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리’, 따스한 색채로 채워진 가족의 여정 [씨네리뷰]
- 입력 2021. 03.03. 07:00:00
- [더셀럽 전예슬 기자]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를 맛으로 표현하자면 ‘담백함’이 아닐까. 마치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들어간 듯. 소박하면서 따뜻한, 그리고 진한 여운이 남는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는다. 병아리 감별사로 오랜 시간 도시에서 일했던 제이콥(스티븐 연)은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위해 가족들을 이끌고 낯선 땅, 미국 아칸소로 향한다. 큰 농장을 개척해 한국 채소를 심기 시작한 제이콥은 가장으로서 무언가 이뤄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다.
외딴 곳에 덩그러니 놓인 이동식 주택을 본 모니카(한예리)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달갑지만은 않지만 남편을 믿기로 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그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아들 데이빗(앨런 김)을 보살펴줄 베이비시터를 구하던 중 한국에 있는 엄마 순자(윤여정)를 모셔오기로 결정한다.
순자는 고춧가루, 멸치, 한약, 미나리씨를 들고 미국으로 향한다. 그러나 손자 앤(노엘 케이트 조)과 데이빗(앨런 김)은 그런 할머니가 낯설기만 하다. 특히 장난꾸러기 막내 데이빗은 다른 할머니처럼 쿠키를 구워주지도, 다정하지도 않다며 순자에게 “할머니는 진짜 할머니 같지 않다”라고 말한다. 팽팽한 대립을 이루는 두 사람. 하지만 순자는 데이빗에게 용기를 주고, 데이빗은 조금씩 용기를 얻어가며 ‘가족’이 되어간다.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채소 ‘미나리’를 제목으로 지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어린 시절, 농장을 꾸린 아버지와 새로운 직장을 구하게 된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을 돌봐줄 할머니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왔는데 그때 미나리 씨앗을 들고 왔고, 다른 채소보다 잘 자라는 모습이 기억에 강렬히 남았다고 한다.
‘미나리’의 이야기는 보편적이지만, 그 울림은 깊고, 진하다. 가족이 외딴 곳에서도 함께 자리 잡고 살아가게 하는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영화는 말한다. 그래서 ‘이민자들의 이야기’에도 부모님, 또는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영화의 몰입을 높이는데 배우들의 열연도 힘을 보탠다. 무모해보일 수 있는 제이콥을 결국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든 스티븐 연. 희망을 지켜내는 엄마 모니카를 완성한 한예리. 전형성을 벗어나 변화하는 할머니 순자를 그려낸 윤여정까지. 여기에 아역 배우 노엘 케이트 조와 앨런 김까지 제몫을 해낸다. 특히 앨런 김은 바라만 봐도 미소가 지어지는 연기로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영상미 또한 관전 포인트다. 선명하게 쏟아지는 빛과 그 아래 드러난 자연의 풍광은 스크린을 따스하게 물들인다. 가족의 마음과 영화 속 배경, 스토리가 조화를 이루는 음악 역시 희망적인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미나리’는 ‘문유랑가보’로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후보에 오르며 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정이삭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오늘(3일) 개봉. 러닝타임은 115분. 12세이상관람가.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판씨네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