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승연, 10년 연기 내공이 빛난 ‘혼자 사는 사람들’ [인터뷰]
- 입력 2021. 05.14. 14:20:35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차근차근 한 계단 씩 밟아간 후 도달한 지점이라고 할까. 오롯이 ‘연기력’만으로 승부를 봤다.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배우 공승연의 ‘재발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공승연 인터뷰
기자는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공승연을 만나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영화는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주인공 진아를 중심으로 그의 직장 동료인 갓 스무 살이 된 수진(정다은)과 30대의 옆집 남자들, 그리고 그의 60대 아버지까지 다양한 세대의 혼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크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주연으로서 끌고 간 적 없었던 공승연에게 이 작품은 큰 도전과 같았을 터.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나에게 들어온 게 맞나?’ 의심했어요. 그동안 영화 매체를 해본 적 없고, 주연으로 끌고 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진아라는 캐릭터와 제 얼굴이 부합하는 인물인가?’란 생각도 들었어요. 의아했는데 감독님께서 용기를 많이 주셨죠. 그동안 제 연기를 봐 와주셨고, 제 얼굴과 목소리가 진아와 부합하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고, 도전인 것 같아 하게 됐죠.”
공승연은 극중 20대 후반 직장인 진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진아는 최선을 다해 주변과 관계 맺기를 회피하며 ‘아무하고도 연결되지 않는 삶’을 위해 날마다 똑같은 패턴의 의식주를 반복하고, TV와 스마트폰 수신만으로 일상을 채운다. 진아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자발적 아싸(아웃사이더)’란 수식어가 떠오른다.
“섬세한 감정 연기가 되게 많이 부담됐어요. 그동안 밝고,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감정 변화가 크게 없고, 섬세함을 요구하는 역할이었죠. 순차적으로 영화를 찍잖아요. 그래서 연결선을 맞추기 힘들었어요. 감정이 과하거나 터지는 것들이라면 오히려 맞추기 수월했을 텐데 말이죠. 감독님과 중간, 중간 이야기하고, 편집본을 보면서 감정을 연결해 갔습니다.”
진아는 발신 없이 오직 수신만 하며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자발적인 홀로족이다. 영화 속에서는 진아가 ‘왜 자발적인 홀로족’이 됐는지, 전사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하다. 공승연 이런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해 나가려 했을까.
“감독님을 만나기 전에 질문지를 써서 갔어요. 왜 진아가 이렇게 됐는지, 이전에 전사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감독님이 하나하나 답해주셨죠. 그래서 이해하는데 어렵진 않았어요. 진아가 (인간관계를) 단절한 것 자체가 이해되기도 하면서, 안 되기도 했어요. 왜 이렇게 됐는지 하나하나 물음을 해갔죠. 어머니와 아버지의 빠른 이혼과 아버지와 헤어질 때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아버지가 다시 돌아왔지만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기 못했고 등.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게 무서워서 헤아리지 못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진아도 단절한 삶을 살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죠.”
공승연 진아 그 자체로 분했다. 특히 공승연의 안정감 있는 목소리는 진아가 콜센터 상담원인 만큼 무엇보다 적확한 선택이었던 것. 화장기 없는 얼굴, 어두운 톤의 의상 등 외적으로 진아를 완성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도 눈에 띈다.
“평상시 상담원 톤으로 말하는 걸 연습했어요. 집에서 혼자 있을 때 도 연습하고, 걸려오는 콜센터나 홍보, 이벤트 전화 같은 것들을 유심히 들으려 했죠. 또 주변과 담을 쌓는 캐릭터고, 남들 시선을 크게 개의치 않아 하기에 옷을 사는 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계절마다 입는 옷이 정해져있어 거의 매일 비슷한 옷을 입고, 똑같은 가방을 들 거라 생각했죠. 실제로 제 옷도 가져다 썼어요. 감독님의 옷을 입기도 했고요.”
지난 2012년 CF 유한킴벌리 ‘화이트’로 데뷔한 공승연은 데뷔 10년 만에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로 배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첫 스크린 주연작이면서 장편영화 데뷔작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배우상 수상이라는 영예로 결실을 맺었다.
“어땠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때의 감정이 살짝 떠올라요. 수상 소감을 멋지게 말해야지 하고 걸어갔는데 ‘안녕하세요’ 하자마자 눈물이 터지더라고요. 그 상이 주는 의미가 남달랐거든요. 10년 동안 배우이자 연기로써 받은 상은 처음이었어요. 그동안 제가 받았던 상은 ‘뉴스타상’ ‘아이콘상’ 같은 느낌의 상들이었죠. 연기상, 배우상 후보에 올랐을 때마다 수상 소감을 준비하긴 했어요. 하하. 이번에도 준비하고 갔는데 처음으로 입 밖에 꺼내니까 감격스럽더라고요. 상의 무게도 느껴졌고. 수상 소감을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말을 못 전해서 아쉬워요. 그렇지만 좋은 상을 주셔서 연기하는데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홍성은) 감독님 덕분에 제가 새로운 배우의 길을 걷게 되는 것 같아요.”
‘혼자 사는 사람들’은 단편 ‘굿 파더’로 주목받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홍성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 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까지 거머쥐며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홍성은 감독에 대해 공승연은 “영리하시고, 똑똑하시다”라고 말문을 이어갔다.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이런 감독님도 계시구나’ 생각했어요. 편하게 해주시고, 옆집 친구처럼 잘해주셨죠. 제가 사소한 것들을 물어보면 이야기해주셨어요.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됐죠. 감독님과 이야기하다보면 그 신의 감정, 연기에 대해 자신의 경험에 비춰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끈끈해진 것 같아요.”
영화는 다양한 세대의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점점 더 파편화 되어 가고 있는 우리 시대의 풍경을 내밀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동시에 관객들에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건넨다. 결국,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달라져도 우리의 삶이 어떤 형태로든 누군가와 혹은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보편적인 사실을 공감하게 만든다.
“코로나19 이전에 찍은 영화에요. 영화의 주제와 알맞게 상황이 흘러갔죠. 좋은 시기에 개봉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우리 영화가 지금 시대에 힘을 싣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감사한 부분도 있고, 잘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돼요.”
공승연에게 ‘혼자 사는 사람들’은 배우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같은 작품이 아닐까. 탄탄히 쌓아온 연기 내공이 이 영화를 기점으로 빛을 발한 것처럼 앞으로 그가 보여줄 새로운 얼굴과 모습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어디 가서 ‘나 배우야’라고 말하기 부끄러웠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배우이자 연기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말을 건넬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아요. 조금 더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죠. 저의 첫 장편영화이기도 하고, 이로 인해 또 다른 영화도 찍었어요. ‘혼자 사는 사람들’은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앞으로 겁을 내지 말고, 저에게 들어온 모든 인연이 되는 작품이 있으면 다 해보고 싶어요. 이제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저의 한계가 어디인지, 직접 부딪혀봐야 알잖아요. 갈 수 있는 곳까지가 어디인지, 많이 해보고 싶어요. 모든 장르를 아울러서 다 해보고 싶습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