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삼광빌라’ 전성우,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유 [인터뷰]
입력 2021. 03.09. 17:15:28
[더셀럽 전예슬 기자] “기다리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또 하나의 도전을 끝마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다림을 기대감을 바꾼 그다. 배우 전성우의 이야기다.

기자는 최근 KBS2 주말드라마 ‘오 삼광빌라’(극본 윤경아, 연출 홍석구) 종영을 앞두고 전성우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7일 종영한 ‘오 삼광빌라’는 다양한 사연들을 안고 ‘삼광빌라’에 모여든 사람들, 타인이었던 이들이 서로에게 정들고 마음을 열고 사랑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지난해 9월 첫 방송을 시작, 32.9%의 시청률로 50부작의 대장정을 끝냈다.

“처음 도전한 주말드라마였는데 어느새 종영이네요. 지나고 나니 시간이 어떻게 지난 건지 모르게 흘러간 것 같아요. 주말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을 해봤는데 긴 호흡의 장르에서 새로운 걸 또 느끼게 됐고, 많은 걸 배운 시간이었어요.”

주말드라마는 특성상 호흡이 길다. 리딩부터 마지막 촬영까지 약 8개월 동안 현장에서 동료, 선후배 배우들, 제작진, 그리고 스태프들과 함께한 전성우는 “기다리는 법을 배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일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조급한 마음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불안하고, 초조하고. 사실 그런 마음이 일을 좋게 하거나, 잘 되게 만들어 주진 않거든요. 지금 자신이 맡은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서 차근차근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면서 ‘베스트를 찾는 게 중요하다’라는 배움을 얻었어요. 선배님들만 봐도 선배님들은 급하지 않으세요. 다 이유가 있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시고, 차분히 길을 가시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우고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때로는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 배웠어요. 자기가 원하는 방향이나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 때가 어느 경우에나 분명히 있거든요. 그랬을 때 그걸 끝까지 안고 전전긍긍해봐야 결국 앞으로 남아있는 것들까지 영향을 주게 되는 것 같아요. 포기할 것과 포기하지 말아야할 것을 과감하지만 차분하게 선택해서 앞으로의 일을 잘 챙기고 끝을 맺는 게 맞다는 걸 배웠습니다.”



전성우는 극중 돈과 야망을 따라 껍데기뿐인 연애만을 해왔던 황나로 역을 맡았다. 그는 인생역전을 꿈꾸며 삼광빌라로 들어온 세입자로 훤칠한 외모와 세련된 화법의 소유자다. 삼광빌라에 미스터리한 긴장감을 조성하며 남다른 활약을 펼쳤다.

“사실 초반에는 인물이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측을 못했어요. 트리트먼트에 적힌 캐릭터에 대한 정보만 가지고 가는 거라 흥미롭고 재밌을 것 같다는 설렘이 있었죠. 할머니, 외할머니 두 분이 평소에 제가 주말드라마 나오는 걸 꼭 보고 싶다고 하셔서 좋은 기회가 온다면 한 번 출연해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안을 주셔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그리고 이제껏 보이지 않았던 저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출연을 결정하게 됐어요.”

전성우가 맡은 황나로는 사람의 심리를 간파하고 거짓말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난 역할이다. 그러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예상치 못한 인물과 러브라인을 그리거나 각성하는 모습을 내적, 외적인 변화를 겪게 됐다. 변화가 많아 어려울 수 있었던 인물을 어떻게 그려내려 했을까.

“인물이 가진 과거와 캐릭터에 집중해서 준비했어요. 사기꾼이라는 설정을 놓고 그들의 공식처럼 나와 있는 행동들과 패턴을 찾아보고, 이 인물과 붙였을 때 효과적인 지점들을 찾으려 노력했죠. 하지만 정작 드라마에서 사기꾼이라는 인물 설정은 되어 있지만, 사기를 제대로 치는 모습이 나오지 않아 인물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세상에는 많은 사기가 있잖아요. 이 친구가 외국어도 잘하고, 언변도 좋고, 머리도 굉장히 좋은 인물로 나오는데 지능형 범죄사기를 친 것인지, 여자를 호리고 다니며 사기를 친 것인지 종류도 다양할 것이고 죄의 무게도 다양할 텐데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나오지 않더라고요. 사기 전과로 감옥살이를 했다 정도 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삼광빌라’ 가족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거라곤 거짓말이었거든요. 그러면서 저는 드라마의 인물들도 황나로가 어떤 사기를 쳤는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사기꾼, 전과자라는 과거를 가진 인물을 프레임 속에서 바라보는 다른 인물들과 그 인물들을 바라보며 겪는 황나로의 내면을 구축해 간 것 같아요. 나로의 과거를 알게 되고 나서의 인물들이 가지는 생각의 변화, 편견을 바라보는 황나로요. 그런 것들에서 느껴지는 슬픔, 분노, 인정받고 싶은 결핍에서 오는 거짓말, 가지지 못한 것에 무조건 가지고 싶은 갈망 등의 감정을 보여주며 다양한 모습의 인물이 될 수 있도록 고민했어요. 이 인물을 100%로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최대한 이해해서 잘 전달하려 노력했죠.”



