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물' 여진구, 온 우주가 확신하는 올라운드 배우 [인터뷰]
- 입력 2021. 04.17. 08:00:00
- [더셀럽 김희서 기자] 배우 여진구가 ‘인생캐’를 경신했다. ‘괴물’을 통해 연기의 확신을 갖게 됐다는 여진구다.
여진구
지난 10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괴물’(극본 김수진, 연출 심나연)은 만양에서 펼쳐지는 괴물 같은 두 남자의 심리 추적 스릴러. 여진구는 갑자기 발령받고 내려온 만양 파출소에서 21년 전 만양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이동식(신하균)과 고군분투하는 경위 한주원 역으로 분했다.
1회 시청률 4.5%(유료가구 기준/닐슨코리아 제공)로 출발한 ‘괴물’의 시청률 추이는 반전의 연속이었다. 주로 특정 매니아 층에 국한된다는 장르물은 시청률 상승세를 달고 가기엔 늘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물’은 극의 1, 2부로 전환되는 8회에서 5%대 진입, 마지막 회 시청률은 6.0%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막을 내렸다. 특히 인물들의 치밀한 심리묘사와 예측불가 전개,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로 꾸준히 입소문을 탄 ‘괴물’은 ‘용두용미’. ‘웰메이드 심리 스릴러물’, ‘인생작’ 등의 수식어까지 생기며 호평을 얻었다.
“캐릭터보고 대본 리딩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마지막까지 잘 마쳤다. 매 작품마다 이렇게 맞이하는 시간이지만 항상 시원섭섭하면서 아쉽다. 그래도 많은 분들에게 큰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행복했고 많은 애정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많은 분들의 인생작으로 뽑아주실 만큼 좋은 작품을 만나 행운이다. 저에게도 굉장히 잊지 못할 작품이 됐다. 또 얼른 차기작으로 많은 분들께 인사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극 중 차기 경찰청장 한기환(최진호)의 아들이기도 한 한주원은 모두의 부러움을 산 금수저 엘리트 경찰이지만 정작 본인은 덤덤하고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불편해한다. 한주원은 정의 실현을 위해서라면 아버지의 치부까지도 거침없이 밝혀내는, 정의감에 불타는 인물이지만 극도로 개인주의자이며 만양 파출소 사람들과도 선을 긋는다.
“보시는 분들은 후반부에 주원이의 어릴 적 모습도 나와서 몰입이 됐겠지만 처음부터 저는 주원이의 상처를 알고 있어서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만나보지도 않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르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본인이 구분을 지어놓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만양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그런 인물이라 생각했다. 엘리트 경찰이니까 늘 경쟁을 느끼는 사람이었을 거고 만양에 와서 처음으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을 느껴봤을 거다. ‘왜 날 궁금해 하고 나에 대해 신경쓰지? 내가 뭐라고’라고 말할 것 같은. 약간 좀 사회적인 성격이 아닌 혼자 있는 스타일이 강해서 그런 면을 살리고 싶었다. 남들에 대해 자신을 설명하고 다른 사람을 알려고 하지 않아서 비호감을 살 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고 그런 점이 초반부 주원이에게 소중한 포인트가 아닐까 했다. 앞으로 변하는 게 중요했던 사람이니까 정말 재미있게 연기한 캐릭터다. 그런 면에서 제가 이제까지 연기해본 적이 없는 인물이라 호기심이 생겼다.”
