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 “‘고백’, 쿵 하는 울림 받았죠” [인터뷰]
입력 2021. 03.05. 15:15:54
[더셀럽 전예슬 기자] 박하선에게 이런 얼굴이 있었던가.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어른들과 사회를 향해 폭발하는 분노 연기가 새롭게 다가온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고백’(감독 서은영)으로 관객 앞에 선 박하선을 만나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24일 개봉된 ‘고백’은 7일간 국민 성금 천원씩 1억 원을 요구하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이 일어난 날 사라진 아이, 그 아이를 학대한 부모에게 분노한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를 의심하는 경찰, 나타난 아이의 용기 있는 고백을 그린 범죄 드라마다.

이 영화는 개봉 후 꾸준히 관객들의 선택을 받아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수성을 지켰고, 2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출산 후 첫 복귀작이에요. 드라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보다 ‘고백’이 더 먼저 찍게 된 작품이었죠. 가뭄에 단비 같은 작품이었어요. 일이 고프고, 하고 싶을 때 들어와 그 자체로도 감사했거든요. 시나리오의 마지막 부분이 좋았어요. 끝에 ‘고백’이라고 써 있는데 ‘쿵’ 하는 울림을 받았죠. 상상했을 때 스크린에 나오면 좋을 것 같았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부분에서 많이 울었어요. 감독님과 첫 미팅 때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있을 때였어요. 아이만 보고 있어서 ‘복귀할 수 있을까?’ 하던 시점에 들어왔던 작품이었거든요. 감독님께선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찾지 않았을 거예요’라고 하셨어요. 결혼해서 미혼 때보다 훨씬 좋고, 아이에 대한 감정도 좋을 것 가다고 하셔서 눈물이 났어요. 개인적으로 큰 경험을 했는데 이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제작진이 있다는 것에 힘을 받았죠.”



‘고백’은 아동학대에 대한 문제의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또 “나도 네 편이 되어줄게”라는 응원을 아끼지 않고, 모두가 함께 보고 생각해야 한다는 문제를 다루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후 펑펑 운 영화에요. 저는 좋았어요. 제 모습에 부족한 게 많지만요. 찍으면서 처음으로 시원하게 연기를 했어요. 화내는 장면도 많았고, 모든 걸 쏟아 부은 느낌이었죠. ‘역대급 연기가 나오겠는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까 부족한 게 많이 보이더라고요. (웃음) ‘아직 멀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아쉬운 건 있지만 영화 자체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 있어요. 마음을 울리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박하선이 연기한 오순은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아픔을 딛고 아동복지사가 돼 학대아동을 돕는다.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학대 부모들과 자주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이런 오순 역을 박하선은 어떻게 이해해갔을까.

“어려운 신이 몇 개 있긴 했는데 계속 연습을 했어요. 훨씬 더 간절해지기도 했고, 뭔가 혼자일 때보다 시간이 없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한 달 동안 연습을 했어요. 안 되는 장면이 없도록 연습량을 늘여갔죠. 인간은 누구나 어렸을 때 상처나 기억들이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잖아요. 저도 어린 시절 상처 때문에 방황했고, 사춘기도 없어서 20대 때 터졌던 적 있어요. 부모님도 ‘미안하다, 그런데 언제까지 거기에 갇혀 있을래?’라고 하시더라고요. 부모님도 변하고, 다 변했는데 나만 트라우마에 갇혀 살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안 좋은 기억들을 끄집어오면 방어기제가 있는데 그런 작업이 힘든 것 외에는 연기하는 게 행복했어요. 일도 즐거웠고, 이런 연기를 맡겨주는 게 좋았죠.”



2005년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한 박하선은 2011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으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광고천재 이태백’ ‘쓰리데이즈’ ‘혼술남녀’ 등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결혼과 육아 후 선택한 ‘산후조리원’ ‘며느라기’ 작품에선 폭넓은 감정선으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기도 했다.

“어쩌다보니 연기의 결이 바뀐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거랄까. 공감되고, 잘할 수 있는 장르가 되는 게요. 경험이 많은 여배우가 아니라 의도하진 않았는데 훨씬 더 넓어진 것 같아요. 얼마 전 단막극을 찍었는데 임산부 얘기라고 했더니 ‘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작품은 재밌어요. 저는 재미가 중요하거든요. 특히 좋았던 건 여성 팬분들과 기혼자분들이 공감해주셔서 뿌듯했어요. 워킹맘들의 응원도 받으니. 제 생각보다 더 호응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에요.”

‘고백’은 아동학대를 비롯한 다양한 폭력에 대한 현상을 통찰력 있게 고찰한다. 특히 진정성 있고 진솔한 태도로 아이들의 편이 되어줄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아동학대 피해 상황의 심각성을 고발하며 관객과 현실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 좋은 부모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적어도 아이는 때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를 단 한 번도 때린 적이 없어요. 아무리 화가 나도 때리고 싶지 않고요. 저는 제 딸에게 매일 마사지를 해줘요. 정인이 사건 때도 마사지를 해줬다고 하는데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어른이고, 부모면 약자, 특히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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