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최대훈 "연기할 수 있음에 감사…작품은 늘 소중" [인터뷰]
입력 2021. 04.21. 09:53:53

최대훈

[더셀럽 김희서 기자] 배우 최대훈이 또하나의 도전을 마쳤다. '괴물' 출연진의 일원이 된 것만으로도 행복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는 최대훈은 비로소 빛을 발했다.

지난 10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괴물’(극본 김수진, 연출 심나연)은 만양에서 펼쳐지는 괴물 같은 두 남자의 심리 추적 스릴러. 극중 최대훈은 이동식(신하균)의 초중고 동창이자 문주시의원 도해원(길해연)의 아들 박정제 역으로 분했다. 박정제는 21년 전 이유연 사건의 진실을 회피하고 유독 이동식에게 애착을 갖고 있지만 어머니인 도해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콤플렉스를 지닌 인물이다.

최종회에서 시청률 6.0%(유료가구 기준/닐슨코리아 제공)로 자체 신기록을 세운 ‘괴물’은 꾸준히 드라마 팬 층을 확보하며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심리추적스릴러극은 익히 마니아 장르라는 편견에다 장르물 특성상 초반의 긴장감과 흥미를 극 말미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막바지에 어영부영 끝내 소위 ‘용두사미’ 결말로 허무함을 선사한 작품들을 다수 만난 전적이 있다. 그만큼 장르물은 탄탄한 스토리와 스릴감 있는 연출로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가야한다는 부담을 안고 가야했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동행한 ‘괴물’은 충격 엔딩과 복선, 치밀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 예측불가 전개 등으로 매회 시청자들에 추리력을 요했다. 그 결과 ‘괴물’은 모두가 만족한, 후련하게 끝맺으며 ‘용두용미 결말’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사무치게 그립다. 보내고 싶지 않다. 너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겸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배우가 작품을 끝내고 ‘충분하다, 만족한다’고 할까.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을 정도로 아쉽다. 숫자로 표기한다면 5점 만점에 1, 2점? 다들 열심히 심혈을 기울여서 좋은 결과, 평가를 받고 싶었다, ‘괴물’이 너무 좋은 작품이었기에.”

‘괴물’에서 박정제는 실종된 동생 이유연을 찾기 위해 때로는 광기어린 분노를 표출하는 이동식과 끊임없이 그를 의심하고 몰아세우며 아버지 한기환을 무너뜨리기 위해 분투하는 한주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계진출, 문주시를 독차지하겠다는 야망을 가진 도해원 사이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못한 채 21년 전 사건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가장 연약한 존재였다. 최대훈은 엄마의 잘못된 보호방식과 주변인들의 영향을 받고 자란 박정제의 주변을 먼저 주의 깊게 살피며 접근했다.

“주변 인물들의 상황을 습득했다. 먼저 조사하고 느껴보려고 애쓰고 상대 배우들의 감정선을 먼저 봤다. 그 다음에 정제에 대해 천천히 회고하기 시작했다. 많이 주변에서 찾아보려고 했었다. 상대 배우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매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괴물’은 저마다의 아픔과 상처, 사연을 지닌 인물들의 깊은 사연을 하나둘씩 풀어갔다. 강진묵(이규회)이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한 시점부터 실종자 유족이지만 동시에 용의선상에 오른 이동식, 완벽주의에 개인주의를 추구한 한주원의 불우한 가정사, 또 다른 실종 피해자의 가족이었던 유재이(최성은), 결정적으로 이유연을 죽음으로 내몬 진범으로 오해해 죄책감에 시달린 박정제 등 예측 불가한 인물들의 서사와 전개는 극의 몰입도에 불을 지폈다. 이는 배우들조차도 반전을 다 알지 못한 채 촬영에 임한 덕분이라고. 어느 정도의 비밀을 감추고 있을지라도 최대훈은 이를 의식하지 않은 채 순간순간에 집중했다.

“저도 다 알지 못했다. 작가님, 감독님과 첫 미팅을 하면서 극에 대한 소개를 받으면서 진행하던 중 ‘정제는 모르는 게 더 좋겠다’라고 해서 전체적인 큰 선만 알고 결말도 그때 당시에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심지어 진묵의 죽음도 안 알려주시려고 했다. 그게 저에게 더 도움이 됐다고 판단 하에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비밀을 많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감독님과 작업할 때도 알아도 너무 의식하지, 의도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특별히 숨기기 위해 신경 쓴 건 없었다.”

유일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고 함께 있으면 숨통이 트였던 이동식은 박정제에게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의 결백함을 입증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알리바이 증인으로 나설 정도로. 기자간담회 당시에도 최대훈은 박정제에게 이동식은 짝사랑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정제는 동식이 아니었다면 세상과 대화하고, 세상에 나오는 법을 모르고 생을 마감하지 않았을까. 원래 작은 것이 누군가에게 커다란 힘이 될 수도 있고 상처도 될 수 있지 않나. 동식의 터치 하나로 인해 그래도 정제가 괜찮은 정상범위에 속하는 인물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이 의지했을 거다.”

