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철’, 조각난 진실의 명암 [씨네리뷰]
입력 2021. 02.18. 07:00:00
[더셀럽 전예슬 기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머리가 멍해진다. 그리고 몇 번이고 곱씹게 된다. 진실을 두고 물음이 머릿속을 맴돈다. 영화 ‘빛과 철’(감독 배종대)의 이야기다.

영화는 어두컴컴한 밤, 국도를 지나가던 제3자가 두 대의 차량이 부딪힌 현장을 목격하며 시작된다. 해당 교통사고로 희주(김시은)의 남편은 죽고, 영남(염혜란)의 남편은 의식불명이 된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불행이라는 절벽 끝으로 내몰리게 된 희주. 원인을 알 수 없는 ‘이명(耳鳴)’을 앓으며 버거운 삶을 살아가던 희주 앞에 영남의 딸 은영(박지후)이 나타난다.

은영은 희주에게 교통사고가 일어나기 전,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행동을 털어놓는다. 은영의 알 수 없는 말을 들은 희주는 교통사고가 일어난 그 날의 진실을 파헤쳐 간다.



‘빛과 철’은 영화 중반까지 교통사고가 일어난 그날 밤,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를 쫓는 희주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러다 주변인들의 침묵의 봉인이 풀리고,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영화는 희주와 영남, 은영뿐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이 사고에 대한 죄책감을 서서히 드러낸다. 그리고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가?’, 나아가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빛과 철’은 명쾌한 답을 내리지 않는다. ‘빛과 철’이라는 제목처럼 영화는 사건의 진실을 ‘흑과 백’으로 규명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특히 영화는 ‘죄책감’이라는 감정의 명암과 소음, 흐름을 세밀하게 탐색해간다. 하나의 사건을 분절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인간의 양가적 마음을 가해자와 피해자의 인물을 통해 투영시킨다.

인물들 간 튀는 감정 스파크를 염혜란, 김시은, 박지후가 제 몫을 해낸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염혜란의 서늘한 눈빛, 대선배 염혜란의 카리스마를 오롯이 받아치는 김시은. 여기에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두 사람을 균열 내는 박지후까지. 세대를 뛰어넘는 세 사람의 연기 격돌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빛과 철’은 보는 이들의 시선에 따라 해석의 여지를 남겨 ‘열린 결말’로 끝맺음 된다. 엔딩을 두고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극명히 나뉘겠다. 그러나 영화는 한 장면, 한 장면마다 곳곳에 복선을 깔아둬 놓쳐선 안 되겠다.

단편영화 ‘고함’ ‘계절’ ‘모험’으로 주목받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배종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빛과 철’은 오늘(18일) 개봉됐다. 러닝타임은 107분. 12세이상관람가.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찬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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