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의 이름으로’ 안성기 “광주의 슬픔은 계속 남아있다” [인터뷰]
- 입력 2021. 05.13. 16:52:09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시간이 많이 지나고,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아픔이 남아있어요. 광주 시사회 때 그분들의 눈물을 보고, 슬픔이 계속 남아있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 느껴졌죠. 반성, 그리고 용서, 화해의 작품으로 다가갔으면 해요.”
'아들의 이름으로' 안성기 인터뷰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 또 다시 봄이 찾아왔다. 그날 이후 41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의 진실은 아직도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 가해자들은 여전히 속죄하지 않고, 반성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에 배우 안성기가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를 통해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묵직한 화두를 던진 그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오채근(안성기)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과거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과 과거를 책임지지 않는 자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반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높았어요. 오채근이란 인물을 통해서 보여 지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어 바로 결정을 했죠. 1980년 5월 당시엔 ‘바람 불어 좋은 날’을 촬영 중이었어요. 그때 들려오는 소식들은 전부 나라에서 만든 소식들이었고,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없었죠. 알게 된 건 한참 지나고 나서였어요.”
앞서 안성기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화려한 휴가’에 출연한 바. 이번 ‘아들의 이름으로’ 참여를 통해 민주 항쟁에 대해 단단하게 굳어진 생각이나 새롭게 느낀 바는 무엇일까.
“가해자의 어떠한 느낌들은 이전엔 갖지 못했어요. 이번 영화를 통해 가해자의 고통과 아픔,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실들을 더 자세하게 느낄 수 있었죠. 시간이 많이 지나고,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아픔이 남아있어요. 광주 시사회 때 그분들의 눈물을 보고, 슬픔이 계속 남아있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 느껴졌죠. 반성, 그리고 용서, 화해의 작품으로 다가갔으면 합니다.”
안성기는 오채근의 복잡한 내면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연기한다. 과거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괴롭지만 분명하게 마주하며 이야기를 힘 있게 이끌어가는 것. 특히 대역 없이, 몸 사리지 않은 액션 연기와 무등산을 수차례 오르며 정상까지 등반하는 열연을 펼쳤다.
“대역을 쓸 만한 분량도 아니었어요. 짧지만 나름 힘이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해요. 영화에 다른 장르가 들어왔다, 나가는 느낌이 들어 좋았죠. 무등산 등반은 중간까지 차가 올라가니까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 정도 체력은 충분히 되니까 큰 어려움 없이 찍었죠. 액션 연기가 짧게 나왔는데 쉬운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어떤 영화든지 인물에게 요구되는 액션 장면들은 다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1957년 데뷔해 무려 64년이란 시간동안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안성기. 다양한 영화, 드라마 등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들과 만나온, 수식이 필요 없는 ‘국민 배우’다. ‘연기’라는 한 길만 걸어왔던 그는 64년의 연기 인생을 돌아본 소회는 어떨까.
“어쩌다 보니 64년이라는 큰 숫자가 생겼어요.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해왔고, 고마움을 많이 느끼고 있죠. 앞으로 얼마를 더 할지 모르겠지만 잘 지켜봐주셨으면 해요. 그래서 1년에 한 작품씩은 하고 싶어요. 저에게 맞는 것만 있다면 계속 하고 싶죠. (작품을) 안 하면 궁금한 것도 있고, 녹이 스는 느낌도 들어요. 다시 태어난다면 두 말 할 것 없이 배우를 하고 싶어요. 오랜 기간 동안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했고, 영화라는 매체가 주는 매력적인 것도 있고요. 새로운 세계, 주제, 그리고 그것을 만든느 새로운 사람들과 장소. 모든 게 새로움이 있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는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과 함께 “악행에 대한 고백은 선행의 시작이다”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진정한 반성이 과거의 아픔을 끝내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안성기 역시 ‘아들의 이름으로’를 통해 가해자들의 반성 없이는 피해자들의 고통도 진정으로 치유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그런 움직임이 있었으면 해요. 광주에서 최초로 시사를 했었는데 관객들이 굉장히 많이 울었고, 시사회를 진행한 아나운서도 시종일관 눈물을 흘렸죠. 이 영화가 슬프기보다, 1980년 5월 광주의 상황이 아직도 아프게 하고 있구나를 절실히 생각하셨으면 해요. 광주 시민들의 아픔을 다뤘다는 것과 그동안 다루지 못했던 주제를 영화화했다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