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천천히 다다른 ‘아무도 없는 곳’ [씨네리뷰]
입력 2021. 03.31. 07:00:00

'아무도 없는 곳' 김종관 감독 연우진

[더셀럽 전예슬 기자] ‘아무도 없는 곳’(감독 김종관)은 삶에 대한 이야기다. 기억, 상실, 죽음, 늙음의 소재를 뭉쳐 만들었다. 인물과 인물 간의 ‘길 잃어버린 마음’을 담는다. 아주 느리고, 천천히.

‘아무도 없는 곳’은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연우진)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누구나 있지만 아무도 없는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다.

창석은 커피숍, 박물관, 카페 바 등 익숙한 듯 낯선 서울의 여러 공간들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이야기를 듣고, 들려준다. 시간을 잃은 미영(이지은), 추억을 태우는 편집자 유진(윤혜리), 희망을 구하는 사진가 성하(김상호), 기억을 사는 바텐더 주은(이주영)과 만나며 아주 천천히 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이번에도 김종관 감독은 짧은 옴니버스 형식 속 대화들을 엮어 영화로 만들어냈다. 여전한 스타일이지만 그 속에 ‘과감함’이 있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곳’은 ‘김종관 유니버스’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밤을 걷다’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고 할까.

액션보다 리액션이 중요한 영화인만큼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창석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 ‘리액션’의 묘미가 필요하다. 이를 연우진이 특유의 부드러운 연기와 섬세함으로 완성시킨다.

여기에 윤혜리, 김상호, 이주영이 각각의 사연을 가진 캐릭터로 분해 이야기를 채운다. 특히 ‘아무도 없는 곳’의 시작을 장식한 이지은은 자신만의 유연함을 십분 발휘한다. 흐르는 시간에서 마주할 ‘늙음’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인물들에 얽힌 사건들이 대사로만 전달되다 보니 누군가에겐 영화의 속도가 아주 느리게 다가올 수 있겠다. 감독이 이야기하는 바,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도 없는 곳’은 오늘(31일) 개봉됐다. 러닝타임은 82분. 15세이상관람가.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