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몰라요’ 이유미,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인터뷰]
입력 2021. 04.19. 15:09:29

'어른들은 몰라요' 이유미 인터뷰

[더셀럽 전예슬 기자] 천의 얼굴이다. 눈치 없이 해맑은 모습부터 공허한 눈빛까지 섬세히 담아냈다. ‘박화영’에 이어 ‘어른들은 몰라요’ 세진 역에 완벽하게 스며든 배우 이유미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감독 이환)에서 세진 역으로 열연한 이유미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유미는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만이 가진 특유의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발산했다. 이 에너지는 상대 배우인 안희연(하니)과도 주고받았다고 한다.

“희연이에게 많은 에너지를 받았어요. 서로 연기하는 경우, 눈을 보면서 힘을 얻었죠. 모든 배우들에게도 (에너지를) 얻었지만 (안희연과는) 워크숍 때부터 친해진 것도 있고, 편한 것도 있어서 그런지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안정됐어요. 또 서로 소통하면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응원으로 다가왔어요. ‘언니가 나를 믿고 있구나, 겁 없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배우가 됐구나’란 느낌이 들어 ‘나도 열심히 해야지’란 생각이 들었죠. 서로 응원하고, 믿어줬던 것 같아요.”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난 2018년 개봉해 논란과 호평을 동시에 얻었던 ‘박화영’의 확장된 유니버스를 담았다.



“‘박화영’에서 나온 세진은 어려웠지만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가가기 쉬웠어요. ‘어른들은 몰라요’ 세진은 차지하는 비중이 컸고, 이야기도 깊었죠. (세진을) 처음 봤을 때 쉽게 들어갈 수 없었어요.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소통했죠. 계속 물어보면서 찾아가고, 만들어가고, 구체화했어요. 감독님에게 ‘세진은 왜 그런 거예요?’라고 물어보니 ‘그 나이여서 그래’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나이가 아니어서 그런지 고민이 됐죠. 그러면서 제목을 생각했어요. ‘내가 어른이라 그런 건가? 나도 모르게 언제 어른이 됐지?’라고 생각했고, 이 인물이 궁금해졌죠. 모르니까 알고 싶어졌어요. 저도 모르게 하나하나씩 질문하면서 빠져들었고, 자연스럽게 세진이가 제가 될 수 있게끔 했어요. 감독님께서도 ‘박화영’의 세진 캐릭터만 ‘어른들은 몰라요’로 가져오자고 하셨어요. (이야기가)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인물의 이미지나 특징들만 가져오자고 말씀해주셨죠.”

영화는 10대들의 대화체를 엿볼 수 있다. ‘뀨’로만 대화하는 등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어떻게 표현하려 노력했을까.

“사실 ‘뀨’는 시나리오를 보고 제일 놀란 장면이에요. 하하. 감독님에게 ‘뀨’로 대화한 적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죠.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연기하는데) 오글거리고 미치겠더라고요. 감독님은 ‘뀨’라는 단어를 어디선가 들어봤다고 하시더라고요. 대화까지 할 수 있고, 세진이의 캐릭터를 꽂히게 만들어주는 거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외에도 세진이가 웃는 소리인 ‘크흡’ ‘흐흐흡’도 대본에 써져있었어요. ‘조금’도 ‘쬐끔’이라고 쓰여 있었죠. 세진이의 말투들이 명확하게 잡혀있는 상태라 저는 잘 따라갔을 뿐이에요. 그렇게 세진이에게 다가갔죠.”

2009년 CF로 연예계에 발을 내딛은 이유미는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쌓아갔다. 어린 시절부터 일찍이 사회를 경험했기에 스스로 정해 놓은 제약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제약들을 세진을 만나면서 하나씩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저는 10대 때 엑스트라부터 보조출연, 단역, 홈쇼핑, 광고 등 촬영을 많이 다녔어요. 그래서 학교에 교복을 입고 간 적이 사실상 많지 않았죠. 그러다보니 학창시절의 추억이 많이 없어요.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졸업하다보니 학창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사라졌죠. 10대 때부터 사회생활을 열심히 했어요. 어른들을 많이 만났죠. 그래서 세진이와 저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저는 그 사회에 바른 느낌으로 갔다면 세진이는 사회와 상황에 물든 느낌이 들었죠. 스스로에게 제약을 많이 주는 저라면, 세진이는 너무 자유로워 보였어요. 세진에게 다가가는 것들이 저의 제약을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제 자신을 깨는 느낌을 받았죠. 예를 들면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안 읽을 수도 있는데 저는 끝가지 봐야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야만 할 것 같았거든요. 사소한 것들, 별 거 아닌 것들에 제약을 뒀는데 세진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됐어요. 거기서 오는 소소한 해방감이 좋더라고요. 그 전에는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불완전한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됐어요.”

‘어른들은 몰라요’는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세진을 연기하면서 이유미가 느낀 ‘좋은 어른’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세진이 주변에 내가 어른으로 있었다면 어떤 어른이었을까?’하는 고민을 했어요. ‘세진이가 바라보는 나는 어떤 어른일까’라고 생각해봤는데 영화 속에 나오는 좋은 어른, 나쁜 어른으로 저를 정할 수 없겠더라고요. 뭐가 맞는 어른인지, 지금까지 나는 어떤 어른이었는지 고민하게 됐죠. 어떤 정의를 내리지 못했어요. ‘내가 어떤 어른인지 모르니까 어떻게 살아야하는 거지?’란 고민이 됐죠. 해답은 평생 안 날 것 같아요. 어떤 어른이 되어야할까 고민하는 게 저한텐 해답이죠. 그런 고민을 계속 해나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어른에 가깝게 가는 길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유미는 이러한 고민을 관객들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스스로 질문을 던진 것처럼 관객들도 그런 질문을 스스로 해봤으면 해요. 관객분들도 성장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으면 하죠.”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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