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허성태 "삼합 같은 매력…그리워지는 행복한 작품" [인터뷰]
입력 2021. 04.19. 12:26:26

허성태

[더셀럽 김희서 기자] 배우 허성태가 ‘괴물’을 시작으로 올해도 ‘열일’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종영한 JTBC ‘괴물’(극본 김수진, 연출 심나연)은 만양에서 펼쳐지는 괴물 같은 두 남자의 심리 추적 스릴러. 매 회 충격반전 엔딩을 남긴 ‘괴물’은 마지막 회 시청률 6.0%(유료가구 기준/닐슨코리아 제공)으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막을 내렸다.

‘괴물’에서는 이동식(신하균)과 한주원(여진구)를 필두로 만양 사건을 둘러싸고 각각의 비밀을 감추고 있는 주요 인물들이 등장했다. 특히 낯익은 배우들부터 낯설지만 ‘괴물’을 통해 확실한 존재감을 알린 배우들이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이 가운데 허성태는 문주 드림타운 개발 대책위원회 위원장이자 21년 전 이유연(문주연) 실종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한기환(최진호), 도해원(길해연)과 얽혀있는 이창진 역으로 분했다.

“최고의 대본과 연출력으로 만나 뵌 감독, 작가님 그리고 함께 호흡했던 모든 배우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덕분에 정말 편하게 원 없이 준비했던 연기를 다 쏟아 낼 수 있었고, 재밌게 연기했던 현장이었다. 진심으로 행복했다.”

‘괴물’은 인물 간의 치밀한 심리묘사부터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예측불가 전개로 매 회 짜릿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1, 2부에 나타난 강진묵(이규회)과 한기환의 실체부터 한 패로 보였던 도해원과 이창진 사이에서도 분열이 생기고 감추고 있던 추악한 진실들이 밝혀지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했다. 속도감있는 전개와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모습은 대본에서부터 생생하게 그려졌다고. 배우들이 출연 결심 계기에 입을 모아 대본의 힘을 언급한대로 허성태 역시 대본에 매혹됐다고 전했다.

“시청자분들과 마음이 같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4부까지 받아서 보았는데 ‘이걸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이신거지? 가능한 일인가? 도대체 범인은 누구인가? 이게 가능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면 작가님, 감독님의 능력이 어떻게 펼쳐질지 매우 기다려졌다.”

‘괴물’은 탄탄한 대본, 배우들의 연기력, 열정적인 제작진들의 삼박자 합이 잘 맞았기에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여기에 허성태는 섬세한 연출력과 감각적인 영상미로 주목받고 있는 심나연 감독과의 작업을 오래 전부터 기다려왔다고. 대본을 비롯해 제작진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 첫 미팅 만에 출연을 결심했다. 늘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는 허성태가 ‘괴물’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심나연 감독님을 JTBC 드라마 ‘하녀들’이라는 드라마에서 처음 뵀다. 그리고 이후 감독님의 입봉작 등을 보면서 계속 작품을 연출해 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눈에 보였다. 특히 개인적으로 대본과 작품성, 내 캐릭터의 매력, 연출력도 중요하지만 나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큰 편이다. 미팅 때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나 뵙고 다른 생각 할 이유가 없었다.”

극 중 캐릭터의 완성도를 통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와 제작진의 합이 얼마나 좋았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이창진의 캐릭터 해석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허성태는 제작진과의 소통도 소홀하지 않았다. 노어노문학을 전공한 허성태의 장점을 극대화해 제작진은 이창진이라는 인물을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에 허성태도 진지하면서도 웃음 코드를 잘 살릴 특유의 러시아어 대사를 함께 고민했다고.