‘오 삼광빌라’에는 다양한 연령과 경력을 가진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전성우는 진기주, 한보름 두 배우와 가장 많은 호흡을 맞췄다. 진기주와는 대립을, 한보름과는 러브라인을 그려내며 전혀 다른 분위기의 스토리를 만들어갔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들이라 정말 즐겁게 호흡을 맞췄어요. 다른 느낌을 가진 두 배우와 항상 새로운 느낌을 받으면서 연기했고, 즐겁게 촬영했죠. 다른 작품에서 다른 인물로 다시 만나보고 싶어요.”

두 사람 외, 연기적으로 도움을 준 선배 배우를 향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사실 시작부터 너무 정신없이 촬영했던 것 같아요. 요르단에서 영화 촬영을 하고 돌아와 남들보다 조금 늦게 첫 촬영을 시작하는 스케줄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죠. 그런데 옆에서 항상 선배님들이 잘 다독여주고, 많이 챙겨주셔서 큰 힘이 됐던 순간들이 떠올라요.”

주말드라마의 주 시청층은 4050세대다. ‘오 삼광빌라’는 어머니 시청층 외에도 젊은 세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인기를 실감한 일을 겪은 적 있냐는 질문에 “이게 주말의 힘인가 느꼈다”라고 답했다.

“최근에 촬영 중간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을 찾은 적 있었어요. 마스크를 하고 있음에도 알아봐주시고, 와서 인사해주시면서 반갑게 맞아주시더라고요. ‘잘 보고 있어요. 나로는 착해지는 거죠?’라는 물음도 해주시고, 만나서 반갑다고 서비스도 챙겨주셨어요. ‘이게 주말의 힘인가’ 했죠.”



2007년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로 데뷔한 전성우는 뮤지컬, 연극 무대에서 연기력을 탄탄하게 쌓은 뒤 활동 반경을 넓혀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브라운관,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서 꾸준히 활동 중인 그에게 ‘원동력’은 무엇일까.

“저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한계와 항상 마주선다고 생각해요. 그 한계를 보고 포기하느냐, 그 한계에 화가 나느냐, 그 한계에 도전하느냐 등이 다른 거죠. 저의 경우, 그 한계에 크게 개의치 않고 꾸준히 도전하는 마음으로 버티기를 해요. 저의 원동력은 일희일비 하지 않는 평온한 사고와 인내심이죠. 어릴 때부터 ‘차분하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는데 이것이 배우를 하는데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일이든 그렇겠지만 배우는 특히 언제나 선택받아야 하는 일이고, 늘 평가 받아야 하는 일이고, 그 평가 점수에 따라 다음 일이 이어질지 뚝 끊어질지 알 수 없잖아요. 항상 시험대에 올라와 있는 일이거든요. 성실함 하나만으로 다음 기회가 있는 게 아니고, 앞에 빛나는 성과가 있다고 해서 다음 기회들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차분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내 것이 올 때까지 동요되지 않고 기다리다가 내가 맡을 역할이 왔을 때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게 항상 준비하고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안 오냐고 조바심을 내지 않아야 쉽게 포기하는 일도 없을 테니까요.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열심히 만들어 가다보면 누군가 나를 봐주고, 인정해주시는 분들이 생기고, 그런 분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서 차근차근 작품 활동을 이어오게 된 것 같습니다.”

전성우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가 보여줄 또 다른 얼굴과 연기는 무궁무진하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 전성우’다.

“‘오 삼광빌라’는 저에게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의미의 작품이었어요. 인물의 감정을 여러 각도로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시각을 열어준 작품이라 생각하죠. 저는 이 작품이 빠르게 흘러가는 현 시대 속에서 잠시 쉬어가는, 일상의 향수가 느껴졌던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지금 너무 진행이 빠른 콘텐츠들을 보고 있잖아요. 가끔은 뻔 하게 사는 것도, 뻔 한 것들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삼광빌라’ 안에는 뻔 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면에서 편안한 쉼터 같은 느낌의 드라마로 남았으면 해요. 그리고 아직 제가 보여드리지 못한 캐릭터, 하고 싶은 캐릭터가 많아서 기회가 닿는다면 다양한 캐릭터를 도전해보고 싶어요. 저라는 사람의 이미지를 정형화 시키고 싶진 않아요. 안전한 길보다, 항상 다른 새로운 캐릭터로 보여드리고 싶은 갈망이 있습니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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