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물' 심나연 "작품 속 메시지 전하는 일…작은 움직임 아닐까" [인터뷰]
- 입력 2021. 04.23. 08:00:00
- [더셀럽 김희서 기자]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과 사회적 책임감을 가진 심나연 감독이 ‘괴물’을 무사히 마쳤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심나연 감독
심나연 감독은 더셀럽과 화상인터뷰를 통해 지난 10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괴물’(극본 김수진, 연출 심나연)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괴물’은 만양에서 펼쳐지는 괴물 같은 두 남자의 심리 추적 스릴러 드라마.
첫 회 4.5%(유료가구기준/닐슨코리아 제공)으로 출발한 ‘괴물’은 마지막 회 시청률 6.0%로 자체 신기록을 경신하며 무사히 막을 내렸다. 지상파, 케이블 드라마를 막론하고 꾸준한 화제성과 시청률 상승세를 얻기가 쉽지 않은 요즘 ‘괴물’은 꽤나 반전의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오후 11시 편성으로 다소 늦은 시간대임에다 장르물이라는 편견 속에서도 ‘괴물’은 탄탄한 드라마 팬 층을 확보했다. 종영 이후에도 ‘인생작’, ‘간만에 본 수작’, ‘용두용미 결말’ 등 값진 호평을 얻으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너무 다행이라 생각이 든다. 홀가분하고 계속 회자되니까 벅차다. 저는 너무 감사하고 제가 과분한 결과를 얻은 것 같다. 저는 둘째 치고 저희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집중했다. 이런 결과를 줄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만족을 넘어서 너무 감사하다. 연출 공부를 더 해야겠고 잘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앞서 ‘괴물’ 출연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배우들이 모두 입을 모아 대본을 극찬했다. 심나연 감독 역시도 ‘괴물’의 대본에 마음이 끌렸다고. 연출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괴물’은 단순히 흥미로운 작품 이상의 무언가 있었다. 만양과 이동식(신하균), 한주원(여진구) 등이 대본에서 드라마로 옮겨진 모습을 상상하며 자연스럽게 도전정신을 불러일으켰다. ‘괴물’에는 각각의 인물들의 사연이 등장한 가운데 심 감독은 동식의 사연에 먼저 집중했다.
“재밌었다. 어쨌든 직관적으로 볼 때 재밌는 대본이 연출에 흥미를 갖게 한다. 작가님이 잘 써놓으셔서 많은 수정이 필요 없었고 배우들도 똑같은 생각이었을 거다. 한 권의 소설책을 읽듯이 잘 그려져서 너무 연출하고 싶었다. ‘괴물’을 처음 봤을 때 그 안에 나오는 인물들이 비정상이면서도 모여서사는 ‘괴물’의 집합체로 받아들여졌다. 처음에는 동식이만 괴물로 느낄 수 있는데 뒤로 갈수록 그가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고 주변의 괴물이 동식이를 20년 동안 망가트린 의미로 느껴졌다. 작품을 마친 후에 어떤 인물보다 만양이란 공간 자체가 괴물이지 않았나 라고 생각했다.”
‘괴물’은 신하균과 여진구의 조합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괴물을 잡기 위해 이동식, 한주원 은 사투를 벌이면서도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며 마침내 공조를 이뤄냈다. ‘괴물’을 통해 신하균과 여진구는 새로운 ‘인생캐’를 경신했다. 신하균과 여진구가 아닌 이동식과 한주원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캐스팅이었다.
“신하균 선배는 누구보다 동식과 잘 어울렸다. 이 사람이 해줘야 슬픈 웃음, 그로테스크한 웃음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선배님의 굉장히 팬이기도 해서 작업을 해보고 싶어 제안을 드렸다. 다행히 대본을 재밌게 읽으셨다고 해서 캐스팅 하게 됐고 여진구 배우도 스릴러로 만나보면 매력이 있겠다고 생각하고 제안을 드렸는데 대본을 재밌게 봤다고 해서 대본 덕분에 캐스팅 됐다. 두 분에 대한 인성 칭찬이 많았는데 정말 훌륭한 인성, 선함이 공존하는 두 사람이다. 정말 존경스러웠다. 연기 내공이 있으시고 자기 것에 집중하는 집중도가 완벽해서 정말 두 사람에게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연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줘서 너무 좋았다.”
