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블패티', 다시 꿈꿀 용기를 주는 한끼의 의미 [씨네리뷰]
- 입력 2021. 02.17. 07:00:00
- [더셀럽 김희서 기자]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춘들의 이야기, 이제는 익숙하고도 진부해진 소재다. 어느 정도 예상가는 전개와 결말은 안 봐도 뻔하지만 그런데도 보는 이유는 무얼 찾기 위해서일까. 우리는 삭막한 현실 속에서 한 청춘이 꿈을 이루는 여정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찾는다. ‘더블패티’(감독 백승환)에서는 고열량 고단백 음식들을 매개체로, 한창 배가 고플 청춘들에게 “그래도 밥은 먹고 시작해”라는 또렷한 메시지를 전한다.
씨름 유망주였지만 잦은 부상과 더불어 가족처럼 의지하던 동료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은 강우람(신승호)은 무작정 팀을 이탈하고 상경한다. 이현지(배주현)는 낮에는 과외 아르바이트, 밤에는 수제버거집 마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주경야독을 하는 앵커 지망생이다.
우람은 내세울 거라곤 씨름으로 다져진 건장한 체격 하나로 고된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지만 이내 잘못된 선택임을 깨닫는다. 힘을 빼고 배고픔에 이끌려 우연히 들어온 수제버거집에서 현지를 만난다. 게다가 싱글패티 가격으로 더블패티를 주문할 수 있는 가성비 메뉴를 발견한 우람은 현지가 일하는 날마다 찾아와 더블패티를 먹으며 그의 눈도장을 찍는다. 매번 열심히 앵커 시험을 준비하지만, 결과는 늘 제자리인 현지는 점점 지쳐갈 때쯤 우람을 만난다. 늘 찾아오는 우람에게 관심을 두게 된 현지는 먼저 저녁 한 끼를 제안한다.
꿈에서 멀어지려는 우람과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지의 만남은 상반돼 보이지만 닮은 구석이 분명히 있다. 겉으로는 꿈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가까워지고 싶지만 좁혀지지 않는 현실에 뒷걸음질하는 둘은 20대 청춘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나타냈다. 각각 다른 상황이지만 우람과 현지를 보고 있자면 꿈을 쉽게 포기하기도, 쉽게 놓아버릴 수도 없는 꿈의 갈림길에 서 있는 누군가(나)의 모습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 삭막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순간이 있다. 가족들과 먹는 식사가 될 수도 있고, 배고픔을 채워주는 한 끼일 수도 있고, 밥벌이를 위해 대충 챙겨 먹는 끼니가 될 수도 있다. 밥을 함께 먹음으로써 우람과 현지는 급속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고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우정을 나누게 된다. 특히 이들이 성장하고 다시 용기를 낸 힘의 원천으로 ‘먹방’을 다룬 것이 꽤 신선하다. 국내에서 먹방 인기가 여전히 ‘핫’한 만큼 큰 스크린에서 먹음직스럽게 음식을 담아낸 장면들은 시선을 빼앗는다. 거기다 ‘고열량 고단백’ 음식을 강조한 대로 20대들이 부담 없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햄버거를 시작으로, 곱창전골, 짜장면, 물만두, 아귀찜, 제육 덮밥, 고기, 소맥(소주+맥주), 그리고 취준생들의 소울푸드라 할 수 있는 참치마요덮밥까지 등장 시켜 친근함을 자아낸다.
신승호와 배주현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자 주연작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에이틴’ ‘좋아하면 울리는’, ‘열여덟의 순간’ ‘계약 우정’ 등 주로 하이틴 물에서 활약한 신승호가 씨름 선수로 변신해 배우로서 새 도전을 펼친다. 친한 동료의 죽음을 접한 뒤 허망함과 울분을 통하는 깊은 감정 연기부터 거침없이 먹는 먹방 신을 실감 나게 소화한다. 또한, 씨름선수의 다부진 체격과 근육질 몸매를 완성해 현실감을 더한다. 데뷔 전 축구 선수로 활동했다던 신승호의 타고난 운동신경과 그의 씨름 실력도 엿볼 수 있다.
그룹 레드벨벳 리더 아이린에서 배우 배주현의 색다른 모습도 눈에 띈다.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 이후 5년 만이자 첫 스크린 데뷔작인 만큼 배주현의 영화 도전은 큰 주목을 받은 바. 개봉에 앞서 터진 갑질 논란으로 영화 몰입에 우려가 있었지만, 영화를 보는 데 있어 방해될만한 점은 없어 보인다. 아이돌로서 화려한 모습 속 가려진 배주현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듯하다. 민낯에 가까운 옅은 화장에 머리를 질끈 묶거나 긴 생머리에 줄곧 청바지만 입은 수수한 차림 등 취준생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재능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불안한 취업준비생의 모습부터 N 연차 앵커 지망생답게 노련하게 원고 준비를 하는 똑 부러진 면까지 극 중 현지로 완벽히 변신했다. 역할 준비를 위해 아나운서에게 직접 발성, 발음 수업을 듣고 혼자 카메라로 찍어서 모니터하기도 했다는 배주현의 섬세한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더불어 낯익은 신스틸러 배우들부터 실제 씨름 선수들의 깜짝 출연은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술집에서 드랙퀸으로 분한 조달환과 민성욱은 화장과 노출 의상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인다. 극에 비중이 크진 않으나 남다른 존재감으로 시선을 강탈한다. 정영주는 현지의 롤모델이자 국민 앵커로 등장한다. 그간 선 굵은 연기를 펼쳐온 만큼 정영주의 카리스마로 성공한 여성상을 전한다. 이외에도 우람이 씨름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코치 역의 유병훈, 최광제 등 다양한 연기파 감초 배우들이 출연해 힘을 보탠다. 또한, 현지의 앵커 모의 테스트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는 김일중 아나운서, 현직 씨름 선수인 박정우 태백장사, 최정만 금강장사 등이 함께해 씨름 경기를 보다 현실감 있게 담아낸다.
음식으로 인연을 쌓고 두 청춘이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의 출발점은 신선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왜일까. 단순히 한 끼를 같이 나눔으로써 우람과 현지가 다시 꿈을 이룬다는 게 정말 음식의 힘 때문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음식을 앞세웠지만, 막상 등장한 음식들은 그저 영화 속 우람과 현지가 먹는 한 장면에 지나지 않는다. 음식을 통해, 조금 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면 극 중 상황이나 인물들의 서사와 관련 있다거나 음식에 사연을 더했다면 개연성이 더 살아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청춘들이라면 당연히 이런 음식 좋아하겠지?’라는 무조건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에 초점을 맞춘 채 마구잡이로 등장한 음식은 오히려 산만함을 줄 뿐이다. 먹방과 공감 둘 다 사로잡으려 했다면 놓친 모양새다.
그럼에도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배고픈 청춘들에게 “힘내”, “언젠가 잘 될 거야”와 같은 알맹이 없는 말 대신 “한 그릇이 아닌 두 그릇을 권하고 싶다”며 든든함을 채워주고 싶다는 백승환 감독의 응원이 잔잔하게 전해진다.
극장 개봉과 동시에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들과 만날 ‘더블패티’는 오늘(17일) 전국 극장가에 개봉됐다. 러닝타임은 107분. 15세 이상 관람가.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th, 판씨네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