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와 당신의 이야기’ 천우희가 말하는 ‘기적’ [인터뷰]
- 입력 2021. 05.10. 11:21:39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본 적 없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이다. 밝고 화사한 미소를 관객들에게 보여준 배우 천우희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천우희 인터뷰
천우희는 최근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 개봉을 앞두고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019년 개봉한 ‘버티고’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라 설레고 떨리는 마음을 먼저 전했다.
“개봉을 오랫동안 기다려왔어요. 작년 한해는 한국영화 뿐만 아니라 영화 시장 자체가 쉽지 않았잖아요. 이번에는 제 영화가 개봉하다보니 뭔가 다르게 감격스럽고, 소중하게 느껴져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영호와 소희,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한 그들이 써 내려가는 아날로그 감성 무비다.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면서 따뜻한 위로를 전하며 5월 극장가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잔잔하게 스며드는 따뜻함이 좋았어요. 요즘에는 보기 드문 잔잔한 영화다 보니까 이런 영화가 지금 하나 정도는 필요하지 않나 싶더라고요. 감성의 영화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제가 연기하는 부분도 궁금했어요. 수채화 같은 여리여리하고, 맑은 느낌의 영화들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관객으로서, 배우로서도요.”
천우희는 극중 팍팍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청춘 소희 역을 맡았다. 엄마와 함께 헌책방을 운영하던 어느 날, 아픈 언니 대신 영호(강하늘)에게 답장을 보내는 것이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으로 스며든 모습부터 주고받는 편지가 많아지는 만큼 점점 더 쌓이는 영호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는 모습까지, 캐릭터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본인만의 감성을 담아 역할을 표현했다.
“어떠한 표현 방식이 시나리오에 많이 들어있진 않았어요. 영호 같은 경우, 많이 비워져있는 건 이야기의 서사가 영호에 대해 감정선을 더 표현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표현 방식에 비워져있었지만 소희는 함축적인 게 많다 보니 행동에 대한 문구가 조금 있긴 있었죠. 작가님, 감독님과 이야기했던 게 괄호 속 행동, 움직임에 갇혀있지 말자고 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맞춰갔죠. 제가 표현을 하면 소희라는 인물이 조금은 더 청춘 영화에 어울릴 수 있게끔 감정 표현을 최소화 시켰어요. 강약 조절을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죠.”
그동안 천우희는 다양한 작품에서 선 굵은 연기를 펼친 바. ‘써니’ ‘한공주’ ‘곡성’ 등에서 잊지 못할 잔상을 남기며 팔색조 같은 면모를 선보였다. 이번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는 강렬함은 잠시 내려두고 보통의 청춘으로 돌아온 그다.
“감독님에게 소희의 중점이 뭐냐 물었을 때 소희는 타인에 대한 상상력과 이해력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어떤 느낌인지 알겠더라고요. 이 친구가 하는 행동들에 대해 얼만큼 배려심이 있고, 이해심이 있는지. 제가 가지고 있는 성향도 그런 편이에요. 남을 위해 이타심이 많은 것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려 하죠. 관계나 입장을 많이 배려하는 편이에요. 그런 점이 소희와 비슷한 것 같았어요. 가족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공감이 갔죠. 다른 점이라고 하면 방식차일 수 있는데 편지를 주고받다 보니, 저는 조금 더 적극적인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소희는 소연의 부탁으로 찾아갔지만, 저였다면 그 전에 먼저 찾아갔을 거예요. 그런 적극도의 차이가 소희와 다른 점이죠.”
천우희는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과 사랑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밝고, 유쾌하고, 씩씩함으로 똘똘 뭉친 소희로 완벽하게 분한 것. 소희를 만나면서 연기적으로 변화한 게 있을까.
“정말 힘을 빼고 연기했어요. 그전에도 강렬한 연기라 해서 힘을 주진 않았지만 결 자체가 굵직했잖아요. 이번에는 현장, 카메라 앞에서 무심하게 있거나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힘을 빼고 연기했어요. 이것도 색다른 도전이었죠. 소희 캐릭터를 연기한 뒤 변화하기보다, 어느 순간 변화한 부분이 있어요. 어떤 연기를 어떻게 해야겠다보다, 작품 서택 부분이 변한 거죠. 극적이거나 굵직한 연기를 해서 일상적인 연기를 한다가 아닌, 다방면으로 시각을 넓혔어요. 예전에는 인물, 인간에 대한 탐구를 깊이 해보고 싶었다면 지금은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감독님이나 배우와 한 번쯤 작업해보고 싶거나, 나의 새로운 모습을 찾고 싶거나 그런 여러 지점들이 작품 선택 기준에 있어 생겼죠.”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남녀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통의 멜로 영화와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특히 에필로그에선 ‘반전’이 숨어있기도 하다. 이러한 결말에 대해 천우희는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마지막에 소연이 아닌, 소희였던 점이 너무 좋았어요. 두 사람 이야기의 방점을 찍은 건 에필로그였죠. 왜 영호가 그토록 찾았고, 소희는 왜 그런 편지를 쓰게 됐는지 에필로그가 모든 걸 말해준다고 생각해요. 그 결말이 만족스러웠죠. 그래서 두 사람은 결국 만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만나면서 끝났기에 그런 에필로그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비가 오면서 소희가 빗방울을 바라보고, 헤드라이트를 바라보는 것들. 작지만 열린 결말을 얘기해주는 단서라고 생각했죠. 한 장면에 영호와 소희가 마주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상상했지만 다른 영화들과 차별성이 있는 건 만나지 않는 거니까 결말에 대해선 만족스러워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가장 현실적이고 보통의 청춘들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불완전하지만 기다림의 순간을 통해 정답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지금 청춘을 보내고 있거나, 청춘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천우희는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전하고 싶다며 작은 소망을 드러냈다.
“위로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란 생각이 들어요.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고요. 사소하게 일상적으로 보내는데 그게 이루어지는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생활을 하다보면 모른 채 지나갈 수 있지만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기적인 것처럼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키다리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