수갑을 채우고 동식과 주원이 서로 등을 맞댄 채 앉아있는 ‘괴물’의 데칼코마니를 연상케하는 포스터도 화제가 됐다. 공감대라고는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었지만 점점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포용하며 연민의 감정을 갖게 된 동식과 주원에 대한 의미를 담아 연출한 모습이다.
“서로 수갑을 채우고 취조실에 들어간 장면인데 같이 체포된다는 의미보다 서로가 서로의 안쓰러운 면으로 연결되고 하나의 삶으로 운명이 달라진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둘이 닮아가는 지점은 1회부터 8회까지는 주원이가 동식이를 의심하고 진범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동식에게 집착하며 대치된다면 9회부터는 두 배우가 동식이가 주원이게 틈을 열어주고 친절하게 안쓰럽게 보는 톤을 연기적으로 담아서 동감해 갔다. 서로의 안쓰러움을 표현하면서 마지막 회에서는 서로에게 죄지은 건 처벌받고 나중에 만나자며 마무리됐는데 굉장히 슬프게 표현하게 됐다.”
신하균과 여진구를 필두로 ‘괴물’에서는 낯익은 배우들부터 드라마에서는 초면인 배우들까지 다양한 감초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게다가 이들 중 누구 한 명이라도 ‘괴물’에 없어서는 안 될 대체 불가 존재감으로 극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는데 숨은 공신들이었다.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는 제작진의 노력은 시청자들에게도 이변 없이 통했다. 주, 조연 나눌 것 없이 ‘괴물’에서는 배우 모두가 빛났던, 배우 한 명 한 명마다의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미팅을 많이 했다. 신하균, 여진구 배우가 먼저 결정되고 나선 드라마에서 안 봤던 분들이 계셔도 두 주연배우들이 계셔서 조화로울 거라 생각했고 신하균, 여진구 배우한테도 그 외 주변 인물들은 그렇게 캐스팅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캐릭터에 잘 맞는 사람들이 해야 집중이 될 거라 상의를 드려서 많이 만나봤다. 이규회, 김신록 배우는 주변에 소개를 통해 만나게 됐고 최대훈 배우는 제가 워낙 좋아하는 분이라 제안을 뒀다. 다른 배우들도 많이 만나면서 그 역에 맞는 사람을 캐스팅 했다. ‘괴물’에는 유독 조연들의 역할도 굉장히 부각이 됐다. 허성태, 최진호, 길해연, 정규슈, 천호진 선배님들이 잘 잡아주셨다. 그런 배우들 보는 맛이 쏠쏠해서 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것 같다. 사실상 작가님이 만드신 서브 캐릭터들이 그 회마다 주연들이라 그런 부분이 신선하고 재밌어서 나중에 캐릭터들의 이름을 모두 외울 정도로, 덕분에 ‘괴물’만의 마니아층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괴물’은 치밀한 복선과 반전 엔딩 등 매회 놓칠 수 없는 장면들을 선사, 영화 못지않은 몰입도를 전하며 드라마를 보면서 이토록 연출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세밀한 연출기법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뿐만 아니라 실제 도시를 옮겨온 듯한 ‘문주시 만양읍’이라는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배경과 예측 불가 전개로 한 회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떡밥들의 향연으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미술적으로나 촬영적으로나 음악에도 스릴러적인 요소를 갖춰야하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준비하면서 ‘시그널’이나 ‘비밀의 숲’을 보면서 어떤 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분일지 파악하고 어떻게 ‘괴물’만의 특징을 잡을지 주목했다. 색감에 중점을 두고자 했다. ‘괴물’만이 나타낼 수 있는 파출소라든가 예를 들언 만양 정육점은 그로테스크한 건물을 찾아서 실제로 있는 건물 안에 지금 공존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을 연출하고 경찰서 취조실 같은 경우는 평소 드라마에 나오지 않았던 색감을 넣어서 판타지적 요소를 더했다. 리얼리티가 떨어져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는데 만양 안에만 존재하는 파출소, 정육점의 모습을 초반에 심어주니까 더 재미있게 느꼈던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스토리 라인은 작가님이 말씀하신대로 배우와 공유하고 각자 캐릭터가 어떻게 할 것인가 공유를 한 상태로 촬영했다. 작가님이 떡밥을 던져도 회수할 부분이 있고 혹여 회수하지 못한 부분도 가능성을 굉장히 많게 풀어놓으셨다. 또 배우 분들이 어느 정도 알고 연기를 하실 수 있도록 작가님이 배려해주셔서 대본이 다 안 나와도 맞춰가면서 작업할 수 있었다.”
