라나는 애정이라는 점을 잘 살리고 싶었다. 특별히 힘들었다기 보단 정말 웃기고 재미있는 상황들이 많아서 연기하다가 웃음을 참기가 힘든 순간들이 꽤 있었다.”

오미주의 매력은 첫 회부터 발산한다. 전 남자친구인 영화 감독과 대학원 시절 담당 교수와 함께한 술자리에서 교수가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자 참지 않고, 교수에게 사과하러 가는 순간까지도 솔직하다. 솔직함 속에서 주체적인 성격, 일상 속에 만연한 사회 문제와 무례함을 집어낼 수 있는 용기까지 지녔다. 오미주를 비롯해 각 캐릭터의 성격이 묻어있는 대사들은 드라마의 연출 의도와도 맞물리고 주고받는 대사의 완벽한 티키타카에서 작품의 몰입도는 더욱 높아진다.

“인물들이 길고 긴 대화를 나누며 그 안에서 감정을 쌓아가는 상황들이 많다. 그런 지점들이 더 참신하게 다가왔다. 현실에서도 수많은 대화와 메시지를 통해 친밀해지는 과정을 겪곤 하니까.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대사들이라 느꼈고, 상대방과 호흡이 중요하지 않은 작품은 없지만, ‘런 온’은 더더욱 유난히 합이 중요한 작품이겠구나 싶었다. 상대 배우들이 주는 대사에 자극을 받고 느껴지는 템포대로 리액션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완성하는 구조가 가능했고, 대본의 말맛이 잘 살아있는 신들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작가님께서 내가 가진 언어적 습관을 참고해 대사를 써주신 지점들 또한 있어서 입밖으로 소리 내어 읽기에 굉장히 편안한 대사라는 느낌이 있었다.”



특히나 말이 많고 대사 톤이 빠른 오미주의 말을 정확하게 구현하기 위해 신세경은 대사의 의도와 의미를 온전히 전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여러 번 대사를 곱씹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썼고 그래서 더욱 ‘런 온’에 애정이 가득한 듯 보였다.

“아주 찰지고 바쁜 토끼 마냥 빠른 템포의 대사들도 있지만, 여러 번 곱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대사들도 많았다. 그 대사의 의도와 의미를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전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정말 좋아하는 과목의 숙제를 하는 기분이어서 늘 흥미로웠다. 대화의 템포가 느린 작품은 아닌지라 그냥 일상 속 대화처럼 바로바로 상황에 흡수되어 흘러간 대사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로 다시 봤을 땐 그 대사가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몇 회차를 더 본 뒤 다시 곱씹을 땐 그 대사로 인해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는 복습하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극 중 오미주의 직업은 영화 번역가. 드라마에선 쉽게 접할 수 없던 직종을 표현해 더욱 재미를 배가시켰다. 신세경은 그간 작품에서 만나지 못했던 직업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 번역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사소한 소품까지도 오미주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감독님께서 배우들의 직업 설정과 그에 따른 디테일한 요소들을 섬세하게 표현하길 원하셨고, 배우들 역시 그런 지점에서 빈틈이 드러나지 않도록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실례를 무릅쓰고 감독님과 함께 황석희 번역가님을 찾아뵙고 이야기 듣는 시간을 가졌던 적이 있는데, 번역가님께서 자양분이 될 만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주셔서 그 직업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올 수 있었다. 번역가님과 대담을 통해 기본적으로 작업하시는 과정을 보고 배우기도 했지만, 번역가님이 작업할 때 사용하시는 장비나 프로그램들, 실제로 걸어 두신 타이포 포스터 등 작업공간 내에 있는 아주 작은 요소까지 그대로 참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고, 실제로 미주의 작업공간 역시 똑같은 모습으로 세팅을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미주의 성격답게 미주의 작업공간이 훨씬 더 너저분하다.”



6개월간 노력과 정성을 기울인 ‘런 온’에서 신세경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을까. 많은 것을 바라기보단 시청자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 오랫동안 기억이 될 수 있는 오미주이길 바랐다.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고, 또 한 편으로는 현실적인 연애의 단계 단계를 잘 표현해서 그 설렘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하시는 모든 분들이 작은 위로가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바람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내가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바란다기 보단, ‘런 온’이 종영하더라도 오미주라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기선겸과 투닥거리며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신세경은 전작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조선시대인 시대배경 속에서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표현한 바 있으며 이번 ‘런 온’의 오미주 또한 최근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 중에서도 주체성을 강하게 띤다. 성평등을 외치고 있는 최근 흐름에 작품 속 캐릭터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 현 상황에서 ‘신입사관 구해령’ ‘런 온’ 두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만큼 그려냈다는 것에 상당한 의의가 남는다. 신세경은 ‘런 온’ 같은 작품을 꿈꾸면서도 그간 보여주지 못한 캐릭터로 대중과 만나길 바랐다.

“나도 멋져 보이고 싶은 순간들이 있기에 당연히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콘텐츠의 다양성은 존중하면서,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천천히 해나가고 싶다. 고착화된 관념에 작별을 고하는 ‘런 온’ 같은 작품이라면 완벽하다. 최근 몇 년간 따뜻하고 뜨거웠던 작품이나 캐릭터를 했기 때문인지 기회가 닿는다면 냉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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