익히 ‘괴물’은 소위 ‘연기괴물’이라 불리는 신하균과 여진구 두 배우의 만남만으로도 큰 기대를 모았다. 어딘가 의뭉스럽고 광기어린 미소를 지었다가 이성을 잃은 듯한 분노 등 감정의 기복을 넘나드는 이동식으로 열연을 펼친 신하균 앞에서 여진구는 물러섬 없었다. ‘연기신’ 신하균의 상대역을 맡는 것에 부담감은 없었는지에 대해 여진구는 오히려 기대감이 더 컸다고. 그런 그의 자신감과 기대감 덕분인지 여진구 또한 끊임없이 이동식을 의심하고 몰아세우고 대립하는 한주원으로 완벽히 녹아들었다. 초반부터 안방극장을 압도한 신하균과 여진구의 시너지는 극의 절정으로 휘몰아칠수록 200%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부담감은 없었고 오히려 기대감이 컸다. 하균 선배님이 이동식 캐릭터를 어떻게 그릴지 궁금했고 그 작품에 저도 같이 호흡하고 싶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나 감탄스러운 연기를 직접 눈을 봤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강의를 듣는 기분었다. 그래서 매 현장이 감사했고 끊임없는 자유를 주셔서 감사했다. 한주원이라는 역할을 만들고 연기하는데 있어서도 선배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신하균 선배님이 그려내는 이동식을 보면서 저도 한주원을 만들어갔는데 많은 도움을 받아서 감사드리고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다.”
‘괴물’에서 진짜 괴물을 잡기 위해 스스로 자처해 괴물의 탈을 쓰기도 한 한주원은 수많은 감정들을 느끼고 상황을 감내해야했던 인물이다. 초반에는 세상과 스스로 단절한 채 혼자만의 길을 걸어갔다면 중, 후반부에는 동식과 지내면서 어느덧 경계심을 풀고 점차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여진구에게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정서와 겪어보지 않은 내면의 상처들을 표현해내는 것이 숙제였다. 그는 주원이 성장을 통해 변화하는 인물로 보고 그 흔들림의 경계를 놓치지 않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너무 힘든 감정들이다 보니 모진 말을 뱉고 듣고 상처받고 입히고 입고하는 과정이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대본을 보고 현장에서 선배님들과 연기하다보면 몰입돼서 저도 모르게 더 표현했던 것 같다. 변화가 있다고 해서 갑자기 주원이가 살가워졌다하거나 그런 건 조심하려고 했다. 주원이가 아무리 변화를 맞이해도 초반부와 많이 다르다. 다른 사람같다는 느낌보다 ‘이 사람이 변화가 있구나. 주원이가 변화를 맞이했네’ 정도의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초반부의 주원이와 다른 듯 닮은 주원이의 모습을 잘 섞고 싶었다. 작품 속에서 동식이와 주원이도 결국 범죄에 속해있는 게 아닌가. 저희 포스터에 나와 있듯이 ‘괴물은 누구인가. 너인가. 나인가. 우리인가’라는 그 물음의 화두가 배우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었고 큰 중점이 었다.”
‘괴물’의 인기 요인에 대해 여진구는 단연코 배우들과 제작진의 완벽한 시너지를 언급했다. 그의 대답에 반박할 여지가 있을까. ‘괴물’은 사건의 배경으로 쓰인 문주시 만양읍이라는 현실적인 세계관부터 만양의 음침하고 그로테스크적인 분위기를 잘 살린 OST, 장소, 연출 그리고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조합에 시청자들도 응답했다.
“현장에서 선배님들과 연기하는 게 재밌었다. 다들 저와 연기를 대하는 생각이 비슷했다. 다들 고심하면서 그 역할로 충분히 몰입하고 완벽해서 언제든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너무나 재미있었고 믿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저희 드라마 분위기도 한 몫 한 것 같다. 만양 장소나 배우들의 열연도 있지만 감독님의 연출도 세련됐고 음악도 너무 좋았다. 한주원에 감정 몰입하는데 음악들도 굉장한 도움을 받았다. 다들 보시기에 하나하나 조합이 좋지 않았나. 그래서 많은 분들이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함께 했다는 사실 만으로 너무 행복하고 특별했다.”
‘괴물’의 16회 마지막 엔딩도 화제가 됐다. 신하균과 여진구의 내레이션을 통해 ‘괴물’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한 번 더 전하며 마지막까지 뭉클한 여운을 남겼다. 이에 사건 해결을 끝낸 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실종자 찾는데 힘쓰기로 한 한주원의 결말처럼 여진구도 실종자 사건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고.
