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VIEW] SBS 기대작 '조선구마사', 어쩌다 '조선족구마사' 됐나
입력 2021. 03.24. 14:49:32

조선구마사

[더셀럽 김희서 기자] 올해 상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국내 최초 엑소시즘 판타지 사극 '조선구마사'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역사왜곡', '동북공정'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중의 거센 비난을 받는 것은 물론 제작 지원과 광고도 끊겼다. '보이콧 조선구마사' 흐름이 이어지면서 시청률도 2회만에 급락했다.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극본 박계옥, 연출 신경수)를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은 지난 22일, 첫 방송 직후부터 불거졌다. 1회에서 논란이 된 장면은 태종(감우성)의 묘사였다. 애민사상이 깊었다는 역사적 기록과 달리 태종을 환시와 환청에 시달려 백성을 무참히 살해하는 극악무도한 인물로 표현했다. 허구적 상상력을 감안하더라도 굳이 역사적 인물을 훼손하면서까지 담을 장면이었는지 의문을 남겼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조선구마사’는 대놓고 조선시대 배경에 중국풍을 끼얹었다. 의주 근방의 명나라 국경 부근에서 충녕대군(장동윤)이 서역에서 온 신부 요한(달시 파켓)과 통사 마르코(서동원)를 대접하기 위해 기생집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때 기생집의 건물 외관을 비롯한 술상에 오른 월병, 피단, 중국식 만두 등 중국풍 소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하지만 기생들은 한복을 입고 있어 중국도 조선도 아닌 어정쩡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국무당의 도무녀로 등장한 무화(정혜성)의 의상 또한 그간 국내 사극에 등장했던 무녀의 의상보다는 중국풍 디자인에 가깝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23일 ‘조선구마사’ 제작진은 공식입장을 통해 “극 중 한양과 멀리 떨어진 변방에 있는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어떤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다만 예민한 시기에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시청의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 향후 방송 제작에 유의하도록 하겠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제작진의 입장 표명 이후에도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1회에 이어 2회에서도 역사왜곡 논란이 드러났기 때문. 한 차례 거센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검열 없이 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일부 장면들이 방송됐다.

지난 23일 방영된 ‘조선구마사’ 2회에서는 충녕대군과 사당패 무리가 왕유(김법래)가 숨은 곳으로 향하는 모습이 그려진 가운데 난데없이 불필요한 농악무 장면이 다소 길게 연출됐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09년 한국보다 먼저 ‘중국 조선족 농악무(Farmer’s dance of China’s Korean ethnic group)‘를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시킨 바 있다. 또 ’조선구마사‘ 속 일부 배경음악에 사용된 악기가 가야금, 거문고 등 한국 전통 악기가 아닌 고쟁, 고금 등 중국 전통 악기를 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의도적인 동북공정 드라마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모양새다. 드라마 홈페이지에 비판, 항의 글이 쏟아졌고, 시청 불매 운동부터 국민청원에 방영 중지를 요구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심지어는 역사를 왜곡한 ‘조선구마사’에 대해 제목을 ‘조선족구마사’, ‘중국구마사’로 바꾸라는 조롱 섞인 반응까지 이어졌다.

이와 관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조선구마사’ 역사왜곡 논란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드라마 '조선구마사'에 관한 역사왜곡 논란의 파장이 매우 크다”라며 “이미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통탄했다.

제작진이 입장문에서 밝힌 “예민한 시기”에 대해서도 서 교수는 “이러한 시기에는 더 조심했었어야 한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이미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화가 되어 정말로 많은 세계인들이 시청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곡 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문화와 역사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만 한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단 2회 만에 역사왜곡, 동북공정 논란, 방영 중지 등으로 불명예 타이틀을 입게 된 ‘조선구마사’에 광고사들도 발 빠른 손절에 나섰다. 특히 잠재적 소비자들인 시청자들의 호감도가 중요한 광고계 역시를 현 상황을 두고만 볼 수 없는 상황.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작품을 협찬하면서까지 브랜드 이미지 타격 위험성을 안고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드라마 기획 단계서부터 해당 논란의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제작사와 방송국 등에도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나주시는 장소협조를 철회하고 드라마 엔딩에 삽입되는 나주시 관련 사항도 삭제를 요청했다. 안마의자 브랜드 코지마와 에이스침대도 “이슈 사항을 인지한 직후 조속히 광고 중단 조치를 취했다”라며 광고를 철수했다, 반올림 피자샵, 금성침대, KT도 사과문을 내고 광고 철회를 결정했다. LG생활건강과 호관원, 탐나종합어시장 등도 제작지원, 광고를 중단하거나 재검토할 예정이다.

‘조선구마사’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는 전작 tvN ‘철인왕후’에서도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초 중국에서 방영한 웹드라마 ‘태자비승직기’의 리메이크 방영권을 구매하여 기획된 작품인데다 원작 소설가가 타작품인 ‘화친공주’에서 혐한 발언한 것을 두고 ‘철인왕후’는 방송 전부터 우려를 샀다.

이와 별개로 ‘철인왕후’ 2회에서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에 걸쳐 472년 동안 기록한 역사서인 조선왕조실록을 두고 “조선왕조실록 한낱 지라시네”라고 표현해 역사왜곡논란에 휩싸였다. 이외에도 역사적 인물인 신정왕후를 왜곡되게 묘사, 실제 조선시대에 존재했던 명문 가문의 이름을 수정하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럼에도 또 다시 박계옥 작가는 조선시대와 실존 인물을 두고 판타지, 허구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물론 창작의 자유를 존중해야한다지만 창작자로서 최소한 드라마를 통해 우리나라 역사를 그릇된 시선으로 비춰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책임감도 짊어진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연이은 작품에서 역사적 왜곡 논란을 야기한 점에서 박계옥 작가는 대중의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녹두꽃’, ‘육룡이 나르샤’ 등으로 웰메이드 사극을 탄생시킨 신경수 감독과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의 조합이었지만 ‘조선구마사’는 2회 만에 큰 실망감을 안겼다. 이는 시청률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방송 시청률 8.9%(전국가구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2회에서는 6.9%로 급하락했다. 끊임없는 역사왜곡 논란으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산 ‘조선구마사’가 종영까지 무사히 항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조선구마사' 캡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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