최근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물 드라마가 활기를 띄고 있는 추세다. 대체로 범죄 사건을 다루는 만큼 드라마 안 일지라도 피해자를 향한 시선은 늘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미디어에서는 피해자인 여성에 초점을 맞춘다거나, 범죄 행위를 자극적이게 표현하는 등으로 도리어 비판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던 심 감독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연출에 임했다. 범죄사건보다는 사건에 둘러싸인 인물들에 초점을 뒀다고. 이 같은 제작진의 의도는 마지막 회 신하균과 여진구의 내레이션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전해졌다.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 같은 여자이기도 하고 ‘어디까지 보여주고 끝나는냐’에 대해서도 신경이 쓰였다. 연출하는 입장에선 더 보여주고 싶고 더 미장센 있게 만들고 싶었는데 마냥 그렇게 바라볼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작가님이 가져가는 사회적인 메시지도 살리려면 너무 잔인함과 오락적인 부분에만 치우지지 않아야한다는 책임이 있었고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게 저희 의무이기도 하고 엔터테이너의 요소도 살려야하는 작업이라 그 중간점을 찾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사건보다는 그 사건을 겪은 인물들, 사람들에게 집중하려고 했다. 결국은 실종자 법에 대한 언급도 있었고 작가님이 그런 애착이 가지고 시작하셨기 때문에 그 장면이 들어간다고 해서 이 작품의 취지가 벗어나지 않는데 생각하고 우리가 ‘괴물’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상기시켜주는 부분이 필요하다 느껴서 넣게 됐다. 작은 실수가 스스로를 괴물로 만들기 때문에 모두가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않고 ‘정말 내가 이기적인 괴물이 아닌가?’라고 생각해보는 메시지를 담으면 좋을 것 같았다.”
‘한여름의 추억’, ‘열여덟의 순간’, ‘괴물’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선보인 심나연 감독은 매 작품마다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뚜렷했다. 평소 사람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간다는 심나연 감독은 깊은 울림이 있는 작품이면서도 사회적 메시지를 잃고 싶지 않다고. 누군가 혹은 어떤 이들의 삶이 담긴 이야기인 만큼 꼭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전달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심나연 감독이다.
“이야기 시작이 재밌는 대본에 끌린다. 읽었을 때 그림이 그려지고 대본이 하고자 하는 정확한 메시지에 끌리는 것 같다. 제가 아직 대본을 많이 볼 수 있는 만큼의 수준에 올라오지 않았다 생각하는데 ‘괴물’의 대본을 보고 연출한 것은 행운이다. 저도 아직 신인이니까 앞으로 드라마를 봤을 때 사회적 메시지가 있다는 것을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너무 마이너하지 않는, 세상에 살아가면서 삶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드라마로 보여주고 싶다. 재미있고 대중성이 분명이 있는 작품이고 동시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지를 보는 게 제 스스로 이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작은 움직임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고르려고 노력했고 앞으로도 작품에 임할 때 사회적 책임을 갖고 하려고 한다.”
‘괴물’의 마지막 촬영을 끝냈을 때 기분은 어땠을까. 현장에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진두지휘해야했던 심나연 감독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최근 반 사전제작으로 진행되는 드라마 특성상 촬영 초반에는 작품의 반응을 알 수 없었던 만큼 배우, 제작진 모두 마음 졸이며 작업했지만 방영 후 입소문을 타면서 ‘괴물’팀은 후련한 분위기 속에서 끝마쳤다. 더불어 ‘괴물’은 심나연 감독에게도 선물같은 작품이 됐다.
“수고했다, 잘했다는 말밖에 안 나왔다. 너무 행복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배우들이 너무 힘을 얻으셨다. 드라마 팬 분들 덕분에 좋은 기사들도 나와서. 배우 분들이 10, 11회까지 촬영하고 방송했는데 반 사전제작이라 중간에 반응이 없는 상태로 촬영해서 불안감이 있었는데 너무 좋은 이야기를 들으니까 신하균, 진구 배우도 힘을 내서 했고 행복하고 즐겁다고 했다. ‘괴물’은 스스로 감독생활을 하면서 ‘내가 감독생활을 할 수 있을까? 재능이 있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 일을 계속 하라고 용기를 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