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리 “용기와 에너지 얻은 ‘미나리’” [인터뷰]
입력 2021. 03.19. 07:00:00
[더셀럽 전예슬 기자] ‘카멜레온 같은 배우’란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장르와 캐릭터에 따라 다양한 얼굴과 눈빛을 뿜어낸다.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열정이 눈부시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를 통해 도전의 한계를 뛰어넘은 배우 한예리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원더풀한 영화다. 한예리는 극중 희망을 지켜내는 엄마 모니카 역을 맡았다.

“번역이 된 것을 받았을 때 모니카가 어떤 사람이겠다는 이해를 못했어요. 감독님을 빨리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감독님을 뵀는데 너무 좋으신 사람이더라고요. 시나리오고 뭐고, 감독님과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의 유년시절, 추억들을 이야기할 때 제가 잘 알고 있던 여성들의 모습이었어요. 저도 엄마, 이모들, 할머니, 80년대 그때 여성들의 얼굴들과 기억들이 제 안에 많이 남아있었죠.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그 부분을 확장하고,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니카를 연기하는 것에 있어 걱정을 덜 했죠.”



‘미나리’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정이삭 감독은 앞서 한예리를 향해 “이 영화의 심장”이라고 말한 바. 한예리는 한 가정의 엄마이자, 어머니의 딸, 남편의 아내, 그리고 자신까지 모니카가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제이콥과 모니카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끌며 살아요. 꿈을 이루기 전, 이미 가정을 이룬 거죠. 그들의 자아를 찾고, 성장의 과정을 찾는, 또 성장의 과정을 부딪치면서 성장통을 겪는 환경에 놓였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많은 걸 책임져야하는 상황이 됐구나,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 조금 이해를 하게 됐어요. 과정들을 지탱하고,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기르려고 노력했던 모니카와 제이콥이 대단하다고 느꼈죠. 그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어 아이들이 잘 자랐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미나리’는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기점으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에 이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작품상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전 세계 평단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미국이라는 나라는 많은 이민자들의 땅이잖아요. 그 사람들이 그 안에서 미나리처럼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다음 세대도 단단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 영화를 더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 사람들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어떤 가정, 유년시절, 개개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이 추억을 꺼내보거나 마음에 스며드는 듯 다가오는 것 같아요. ‘미나리’는 어떤 누구도 나쁘게 보이거나, 상처를 주는 게 없어요. 각자의 의견과 사랑가는 선택들이 다를 뿐이죠. 어떤 감정들을 강요하거나 화두를 던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영화에 물들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게끔 만들어서 이 영화가 더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어떤 부분의 이야기,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들은 다 비슷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근본, 뿌리에 관한 이야기를 했기에 한국,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한예리에게 ‘미나리’는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기도 하다. 한예리는 유수의 외신들의 호평과 함께 각종 매체 및 패션지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 글로벌한 행보로 화제를 모은 바. 할리우드 진출이 실감나냐는 질문에 한예리는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아직도 쑥스러워요.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목표와 확실한 계획이 있었다면 당당하게 얘기할 텐데 그런 게 단 하나도 없었거든요. 윤여정 선생님과 즐겁게 찍겠다 싶었고, 아무것도 모르고 찍은 거라 ‘할리우드 진출해 보려고’라고 말하는 게 쑥스럽고 부끄러워요. 특히 실감이 안 나는 건 그 현장에 없어서? 오스카 릴레이를 직접 하고, 소통하는 게 아니어서 그런지 크게 실감은 나지 않더라고요. 그저 진짜 좋은 사람들을 얻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한예리에게 ‘미나리’는 할리우드 첫 진출작 이상의 의미로 다가올 터. 좋은 사람들로 하여금 밝은 에너지를 얻었다고. 한예리는 자신이 받은 것들을 언젠가 꼭 보답하고 싶다고 간절히 소망했다.

“연기적으로 변화를 느끼기보단, 더 해봐야지 알게 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변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좋은 사람들한테 좋은 기운을 얻고, 에너지를 받았죠. 어디서도 받지 못했던 타인에게 많은 애정들을 받았어요. 용기와 애정을 받고, 이런 에너지들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감독님을 비롯해 저에게 에너지를 준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어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판씨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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