극중 어머니였던 길해연과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이동식에 강한 애착을 가짐과 동시에 박정제는 도해원과 불안한 모자관계였다.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애정결핍과 강압적이고 숨 막혀도 평생을 그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만큼 벗어나지도 도망칠 수도 없는 박정제는 한없이 여리고 미숙한 존재로 나타났다.

“실제로 정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서 엄마를 향한 감정선이 명확해지는 건 사고시점에서부터라고 생각한다. 준비되지 못한 모성애로 인해 정제가 사슴소리 환청에 시달린다는 점도 무시 못 할 거라 생각한다. 정네는 길들여져서 종을 울리면 밥을 먹으러 가게 되는 것처럼 엄마에게 벗어나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기 싫은데 몸이 기억해버리는.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런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엄마를 믿기도 하고 원망스러운데 결정적일 때는 어쨌든 내 엄마니까. 길해연 선생님과의 호흡은 처음이었는데 첫 자리에서 매듭이 잘 묶여졌던 것 같다. 바로 마음을 열어주신 걸 피부로 느꼈고 ‘제가 이렇게 저렇게 하고 싶다’고 말하면 다 잘 받아주셨다.”

‘괴물’에서 박정제는 첫 등장부터 불안한 눈빛을 가진 인물이었다. 극이 절정에 다다를수록 겉으로는 아무 걱정이 없어보였으나 어딘가 의뭉스러운 분위기를 풍긴 박정제의 불안감과 초조함은 고조됐다. 21년 전 이유연의 사건의 실마리가 드러나면서 친구인 동식을 용의자로 의심하는가하면 머릿속에 조작된 기억을 두고 괴로워하는 박정제를 최대훈은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과거 내성적이었던 모습에서 박정제를 찾아가기도 했다.

“제가 예전에는 말끝을 흐리기도 하고 흔히 맥아리가 없는 목소리다. 밑 빠지는 목소리를 실제로 갖고 있었다. 발음도 굉장히 부정확하고 말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런 목소리 화술은 가져와서 썼던 것 같다. 다른 점은 저도 그렇게 산지는 10년도 안 된 것 같은데 예전에 저는 정제처럼 피했다. 무언가 난관이나 벽에 부딪혔을 때 정제는 정제 잘못이 아닌 것 같은데 많이 피한다고 느꼈다. 그런데 지금에 저는 무언가 난관이 있으면 인정하고 ‘그래 다시 하지말자’라 며 해결하려하고 피드백을 듣는다. 정제보다는 세상을 덤덤히 대하게 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

‘괴물’은 만양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중심에 놓인 각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치밀하게 그려내면서도 속도감 있는 전개로 한 시도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 이에 최대훈은 단연코 심나연 감독의 리더십을 치켜세웠다. 심 감독의 남다른 연출 감각과 배우들을 믿고 맡긴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한 덕에 배우들도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다고. 특히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자 사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최대훈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감이 컸다고. 그럼에도 심 감독의 믿음 덕분에 마음 놓고 열연을 펼쳤다고.

“부담이 컸다. 촬영하면서 연기 방향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는데 못 물어봤다. ‘이야기 해줄 때 해주겠지’하고 기다렸다가 3회 차 정도에 제가 ‘이렇게 연기하면 될까. 말씀해 달라’라고 말했더니 감독님 반응은 ‘네 잘하고 있어요’라며 믿어주셨다. 살다보면 어릴 때는 믿어주면 좋겠다 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차면서 누군가 날 믿어준다는 게 더 힘든 일이더라. 차라리 다시 하라고 채찍질하고 막내 후배처럼 선생님처럼 해줄 때가 행복한 것 같다. 믿어주면 그만큼 능동적으로 알아서 해내야하니까 그 일이 참 어려운 것 같다. 심나연 감독님의 전술은 배우가 갖고 있는 것을 어떻게든 잘 끄집어내서 접목시키는 걸 잘하시는 분이다. 그렇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들을 본인이 잘 알고 있고 젊은 취향을 잘 알고 있고 또 그것을 융합하는 것도 잘 알고 있으시다. 방송 시작되고 나서 배우들끼리 촬영하려고 모였을 때 대본을 읽은 것만큼 그보다 더 좋은 쪽으로 발현되는 게 쉽지 않은데 저희 작품은 대본도 좋았지만 연출과 모든 스태프들의 역량도 뛰어났다. 실제로 방송을 보고 모든 배우들이 감탄했다. 대본도 재밌는데 방송도 재밌었다고.”

탄탄한 대본, 훌륭한 연출, 배우들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 등 완벽히 떨어진 삼박자임을 증명하듯 ‘괴물’은 종영 후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을 얻었다.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등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이 가운데 최대훈은 TV부문 남자 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오랜 무명생활과 좋은 작품을 만나기까지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하는 배우로서의 숙명을 알았던 그이기에 최대훈은 감격스러운 심경을 밝혔다.