“갑자기 얼핏 지나갔던 실종 현수막 전단지가 떠올랐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실종자 가족 분들의 아픔이 있었다. 그동안은 왜 신경 쓰지 못했나 생각도 들고 왜 전에는 공감하지 못했을까. 왜 이제 와서 신경이 쓰이고 좀 더 안타까울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죄송스럽기도 하고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한주원이란 인물은 늘 완벽함을 추구하는 아버지 앞에서 완벽해야했다. 차기 경찰청장인 아버지가 휘두르는 권력에 반항심이 있었고 그런 아버지가 20여 년간 숨겨온 사건의 진실을 직접 마주하고 원망하면서도 가해자의 가족으로서 피해자의 가족인 동식을 그간 오해한 일에 대해 자책하는 등 수많은 감정소모를 겪은 인물이었다. 한주원으로 깊이 몰입해 있다가 작품이 끝나고 빠져나올 때의 피로감이나 여운이 오래가진 않았을까. 여진구는 오히려 캐릭터에 몰입할수록 더욱 본인의 모습과의 경계를 명확히 두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선배님들한테 자주들은 조언이고 저도 신경쓰는 게 몰입인데 얼 만큼 제 삶과 접촉 시킬지를 고민했고 그것에 대한 답도 ‘괴물’을 통해 많이 얻었다. 몰입을 하면 할수록 저와 연기 캐릭터가 확실히 구분된다. ‘이 부분은 나와 다른 사람이고 이 부분은 나와 닮았지만 이건 여진구가 아니고 이 역할이다’라고 생각한다. 선이 생기려면 확실히 더 몰입을 해야겠더라. 그래서 지금은 역할에 원활히 빠져나온 상태고 캐릭터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 ‘괴물’ 촬영을 할 때는 주원이에 대한 여운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아역배우로 데뷔한 여진구는 어느새 16년차 배우가 됐다. 드라마 ‘왕이 된 남자’, ‘호텔 델루나’, 영화 ‘서부전선’, ‘대립군’, ‘1987’ 등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한 여진구는 아역에서 성인으로 정변한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배우다.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의 연기를 믿지 못했다고. 늘 마음 한 구석에 연기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었던 여진구에게 ‘괴물’은 확신을 준 선물같은 작품이다.
“제게 ‘괴물’은 전환점이었다. ‘드디어 돌았구나’라는 확신이 든 작품이다. 항상 ‘내가 지금 맞나. 확신을 얻은 건가. 내가 연기를 이렇게 해도 되나’라는 물음표가 들었는데 ‘괴물’로 인해서 부족하지만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조금 더 연기를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너무나 감사하고 이런 자세를 이번에 선배님들을 통해서 더욱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많은 걸 배웠고 좋은 칭찬을 들어서 제 연기 스타일에 약간은 믿음이 생겼다. 너무 좋은 작업이었다.”
‘괴물’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여진구는 하고 싶은 장르도 연기도 많다. 아직 도전해보지 않은 장르와 인물에 관심이 생긴다는 여진구.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색다른 모습으로 만날 여진구의 도전이 기대되는 바다.
“앞으로 비판을 받더라도 장르적인 도전을 하고 싶다. 장르에 제한 없는 올라운드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못해본 장르나 연기가 많아서 ‘괴물’을 예로 들자면 강진묵 같은 아주 무서운 범죄자 역도 해보고 싶고 박정제 같은 극의 연약함을 담당하는 역도 해보고 싶어서 멘탈이 약한 인물을 하고 싶다. 장르적으로는 다 격파하고 싶고 다 제 장르로 만들고 싶다.”
끝으로 여진구는 더 나아가 사람 여진구로서의 계획과 배우 여진구로서의 꿈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여진구는 약간의 연륜도 묻어나고 더 풍부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30대가 기대된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것도,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은 여진구의 연기 스펙트럼은 무궁무진할 예정이다.
“이제 작품 사이사이에 텀이 길어진 상황이 됐다. 사이사이에 인간으로서 제 삶도 채워나갈 시간이 주어진 것 같아서 좋기도 하면서 어떻게 채워가야 할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 30대 때에는 지금보다 더 즐기고 있었으면 좋겠다. 연기적인 아이디어도 샘솟고 제 나이또래친구, 후배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는, 선배님들에게 제가 받았듯이. 좋은 자극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면 좋겠다. 힘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제이너스 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