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 온’ 최수영, 흔치 않은 기회에 찾아온 반환점 [인터뷰]
- 입력 2021. 02.16. 16:37:02
- [더셀럽 김지영 기자] 배우 최수영이 다른 작품에서 그려지지 않았던 당당하고 카리스마 있는 여성CEO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했다. 드라마 ‘런 온’은 그에게 도전이자 믿음이었고 또 위로를 받은 작품이었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런 온’은 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사랑을 향해 '런 온'하는 로맨스. 최수영은 극 중 여자라는 이유로 후계서열에 밀린 서단아로 분했으며 미대생인 이영화(강태오)와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최수영은 첫 방송 전 제작발표회에서도 “매력이 넘치는 서단아”라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하며 “평소에도 드라마를 좋아하는 팬이지만 서단아는 더 매력적이다. 제 인생 캐릭터가 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자신한 것처럼 ‘런 온’ 속 서단아는 그간의 다른 작품에서 본 여성 캐릭터와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재벌2세로 젊은 나이에 대표가 됐으나 능력이 뛰어나며 냉철한 카리스마로 시선을 잡아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거절을 당해본 적이 없는 상위 클래스의 재벌 2세지만 내면엔 상처가 있어 입체적인 캐릭터다. 이에 최수영은 서단아의 당당한 말투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캐릭터를 표현했다.
“서단아는 축구를 못 하게 한 부모님 빼고는 거절이라는 것을 당해본 적이 없다. 성장 과정에 있어서도 형성된 단점, 결핍이 무례한 말투로 나타난다. 하지만 서단아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무례하게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은 옳다고 생각해서 당연하게 하는 말이라 밉지 않다. 처음에는 서단아가 무례하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더니 단순하게 무례한 사람이 되더라. 그래서 서단아에게는 결핍이 있어 방어 기재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하니 무례한 말도 당당한 말투가 되더라. 말투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많이 했다.”
항상 우위였던 서단아는 상대방의 감정을 자세하게 헤아릴 줄 모르는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을 평소 태도로 짐작할 수 있다. 극 초반만 해도 상대방을 대할 때 미숙함이 드러나는 서단아는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오미주(신세경), 기선겸(임시완) 등을 만나며 소통하는 법을 배워간다. 드라마의 기획의도인 ‘같은 말을 쓰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서단아가 극 중 인물들을 만나며 소통을 배우는 것이다.
“서단아의 주변에는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만 존재했다. 그런 단아가 기선겸, 오미주 등을 만나고 부딪히면서 사람을 대할 때 하나씩 배워간다. 서단아의 성장에 중점을 두면서 연기를 했다. 물론 초반엔 서단아의 무례함을 온전하게 표현하는 게 위험한 시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호감을 안고 가야 연기가 편한데 있는 그대로의 서단아에 호감도를 부여하지 않은 채 연기를 하는 게 저한테는 불안한 선택이고 모험이었다. 하지만 작가님이 서단아의 결핍을 성장이라는 결과로 풀어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작가님을 철저하게 믿었더니 마지막까지 캐릭터들의 성장을 보여주셨다. 극 중 ‘내가 돼볼게. 네가 믿으면 그걸 해내는 사람’이라는 대사를 가장 좋아한다. 이 대사가 배우가 믿으면 한 번 해보겠다는 작가님의 메시지인 것 같아서 최수영으로서도 많은 위로를 받았다.”
어렸을 적부터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최수영은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 알고 아닌 것도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느 상황에서나 통하는 일은 아니지만, 자신의 기분이 먼저인 서단아를 연기하면서 최수영은 스스로 위로를 받았다.
“이 직업을 오래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숨길 줄도 알게 되고 아니어도 그런 척을 하고 눈치도 많이 본다. 눈치를 채 버리면 그 사람의 무드에 맞춰줘야 할 것 같은 기분도 생기고.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는데 서단아는 항상 자신의 기분이 먼저이지 않나.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런 모습을 닮고 싶었고 영화에게 찾아가 ‘왜 내 시간을 내게 해’ ‘이런 말까지 하게 해’ ‘왜 맨날 내가 찾아오게 해’라는 대사에서 자신도 어떻게 안 되는 마음을 제어하지 못하고 찾아와버린 것에 대한 짜증, 자존심이 상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내뱉는 성격이어서 더 사랑스러웠다.”
서단아는 전혀 어울릴 일이 없었던 미대생 이영화의 작품을 보고 반하고, 우여곡절 끝에 서로 관계가 진전되면서 마냥 행복한 일만 생기는 듯 하다가 결국 각자의 상황을 깨닫고 잠시 이별한다. 15회에 서단아는 부친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전화를 받고 이영화에게 “오래 살아. 천재들은 요절한다잖아”라는 말을 남긴다. 최수영은 이 대사를 표현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별다른 설명 없이 눈빛만으로 표현해야 하는 신이었고 제게 주어진 대사가 별로 없었다. 시청자를 납득 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 대사 전에 부모 얘기를 한다는 것이 조금 뜬금없이 들리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고. 단아의 감정으로 들어가니 ‘지금 내 부모가 죽을 수도 있는데 네 앞에 있으니까 나는 슬픈 것도 슬프지 않다. 하지만 네가 죽으면 나는 슬플 것 같다’는 뜻의 대사라고 생각했다. 풀이는 이렇게 했지만 그 뜻을 연기로 담아낸다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가볍게 단아스러운 농을 던지는 식으로 해석을 했고 시청자분들이 이별의 계기로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룹 소녀시대로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을 했던 최수영은 배우로 전향, 다양한 작품에서 모습을 드러내 왔다. 메디컬부터 수사물, 가족극 등 여러 장르에서 활약하며 자신의 역량을 넓히고 있다. 최수영은 “제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수영한테 이런 모습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하고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제 자신도 시험대에 올려놓고 실패하더라도 배우겠다는 마음에서 물가에 내놓는 것이다. 아직까지 제대로 해보지 못했고 더 해보고 싶은 것은 액션이다. 서단아와 영화 ‘걸캅스’의 양장미를 하면서 강한 캐릭터를 하는 재미를 느꼈다. 좀 더 미스터리한 인물, 다크한 인물도 해보고 싶고 당당한 전문직 여성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어느덧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배울 것이 많고 자신을 캐스팅한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는 그는 연출진과 대중에게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나를 캐스팅하는 것에 모험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서단아도 제가 여태 했던 캐릭터와 결이 많이 다르다. 제가 그간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작가님과 감독님에게는 모험이 될 수 있지 않나. 최수영은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됐다. 그런 점에서 ‘런 온’은 나서서 보여주려고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믿음을 준 작품이다. 그래서 더 자신감 있게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서로 믿음하에 나온 작품이 사랑까지 받으니 삼박자가 오롯이 잘 맞을 때 나오는 피드백도 감동을 받았고. ‘런 온’은 흔치 않은 기회였고 흔치 않은 반환점이 된 작품이자 큰 위로를 받았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