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먼 곳’, 한 폭의 풍경화처럼 [씨네리뷰]
입력 2021. 03.18. 07:00:00
[더셀럽 전예슬 기자] “아름답다”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자연이 만들어낸 풍광에, 그리고 색감에 젖어든다. 단언컨대 가장 황홀한 시각적 모먼트다.

영화 ‘정말 먼 곳’(감독 박근영)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섬세함’이다. 이야기 역시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일상을 섬세하게 담았다.

서울을 떠나 화천의 한 양떼 목장에 정착한 진우(강길우)는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딸 설과 함께 조용한 나날을 보낸다. 그런 그에게 오랜 연인인 현민(홍경)이 찾아온다. 현민은 근처 복지관에서 시를 가르치며 진우와 행복한 산골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진우의 쌍둥이 여동생 은영(이상희)이 갑자기 목장을 방문한다. 6년 전,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설을 낳은 후 진우에게 맡긴 채 떠나 버렸던 은영은 5년 후 찾아와 설을 데려가겠다고 말한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진우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정말 먼 곳’은 시의 여백과 닮아있다. 성소수자, 미혼모, 치매노인 등 어쩌면 자극적일 수 있는 맛을 담백하게 담아낸다. 천천히, 인물 면면을 들여다보기에 그 템포가 느리게 다가올 수 있지만 이 또한 ‘정말 먼 곳’만이 가지는 힘인 듯하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강원도 화천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노랗게 물든 단풍나무, 푸르스름한 새벽의 공기가 깔린 강가 등 대비되는 색채 또한 몰입을 이끈다. 특히 첫눈이 내리는 장면은 놓쳐선 안 될 관전 포인트다.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강길우,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예 홍경의 연기도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다. 스토리 라인을 힘 있게 이끌어 가는 강길우는 위기를 맞은 캐릭터의 복잡한 감정선을 유연하게 표현해냈다.

홍경 역시 제 옷을 입은 듯 시인 현민을 완성해냈다. 시가 영화에 담겨야 했기에 어떻게 시를 읽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며 캐릭터 톤을 구축해 간 그다. 강길우와 주고받는 눈빛 연기는 깊이를 더한다.

문경 역의 기도영 배우는 관객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극중 아버지로 등장하는 중만 역의 기주봉과 실제 부녀사이기도 한 두 사람은 특별한 앙상블을 선보인다.

‘정말 먼 곳’은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제24회 탈린블랙나이츠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 ‘한강에게’의 연출을 맡은 박근영 감독과 ‘겨울밤에’를 제작한 장우진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정말 먼 곳’은 오늘(18일) 개봉됐다. 러닝타임은 115분. 12세 이상 관람가.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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