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먼 곳’ 홍경,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 [인터뷰]
- 입력 2021. 03.25. 14:55:24
- [더셀럽 전예슬 기자] 지난해 유일하게 ‘궁금증’이 생긴 배우가 있었다. 신선한 마스크에 안정적인 연기까지. 스크린을 통해선 처음 본 배우인데 깊게 인상에 남았다. 주인공은 영화 ‘결백’에서 자폐성 장애가 있는 정인(신혜선)의 남동생 안정수 역을 맡았던 홍경이다.
'정말 먼 곳' 홍경
홍경의 두 번째 스크린작은 ‘정말 먼 곳’(감독 박근영)이다. ‘정말 먼 곳’은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강길우)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일상을 섬세하게 담은 영화다. 이번 영화에서 홍경은 시를 쓰는 연인 현민 역으로 분했다.
‘정말 먼 곳’은 미혼모, 치매노인, 그리고 성소수자 등 소재를 다루며 이야기 실타래를 풀어간다. ‘결백’에서 자폐를 가진 인물을 연기하는데 이어 퀴어 장르에 도전한 홍경. 어쩌면 다소 어렵고,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색체를 띈 장르와 역할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소소하지만 울림이 큰,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이었어요. 혼자 훅 빠져서 읽다가 나왔죠. 힘이 있어서 좋았어요. 잔잔하지만 큰 울림이 있고, 읽고 나서 구성원에 대해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사회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죠. 현민에 대해서도 궁금했어요. 진우만큼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았거든요. 화천에 도착한 현민의 심정은 어떨까, 카메라와 화면으로 직접적으로 보여 진 게 많이 없어요. 그래서 궁금했죠. 제가 현민을 해석한 바로는 어려움을 겪지만 표면적으론 밝고, 이해하고, 경지에 이른 사람처럼 시종일관 여유 있고, 차분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연기하면서 찾아갔죠. 감독님과도 현장에서 소통했어요. 물론 어려움을 겪는 순간도 있었지만요. 항상 웃고, 이해하고, 지켜보며, 거리감을 두는 배역이라. 거리감을 두고 지켜보는 순간에 이 친구는 감정적인 걸 표현하지 않기에 이런 것들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소재나 어떤 역할에 대해선 부담스럽지 않아요. 제가 해볼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단 점에서 매력을 느꼈죠.”
현민은 서울을 떠나 화천의 한 목장에 정착한 진우를 찾아간다. 시 수업을 하며 진우와 평범한 일상을 같이 보낸다. 섬세한 감정을 소유한 시인이기에 시가 영화에 어떻게 담겨야 하는지, 어떻게 시를 읽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며 캐릭터의 톤을 잡아나갔다고 한다.
“감정을 절제하는 게 어려웠어요. 어려움이나 아픔이 결코 이 친구에게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런 것들을 통해 자신을 지키려고, 편견이나 시선을 두지 않으려 생각하고, 자신만의 벽을 친 거라 생각했죠. 그게 생존본능이 될 수도 있고요. 본인 정체성에 대해서도 지키려고 해요. 그러면서 진우와의 관계, 사랑에 집중하죠. 이야기 중 진우와 관계가 탈로 나면서 진우에게 ‘멀리 가서 살까?’라고 묻는데 진우는 답을 못해요. 그럴 때 현민의 모습을 보면 굉장히 슬퍼하는 게 보였어요.”
현민과 진우와 관계는 극 초반, 서로 주고받는 눈빛으로부터 예측 가능하다. 그렇기에 카메라도 두 사람의 ‘눈빛’에 집중한다. 진우 역을 맡은 강길우와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도 중요했을 터.
“실제로 저희가 영화 촬영 내내 숙박을 하며 생활했어요. 공간이 주는 힘도 있었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형은 열린 사람이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예를 들면 이들의 관계는 얼마나 깊고, 이어나갔을까,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일까, 어떻게 연애했을까 등을 자연스럽게 얘기 하다 보니 (서사가) 쌓였죠. 기억에 남는 건 감정표현 신이에요. 마지막에 싸우는 신에서 현민이도 진우를 쭉 지켜보다가 폭발하는데 둘의 심정, 관계는 어떻게 됐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지난 2017년 KBS 드라마 ‘학교 2017’을 통해 데뷔한 홍경은 드라마 ‘저글러스’ ‘라이브’ ‘라이프 온 마스’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결백’을 통해선 제41회 청룡영화상 신인상 후보에 오르는 등 언론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매 작품마다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해가고 있는 지금 가장 뜨거운 ‘신예’ 홍경이다.
“신인상 후보에 오른 건 지금도 긴장이 많이 돼요. 제가 후보에 오르건, 안 오르건 연기하는데 있어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만요. 상을 받고 싶어서 연기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한 것에 대해 이후 벌어지는 일들이기 때문에 전혀 연연해하려 않고, 연연하고 싶지도 않아요. 연기해나가면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 뿐이죠. 단순히 ‘연기를 잘해서 최고의 배우가 될 거야’ 보다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 나이대 또래배우들이 하는 것과 다른 모습, 에너지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죠.”
홍경이란 배우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은 바로 ‘눈빛’이 아닐까. ‘눈빛으로 말하는 배우’란 수식어가 마치 제 것인 듯. 그래서 ‘정말 먼 곳’을 통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인물을 이해하는데 호기심이 많아요. 그게 장점인 것 같아요. 하하. 실제로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서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다녀요. 인물 사진 찍는 걸 좋아하죠. 그런 점들이 모여 저의 장점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하는 배우다. 자신만의 연기 지도를 그려가고 있는 홍경. 영화계 안팎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가 앞으로 보여줄 연기와 새로운 얼굴이 매일매일 기대된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