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경구X변요한X이준익 감독 ‘자산어보’, 여운이 주는 힘 [종합]
- 입력 2021. 02.25. 18:18:12
- [더셀럽 전예슬 기자] 이준익 감독의 열네 번째 작품 ‘자산어보’가 설경구, 변요한과 손을 잡고 관객들을 만난다.
25일 오후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온라인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이준익 감독, 배우 설경구, 변요한 등이 참석했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준익 감독은 “정약용의 형이 흑산도에서 해양생물을 기록한 어류학서가 ‘자산어보’다. 5년 전, 동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갖다가 왜 ‘동학’이라고 지었을까 따라가니 ‘서학’이 있더라. 쭉 쫓아가니 훌륭한 분이 많았는데 저는 정약전에 확 꽂혔다. 개인의 근대성을 ‘자산어보’를 통해 영화에 담고 싶었다. 제가 보고 싶어 찍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설경구는 극중 학자 정약진으로 분한다. 그는 “모 영화제 무대 뒤에서 감독님을 만나게 됐다. 무턱대고 물었다. 사극 준비 중이라고 하시더니 열흘 후 책을 보내셨다. 그게 ‘자산어보’였다”면서 “처음엔 떨어져 봤더니 따지게 되더라. 두 번째는 마음을 놓아 봤더니 눈물이 핑 돌았다. 리딩 때 읽으면 읽을수록 와 닿고 따뜻하면서도 아프고, 여운이 있다고 했다. 감독님께서 ‘이 책의 맛’이라고 하시더라”라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변요한은 청년 어부 창대 역을 맡았다. 그는 “저는 선택 보다 감독님과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책을 주셨고, 정약전 선생님이 설경구 선배님이라고 하시더라. 글도 좋아서 갔다”라며 “저는 처음에 눈물이 나지 않았지만 촬영 때 매일 울었다”라고 전했다.
두 사람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이준익 감독은 “설경구 씨는 다시 하게 된 게 영광이고 감사하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10년을 같은 방을 썼다. (설경구가) 현장에서 분장하고 나온 모습을 보니 할아버지 모습이 있더라. 그게 아련했다. 정약전, 할아버지가 일치된 모습이었다. 동물적인 에너지를 현장에서 발산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변요한 씨는 좋은 친구를 하나 사귀었다”라고 밝혔다.
역사 속 인물을 표현해야 했기에 부담감이 뒤따랐을 터. 설경구는 “정약전이라는 선생님의 이름을 제 배역으로 쓰기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자산어보’라 다른 이름을 쓰는 건 말이 안됐다. 선생님의 털끝을 따라가거나, 같은 마음을 가진 거라 생각 못했다. 그 섬에 들어가서 이야기에 섞이며 어울리려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이준익 감독 “실존인물을 연구하는 자체가 부정확할 수 있다. 그러지 않고 이야기나 공간 속에 들어갔을 때 나 자신이 느낀 그대로, 거짓 없이 진실 되고 표현하면 그가 곧 실존인물과 만나지는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변요한은 “배경이 전라도라 사투리를 구사해야했다. 어부라서 그 시대에 맡게 고기를 낚는 방법도 알아야했다. 장치를 준비하다 보니 창대의 마음을 알자가 중요해졌다. 그 시대를 어떤 식으로 바라볼 것인지 가게 되더라. 설경구 선배님과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하면서 모든 걸 다 놔버리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스며들었을 때 창대의 부분이 생겼다”라고 했다.
이에 이준익 감독은 “정말 고맙고 감사한 게 시놉을 보면 창대란 인물은 캐릭터적으로 짜증이 많다. 어느 날 변요한 씨가 ‘짜증을 계속 내는 건 아닌 거 같아요’라고 하더라. 현장에서 연기를 만들어갔다. 기록에 없는 부분들을 변요한이 설명하는 방식으로 부족한 부분을 다 채워버렸다”라고 그의 연기를 칭찬했다.
‘잣나어보’는 정약전과 창대가 서로의 진정한 스승과 벗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설경구는 “(변요한과) 촬영 이외에도 꾸준히 같이 생활을 했다. 끝난 후에도 벗으로서 ‘찐 우정’을 나누고 있다”라고 했으며 변요한은 “이 작품이 끝난 후 행복하고, 잘 놀다가서 밖에 소문을 많이 냈다. ‘경구 선배님 짱, 이준익 감독님 짱, 영화 짱’이라고. 그만큼 눈높이를 같이 맞춰서 잘했다. 뻔뻔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잘 놀아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만족스러운 호흡 소감을 전했다.
이준익 감독은 앞서 ‘동주’로 흑백영화를 시도한 바. ‘자산어보’ 역시 흑백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이 감독은 “‘동주’로 적지 않은 성과가 있어 큰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동주’와 ‘자산어보’의 흑백은 정반대다. ‘동주’는 일제강점기 시대라 백보다 흑이 더 차지하고 있다. ‘자산어보’는 자연, 사람 관계 속 새로운 걸 알아가기에 흑보다 백이 더 크다. 선명하게 구별되는 걸 찍으면서 알았다. 제가 어렸을 때는 흑백의 서부영화를 봤다. 그 잔상이 너무 강렬하다. 따지고 보면 서부영화가 1800년대 이야기다. 미국영화의 근본이 됐던 시대다. 우리나라 1800년대 시대를 흑백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너희는 그렇고, 우리는 이렇다를 말하고 싶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를 통해 조선시대의 학자 정약전을 새롭게 조명한다. 그리고 ‘자산어보’ 서문에 등장하는 창대와의 관계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뜨거운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이준익 감독은 “시대 인물을 그릴 때는 영웅, 위대한 분들을 주인공으로 하지 않나. 저도 그랬던 적 있다. 반대로 유명하지 않지만 같은 시대를 버티고, 이겨낸 사소한 개인 같은 사람의 모습과 주변을 그리다 보면 영웅 보다는 내가 있고, 나의 마음이 담겨있는 사람의 삶을 표현 하고 싶었다”라며 “윤동주의 위대한 시인이 있으면 그 바로 옆에 위대한 누군가가 있을 거고. 정약용이 있는가 하면 그의 옆에 정약전이 있고, 그 옆에 창대가 있고. 아래로 가다보면 그 시대의 진정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가공된 게 아닌 것을 기대하며 이 영화를 찍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변요한은 ‘자산어보’만의 매력에 대해 ‘여운’을 언급했다. 그는 “저희 영화는 흑백이다. 선과 면과 형태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잘못해서 조금이라도 허투루 연기하면 다 걸린다. 그 인물, 캐릭터의 본질과 충돌하더라도 욕심을 내지 않고 가야했다. 고스란히 묻어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저희 영화는 자체적으로 매력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여운이라고 생각한다. 또 생각나고, 계속 보고 싶을 것”이라고 꼽았다.
‘자산어보’는 오는 3월 31일 개봉된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