“이창진이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설정은 감독님과 작가님의 사전미팅에서 이야기가 나왔다. 제가 대학에서 러시아어 전공인 것을 작가님께서 알고 계셨고 제안을 해주셔서 열심히 준비 해보겠다고 했다. 또한 한국에서 통, 번역을 하는 러시아 친구가 있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이창진을 연기하면서 최대한 밉지 않으면서 오버스럽지 않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러시아어 대사의 코믹적 요소 또는 도해원 의원과의 티카타카 연기 할 때는 작가님과 감독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창진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기꺼이 험한 일도 도맡아 하는 인물이다. 전국의 신도시 개발에 뛰어들어 작은 회사 진리건업을 JL건설로 성장시킨 만큼 그는 성공을 위해선 악착같이 모든지 해냈다. 그렇기 때문에 21년 전 사건 은폐를 돕고 문주개발에 집착, 도해원과 한기환을 돕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심의 끈읗 놓지 않았다. 결국 도해원과 한기환도 이창진에게는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도구에 불과했다. 이창진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구밀복검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 이중적인 면모부터 목표지향적인 모습을 위해 허성태는 이창진 그 자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창진은 그냥 목적 달성을 위해 직진하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창진의 진심은 목적(문주개발)에 대한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순간 그 진심을 생각하고 연기했다. 현재는 창진에게 문주개발이 지상 목표라고 할 수 있고, 20년 전에는 지화였을 것 같다. 내 목표는 오로지 ‘목표를 향해서만 간다는 자아의식을 가지고 그 호흡으로 연기하자’였다. 도해원, 한기환, 박정제도 목표지향적인 이창진에게 더 없이 중요하고, 또 다루기 쉬운 손에 익숙해져 버린 도구들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이유연의 사망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였고 그들을 옭아 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시청자분들이 혼란에 빠질 때쯤 어떻게 진짜 이창진을 드러내는 것이 재밌고, 흥미진진할 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괴물’에서는 매회 주옥같은 명장면들을 낳은 가운데 이창진 또한 마지막까지 반전카드를 쥐고 있었다. 이유연의 사건을 두고 도해원, 박정제(최대훈)와 대치하면서 털어놓은 이창진의 고백으로 사건이 새 국면을 맞게 되고 이동식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문주 경찰서장 정철문(정규수)을 살해, 강진묵에 자살도구 전달, 남상배(천호진) 살해한 진범이 이창진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이에 허성태는 스포방지를 위해 철저히 진범의 정체를 숨겨야했다.

“촬영한 모든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대본에 의미 있는 표현들이 많아 연기하는 순간들 모두 짜릿했다.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이 ‘네가 범인이지?, 범인 누구냐?’ 등 방송 초반부터 온라인 대화방이 질문으로 가득 찼다. 모르쇠로 일관하기 힘들었다. 어머니한테도 범인 이야기는 못 드렸다.”

2011년 SBS ‘기적의 오디션’ 참가 이후 늦깎이 배우로 데뷔한 허성태는 수십 편의 드라마와 영화 단역, 조연으로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채워갔다. 매 작품마다 색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허성태는 어느덧 데뷔 10년차 배우가 됐다. 그만의 짙은 연기 색깔로 감초역을 빛내고 있는 허성태는 여전히 도전하고 싶은 장르, 배역이 무수하다. 특히 다양한 작품 속 악역으로 대중들을 만나온 만큼 언젠가는 정의로운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는 그다.

“정의로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 tvN ‘시그널’의 이재한(조진웅)이나 영화 ‘남한산성’ 속 이시백 장군(박희순)같은 가슴 뜨거운 정의로움을 연기하고 싶다.”

‘괴물’은 매니아 층이 강한 장르물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인생작, 웰메이드 드라마, 용두용미’라는 호평을 얻었다. ‘괴물’은 허성태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허성태는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 행복한 작업이었다고 답했다.

“‘괴물’은 계속 궁금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가님의 필력과 감독님의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 바로 삼합 같은 매력이다. 홍어삼합은 처음 먹기 힘들지만 그 맛에 빠져 버리면 끊을 수가 없다. 다소 무거운 내용의 구린내(?)가 나지만 나중에는 그게 그리워지는 드라마다. 저에게 ‘괴물’은 행복하게 좋은 사람들과 연기만 생각하면서 작업했던 행복한 작품. 물론 그러했던 다른 작품들도 많지만 어떻게 달리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냥 말 그대로다.”

‘괴물’ 속 이창진과의 작별은 아쉽지만 올해에도 배우 허성태를 만날 수 있는 여러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을 시작으로 영화 ‘소년들’, 마지막‘괴물’ 까지 모두 일부러 살을 찌운 상태에서 촬영했다. 원래 체중이었던 75kg에서 90kg까지 15kg가량 증량을 해서 촬영을 시작했다. 같은 시간 다른 작품들도 촬영을 했기에 ‘연결’을 생각해서 일 년 동안 큰 몸집으로 살았다. 비대한 몸으로 생활 했기에 힘들었고 이제 한 달 동안 살을 빼고 휴식 후에 차기작 준비를 할 예정이다.”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JTBC스튜디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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