“‘괴물’에 참여하는 것도 꿈만 같았는데 노미네이트 됐다는 소식도 꿈만 같았다. 믿기지가 않는다. 제가 저희 딸을 처음 만났을 때 안고 있으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는데 지금이 그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후보에 굉장히 쟁쟁하신 분들이 많아서 계속 ‘제가요?’라고 되물었던 것 같다. 너무 꿈만 같은 일이다. 정제를 저에게 맡겨주신 감독님, 작가님, 그 외 ‘괴물’을 탄생시킨 제작진 여러분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지인들 중에 아직 알려지지 않는, 기다리는 배우들도 많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배우도 많다. 그만큼 기회를 얻는 게 어려운 일이고 행운인 일이다. 항상 드라마를 보면 배우들은 ‘나도 할 수 있는데, 정말 잘 할 수 있는데’라고 하고 저도 그랬다. 그 기회를 잡는게 하늘의 별따기인데 그런 행운을 얻어서 감사하다. 가족들도 좋아하고 제가 많이 의지하고 신뢰했던 연출자 분께서도 잘보고 있다는 연락을 받아서 살맛나고 행복하다. 다음이 오는 게 두려울 정도로 너무 좋다.”

‘괴물’의 또 다른 매력을 꼽는다면 다각도로 극을 이끌어간 이른바 배우들을 보는 맛이었다. 배우들의 재발견 혹은 재발굴이랄까. 신하균과 여진구를 필두로 최성은, 천호진, 최진호, 길해연, 허성태, 김신록, 이규회, 박지훈 등 주,조연 나눌 것 없이 만양 내 벌어지는 사건의 중심에 선 모든 인물들의 존재감은 강력했다. 특히 ‘괴물’ 제작발표회 당시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인 심나연 감독은 최대훈의 연기변신을 강조했다. 드라마,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 무대에서 활약해오며 익히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그의 합류는 신의 한수였다. 오랫동안 연극계에 머문 최대훈은 연극배우들의 드라마 진출 흐름을 누구보다 반가워했다.

“너무 좋고 연극과는 다른 매체의 작품을 제작하시는 분들이 선택해주시는 분위기는 너무 감사드리고 환영한다. 사실 저 조차도 드라마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예전에 저한테 TV에 나오는 사람은 잘생기고 꿀 성대를 가진 사람들만 하는 장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양성을 갖게 되고 희소성을 찾기도 하고 새로운, 날것의 익숙하지 않음을 봐주시는 환경이 된 것 같아서 너무 좋다.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배우들이 많다. 보석 같은 배우들이 너무 많은데 계속해서 새로운 배우들이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너무 기분 좋은 일이다.”

‘괴물’은 나름대로 해피엔딩을 맞았다. 죗값을 받아야할 사람들은 마땅한 죄를 받고 이동식과 한주원은 각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경찰로서의 삶을 이어갔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는 실종자 가족 신고 안내 방법을 전하는 신하균, 여진구의 내레이션이 삽입돼 뭉클한 여운을 남겼다. ‘괴물’을 통해 최대훈은 배우로서 사명감을 느꼈다고.

“잘 마무리 지어졌다고 생각한다. 마무리가 정말 힘들다고 생각한다. 어떤 작품은 흐지부지 되기도 하는데 마무리가 잘 지어진 것 같고 마지막 메시지도 잘 전달돼서 좋았던 것 같다. 어제 ‘이 드라마가 다 좋다고 생각한 점이 버스타고 지나가는데 실종자 찾는 현수막이 애틋하고 가깝게 느껴진다’라는 댓글을 봤다. 드라마 하나를 본다고 해서 무언가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시청자 한 명이라도 시야를 바꿀 수 있다는 반응을 듣고 나니 일하는 보람을 느꼈다. ‘괴물’ 팀에 속한 한 구성원으로서 주변 사람을 둘러보는 계기가 되고 재미를 떠나서 느끼는 점이 생긴 것에 굉장한 뿌듯했다. 잘해야겠다.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tvN ‘사랑의 불시착’, ‘악의 꽃’,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 드라마에서 활약을 펼친 최대훈은 JTBC ‘괴물’을 통해 확실한 그만의 연기 색깔을 드러냈다. 이전 작품이 떠올리지 않을 만큼 매번 변신을 거듭하고 싶다는 최대훈은 여전히 연기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다. 오랜 무명 생활을 견딘 끝에 빛을 발한 최대훈은 이제 어디서든 ‘또 보고싶은 배우’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의 주목에 들뜨지 않으려 했다. 최대훈의 단단한 평점심이 매 작품마다 진심을 다하게 만들었다고. 2021년에도 연기 활동에 박차를 가할 최대훈의 행보에 기대가 몽진다.

“‘걔가 걔였어? 너가 너였어?’ 작품마다 달라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너무 행복하다. 제가 볼 땐 비슷하게 보여서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데 그런 말씀주시면 너무 감사하다. 스펙트럼이 넓고 공기를 바꿀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작품을 할 때 늘 소중하게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임하는 자세, 그 마음을 찾아주시고 불러주시는 분들이 알아주시는 게 아닐까. 마냥 운이라 할 순 없겠지만 감사한 마음이다. 그렇지 못하다가 최근에 그러니까 언제 끝날지 두렵기도 하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려고 한다. 아직 제가 가야할 길이 멀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뭐든 잘 소화시키려고 노력하는 건 지금도 여전히 똑같다.”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스팩토리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