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와 당신의 이야기’, 빨간 우체통에 담긴 청춘 [씨네리뷰]
- 입력 2021. 04.28. 07:00:00
- [더셀럽 전예슬 기자] 마음을 ‘또닥또닥’ 눌러 담아 보낸 편지 한통. 그땐 몰랐던 일상에서의 작은 기적들이 모여 따스하게 물들인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가 전하는 이야기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강하늘 천우희
뚜렷한 꿈도, 목표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삼수생 영호(강하늘). 어느 날 초등학생 운동회 시절, 오랜 기억의 틈 속에 있던 소연을 떠올리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편지를 보낸다.
부산에서 엄마와 함께 헌책방을 운영하는 소희(천우희)는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소희는 아픈 언니를 대신해 답장을 보내고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찾아오지 않기” 등 규칙을 내세우며 편지를 이어간다.
호기심, 궁금증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편지는 어느새 잔잔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된다. 그리고 영호는 용기를 낸다. ‘비가 내리는 12월 31일에 만나자’라고.
이 영화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영호와 소희,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 낮은 약속을 한 그들이 써 내려가는 아날로그 감성 무비다.
스마트폰도, SNS도 없던 ‘그때 그 시절’ 정취를 담아낸 ‘비와 당신의 이야기’. 영호와 소희를 잇는 중요한 매개체인 손편지는 ‘기다림의 설렘’과 ‘감성’을 느끼게 한다. 차곡차곡 쌓아가는 둘만의 추억에 관객들을 아주 천천히 스며들게 만든다.
2003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내 보는 재미를 더하기도. 2000년대 초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가로본능 휴대폰부터 LP판, 구권 지폐, 빨간 우체통, 추억이 담긴 헌책방과 오래된 가죽공방 등이 그 시절 감성을 담아내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강하늘, 천우희는 찬란한 청춘을 연기로 표현한다. 강하늘의 순수함을 담은 연기는 말간 얼굴과 어우러져 영호 자체가 된다. 천우희는 밝고 씩씩함부터 단단한 내면까지 섬세하게 그려내며 소희를 완성해낸다.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과 전혀 다른 편안한 얼굴이다.
‘특별출연’임에도 주연 못지않은 분량을 차지해서일까. 강소라의 존재감도 뚜렷하다. 그 역시 시원시원하고, 적극적인 수진으로 완벽하게 분해 극에 또 다른 발랄한 에너지를 전한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다. 또 잔잔하게 흘러간다. ‘첫사랑’과 ‘추억’이라는 정통 멜로를 내세웠기에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현재, 어쩌면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오늘(28일) 개봉. 러닝타임은 117분. 전체관람가.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키다리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